인공소나기 맞으러 황순원 마을 갑니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양평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매시 정각 인공소나기 쏟아져/아이들 소설 ‘소나기’ 주인공 처럼 흠뻑 비맞으며 신나는 시간/황순원 문학관엔 작가의 일생 살아 숨쉬어
섭씨 30도를 웃돌던 뜨거운 더위는 인공 소나기 한방에 깜짝 놀라 달아나 버렸나 보다. 순식간에 공기가 서늘해지는 걸 보니. 비를 맞은 아이들은 서운한 표정이다. 오늘의 인공 소나기쇼가 오후 5시로 모두 끝나 버렸기 때문이다. 부모 손을 잡아끌며 한 번 더 소나기를 내려 달라고 애원하지만 소용없으니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재미있는 퍼포먼스로 아이들 사랑을 듬뿍 받는 이곳은 경기 양평군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어린시절 딱 한번 읽은 소설 ‘소나기’는 어른이 돼서도 마치 내가 겪은 추억처럼 가슴 한편에 살아 숨 쉬니 참 대단한 작품이다. 그런 소설 속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와 소설에 묘사된 장면을 실사로 재현한 곳이 바로 소나기마을이다.
아이들은 인공 소나기를 맞는 것이 목적이지만 어른들도 다양한 산책로가 마련돼 천천히 걸으며 머리를 식히기 좋다. 1코스(10분)는 소나기광장∼사랑의 무대∼고백의 길, 2코스(15분)는 AR소나기 안내판∼개울가∼야생화꽃밭∼수숫단 속∼소년의 등∼소녀와 이별∼소녀와 함께 춤을∼소녀와 기념사진∼소년과 기념사진을 따라 걷는다. 3코스(20분)는 문학관 왼편 황순원묘역에서 시작해 수숫단 오솔길∼고향의 숲∼해와 달의 숲∼들꽃마을∼학의 숲∼송아지들판∼너와 나만의 길∼고백의 길∼소나기광장으로 이어진다. 4코스(50분)는 3코스를 돌아 매표소를 통과한 뒤 목넘이고개∼징검다리까지 다녀온다.
수숫단 모양으로 지은 3층 규모 문학관에도 볼거리가 많다. 일생 동안 시 104편, 단편 104편, 중편 1편, 장편 7편을 남긴 황순원의 작품은 ‘순수성과 완결성의 미학’으로 한국 문학사의 한 봉우리를 차지한다. 주요 작품으로 단편 ‘소나기’ ‘별’ ‘목넘이 마을의 개’ ‘그늘’ ‘기러기’ ‘독짓는 늙은이’와 장편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 ‘일월’ 등이 있다. 언론 자유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한글 사용이 금지되던 일제강점기에 많은 작가들이 일본에 협력해 한글을 버렸다. 하지만 황순원은 우리말을 지키려는 비장한 각오로 글쓰기를 시작해 한치의 흔들림 없는 문학 외길을 걸었다.
양평=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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