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만 대 1' 흑석자이의 씁쓸한 추억[부동산백서]
3년 전 분양가 공급에 '최소 5억' 기대수익…역대급 '투기'로 전락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이번 한 주간 부동산시장, 아니 한국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쟁점)는 단연 '흑석자이' 청약이었습니다.
흑석뉴타운 개발이 한창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3구역을 재개발해 올해 9월 입주를 앞둔 '흑석리버파크자이' 줍줍 물량 2가구 청약 소식이 이달 19일 <뉴스1> 최초 보도('[단독]당첨되면 '최소 5억 로또' 흑석자이 줍줍 2가구 나왔다')로 알려지면섭니다.
단지는 앞서 지난 2020년 일반분양 물량 청약을 진행했지만 최종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취소후 재공급' 명목으로 전용면적 84㎡(2층) 한 채가 시장에 나왔고, 조합이 보류지로 갖고 있던 전용 59㎡(1층) 한 채도 주인 찾기에 나선 겁니다.
◇입지·학군 상위권…별명은 '서반포'
우선 흑석동은 부동산시장에서 소위 '떠오르는' 지역입니다.
과거 전쟁 피란민촌으로 조성된 뒤 방치돼 불량·노후 주거지역의 인식이 강했지만, 한강에 접하고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강남·용산·여의도로의 이동이 차량 기준 '10분' 안팎에 가능한 최고 입지로 '언젠가 뜰' 잠재력이 무궁무진했지요.
중앙대학교와 그 부속 초·중·고교도 가까워 학군 조건도 충족합니다.
한강과 맞닿은 지역에는 중산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긴 했는데, 2010년대 들어 DL이앤씨가 1000여가구 규모 하이엔드 단지 아크로리버하임(2019년 준공) 조성에 뛰어들면서 개발이 본격화됐습니다.
이제 '서반포', '금석동'이란 별칭도 얻었죠.
모 국회의원이 흑석9구역 '지정 직전' 낡은 상가주택을 '영끌 투기'한 사실이 알려져 대중의 뭇매를 샀던 일화도 유명하고요.
◇현 시세 10억원 넘는데…'반값'이라고?
문제는 이렇게 '너도나도 갖고 싶은 집'이 '시장가격'이 아닌, 시세의 '반값'에 매물로 나온 겁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흑석자이 59㎡ 입주권은 지난 4월 최고 12억6000만원(10층)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달 전용 84㎡ 입주권은 14억5000만원(5층)에 팔렸고요.
네이버부동산을 보면 '집주인이 부르는 값'인 호가는 전용 84㎡ 기준 최대 19억원까지 매물이 올라와 있네요.
이런 집이 59㎡ 6억4650만원, 84㎡ 9억6350만원에 각각 나온 겁니다. 바로 처음 분양을 진행했던 3년전 그 분양가로 말이죠.
좋은 물건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건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인 데다가, 부동산 투자(또는 투기)의 핵심인 시세차익이 수억씩 기대되다 보니 단숨에 '역대급 로또청약'의 자리를 꿰차게 된 겁니다.
그리곤 흑석자이 줍줍이 풀리기 전까지 분양시장 최대 관심사였던 동작구수방사 공공분양 '저리 가라'하는 경쟁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93만4728명 접수…청약홈 일시 마비
지난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진행된 '남은 2채 주인 찾기' 청약엔 무려 93만4728명이 몰렸습니다.
이 중 서울에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둔 무주택자만 지원 가능한 전용 84㎡ 취소후재공급 분양엔 10만4924명이 신청했고요.
거주지 요건과 주택소유 여부와 상관없고, 전매제한이 없어 바로 팔면 되며, 청약통장 사용 기회도 차감 않는 59㎡ 무순위 분양엔 무려 82만9804명이 접수해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은평구 DMC파인시티자이 무순위 1가구 청약 경쟁률(약 29만8000대 1)의 3배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겁니다. 동작구 수방사 사전 청약 경쟁률은 평균 283대 1이었죠.
청약 신청 당일 오전 일시적으로 청약홈이 일시 마비되는 해프닝도 있었는데요.
수학적으로 로또복권 당첨확률이 814만 5060대 1인데, 보통 5000~10000원어치 구매하죠. 즉, 이번 주 로또복권 10장을 사서 당첨될 확률이 반올림해도 '82만 대 1'이니, 흑석자이 당첨되기가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일이 된 겁니다.
◇'열풍' 그 후…
추첨 결과가 공개된 29일 자정(84㎡)과 30일 자정(59㎡)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채팅창은 시끄러웠습니다.
부동산 프롭테크 '호갱노노' 흑석자이 게시판에는 서로 '내가 당첨자다' 하는 글이 빗발쳤고요, '[속보] 당첨자는 30대 ㅇㅇ씨'라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당첨될 것 같아 이름을 '지에스(흑석자이 시공사)'로 개명했다"는 글도 보이네요.
어쨌든 당첨자와 예비당첨자는 나왔고, 오는 7월 7일까지 계약금(분양가의 10%) 납부가 이뤄지면 계약이 성사됩니다. 이후 3개월 뒤인 9월 7일까지 잔금납부를 마쳐야 하는데요, 당장 잔금 마련이 어려우면 이미 분양가보다 높게 호가가 형성된 전세 세입자를 찾으면 되기 때문에 계약 마무리는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첨자와 예비당첨자가 모두 당장 일주일내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2차 줍줍이 나오는 가정마저 회자되는 것을 보면, 흑석자이의 그림자는 참 짙고도 기다란 것 같습니다.
◇경제성장·물가상승보다 가파른 집값상승
그런데 말입니다. 국가지표체계(K-indicator)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은 12.33%,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29%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사이 흑석자이 가격은 최대 93~97% 올랐습니다.
우리가 이토록 뜨거운 '투기의 여름'을 맞은 이유가 조금 씁쓸해지는 건 왜일까요.
'새집에서 살다 비염 심해지면 어쩌나', '발코니는 확장할까 말까' 염려했던 마음은 이만 고이 접어 넣어야겠습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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