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뇌 임플란트, ‘휴먼 혁명’ 이룰까

이인희 2023. 7. 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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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직접 만지는 대신 생각만으로도 모든 기능을 작동시킨다. 뇌 기능 장애로 시각을 잃거나 몸 일부를 정상적으로 움질일 수 없는 사람들은 간단한 수술만으로 장애를 모두 극복한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법한 이 같은 장면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뇌에 칩이나 전극을 심는 기술인 '뇌 임플란트'를 향한 도전이 속도를 내면서다. 말 그대로 '휴먼 혁명'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임플란트는 우리나라에서 인공치아를 심는 것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이지만, 본래 인위적 장치를 몸에 심어 넣는 것을 뜻하는 범용적 의미의 단어다. 이런 임플란트의 사전적 의미를 뇌에 적용하면 뇌 임플란트는 뇌에 미세 전극을 발생시키는 칩을 이식해 뇌 속에서 발생하는 생체 전기 신호를 컴퓨터로 해석하고 조종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뇌 임플란트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가운데 한 종류로 오래전부터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혁신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이어져 오고 있다.

뇌 임플란트를 통한 신체장애 극복 시도는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닉 램지 의대 교수팀은 2015년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뇌 임플란트 수술에 성공했다.

당시 연구팀은 환자 뇌 운동 피질 영역에 소형 전극을 이식하고 이를 환자 가슴에 이식한 무선 송신기와 연결했다. 무선 송신기는 뇌에서 발생한 미세한 전기 신호를 컴퓨터로 보내는 역할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가 알파벳을 떠올리면 뇌에서 발생하는 특정 전기 신호를 컴퓨터가 분석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다. 알파벳 하나를 표현하는 데만 수십 초가 소요됐지만, 뇌 임플란트 연구 가운데 상당한 발전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연구를 넘어 뇌 임플란트를 상용화하기 위한 도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곳이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참여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생명공학 분야 스타트업 '뉴럴링크'다.

뉴럴링크는 뇌 이식 칩을 통해 뇌와 척추 부상을 치료하거나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을 목표로 2016년 설립된 회사다.

뉴럴링크는 2019년 사람 뇌에 이식할 수 있는 폴리머 소재 전극과 초소형 칩(N1)으로 구성된 실제 인터페이스 장치를 발표했다. 이 장치는 2020년 돼지를, 2021년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활용되기도 했다. 실험을 통해 뉴럴링크는 시각 장애인의 시력 회복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뉴럴링크는 동물 실험에 이어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도 나선다. 뉴럴링크는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대한 승인 완료 결과를 밝혔다.

FDA의 이번 승인은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뇌 임플란트 기술과 관련해 칩을 뇌에 이식하는 경우 칩 과열 등에 따른 뇌 조직 손상 가능성, 이식 이후 칩 제거에 따른 안전성 미확인 등이 우려됨에 따라 임상시험 불가론이 지배적이었다.

FDA 승인 이후에도 여론은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불치병 및 난치성 질병 극복을 위한 도전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과 달리 구체적 증거는 그동안 제시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뇌 속 뉴런은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서로 떨어진 뉴런은 신경전달물질 분비로 신호를 교환하며 전기 작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뇌 임플란트를 통해 다량의 전극 신호를 발생하더라도 기술적 한계가 따를 것이란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가 질병 치료 목적 외 뉴럴링크 기술에 대해 '인터넷에 뇌를 업로드하고 다시 다운로드하는 기술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점 역시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내적 불안정 사고가 기계를 통해 현실화할 때 심각한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이에 대한 해킹 시도 등으로 사회적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한 규정과 사회적 합의 등 신기술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반드시 선행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뇌 임플란트는 휴먼 혁명이라는 신기술일지, 인간다움을 빼앗는 위험일지 근본적 물음 속에서 줄다리기 중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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