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마트 보고 있나"…컬리 '저녁 배송' 실험 체험기

한전진 2023. 7.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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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전 배송합니다" 컬리의 당일 배송 실험
'맛집 꿀조합' 컬리 프리미엄…차별화 포인트
컬리 저녁 배송의 밀키트 세트 구성품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마켓컬리가 2주 째 서울지역에서 '당일 배송'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저녁 딜리버리' 서비스다. 점심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주문을 완료하면 당일 저녁 밀키트 세트가 문 앞으로 배송된다. 일종의 배달과도 같다. 최근 마켓컬리는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새로운 배송모델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마켓컬리는 저녁 시간대 주문이 몰리는 단점을 갖고 있다. 새벽배송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그 외 시간은 상대적으로 주문 수가 낮다. 라이브커머스와 당일 배송은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과도 같다. 일례로 주문이 식사 시간때만 몰리는 배달의민족의 경우 앱내 쇼핑라이브와 B마트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마켓컬리에서도 과연 성공 가능성이 엿보일지 직접 '저녁 딜리버리' 서비스를 체험해 봤다. 

"저녁 전 도착합니다"

현재 마켓컬리는 지난달 23일부터 '오늘 저녁 뭐 먹지'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다. 방송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진행된다. 쇼호스트가 출연해 마켓컬리 엄선 맛집들의 메뉴를 조합한 밀키트 세트를 소개한다. 매일 다른 조합으로 세트 메뉴가 판매된다. 27일은 '마라샹궈 세트', 28일은 '갈비탕 한상 세트' 등으로 달라지는 식이다. 

컬리 저녁 딜리버리 라이브 방송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기자도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마켓컬리 라이브 방송에 접속했다. 이날 판매 제품은 '돼지갈비&냉면세트'였다. 가격은 3만3900원, 별도의 배송비는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면 상단의 '지금 주문하면 오늘 6시 도착 보장'이라는 문구였다. 쇼호스트도 "지금 주문하면 저녁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 저녁 딜리버리의 주문 가능 시간은 전날 밤 11시부터 당일 오후 1시까지다. 이후에는 주문이 불가능하다.

배송은 배달이라고 해도 될 만큼 빨랐다. 정오쯤 주문을 완료하자, 오후 2시 '두발 히어로'라는 곳에서 상품이 출발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두발 히어로는 당일배송 업체 '체인로지스'가 운영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다. 마켓컬리는 이번 저녁 딜리버리 서비스를 자체 배송이 아닌 체인로지스와 협업해 제공하고 있다. 

컬리의 차별화 포인트는

배송이 완료된 시간은 오후 4시였다. 두발 히어로 카톡 채널을 통해 배송 완료 사진과 배송원의 연락처가 공유됐다. 문을 열자 손잡이가 달린 은박 포장지가 놓여 있었다. 전반적으로 양호한 포장 상태가 만족스러웠다. 양손으로 겉 포장지의 손잡이를 잡아 벌리자 방송에서 봤던 밀키트 세트와 음료가 들어있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맛 또한 만족스러웠다. 유명 맛집들의 시그니처 상품들을 한번에 세트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확실한 컬리 프리미엄이 느껴졌다. 기존 대형마트나 배달의민족이 내놓는 밀키트와 비교되는 차별화 포인트였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었다. △외할머니댁 차돌된장밥, △제주누보 맥주(2개), △한돈 목살 양념구이, △올면 명태회 냉면 등 제품을 낱개로 구매하는 것보다 1만원 가량 저렴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구매 가능 시간이 오후 1시까지인 것이 너무 짧다고 느꼈다. 저녁 딜리버리 서비스는 저녁을 챙겨 먹기 힘든 직장인이 주 타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전 업무가 늦게 끝나거나 단체 점심을 먹으러 간다면 구매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라이브 방송이 끝나면 서비스 제품을 찾기 힘든 점도 아쉬웠다. 

B마트와 새벽배송 사이

컬리 '저녁 배송'은 아직 정식 서비스가 아닌 이벤트성 서비스다. 몇몇 단점만 보완이 된다면 충분한 성공 가능성이 엿보였다. 마켓컬리는 주로 사용자가 오후 7~11시에 집중되는 플랫폼이다. 당일 배송은 오전, 점심시간 '주문 공백'을 막을 비책이 될 수 있다. 최근 음식배달 이외에 배민라이브와 B마트에 힘을 주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비슷한 이유다. 

컬리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마켓컬리의 주 고객층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이다. 이곳에서 전체 주문의 절반 이상이 발생한다. 이들에게 '저녁 당일 배송'이라는 추가 선택지를 제공하면 수익 증대도 노려볼 수 있다. 컬리는 올해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매출 대신 영업이익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신규 고객을 늘리기보다 기존 고객의 '객단가'를 올리는 게 유리하다.

무엇보다 퀵커머스 등 빠른 배송에 대한 고객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팬데믹을 거치며 더 짙어졌다. 밀키트에 익숙한 소비자도 늘었다. 라이브 방송도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판매 채널로 등극했다. 이런 트렌드를 저격할 신무기가 마켓컬리에겐 절실하다. 당일 배송에는 이런 마켓컬리의 고민이 묻어 있는 셈이다. 

다만 마켓컬리는 아직 서비스 확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전날(1일) 서비스 종료 후 고객 반응을 살핀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이번 저녁배송은 테스트 성격으로 제공했던 서비스"라며 "맞벌이 부부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식 론칭이나 범위 확장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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