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신인왕은 왜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났나? 결국 제도 변화가 발목 잡았다
KBL 신인왕이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났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지난 6월 30일 국내선수 등록 마감일에 RJ 아바리엔토스와 결별했음을 알렸다. 공식적으로는 은퇴이지만 결국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아바리엔토스는 2022-23시즌 KBL 신인선수상을 수상했다. 51경기 출전, 평균 29분 11초 동안 13.6점 2.9리바운드 4.8어시스트 1.4스틸을 기록했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마치고 난 후 곧바로 KBL에 입성한 그였지만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사실 아바리엔토스의 이탈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농구계에 퍼지면서 여러 소문이 돌았다. 각자의 입장이 너무 달라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러 이야기 중 공통된 부분은 결국 제도 변화에 대한 문제였다.
KBL은 지난 5월 초 아시아쿼터 제도에 변화를 줬다. 2022-23시즌까지 국내선수와 같은 기준을 둔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2023-24시즌부터는 외국선수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아시아쿼터 선수는 다년 계약이 가능). 여기에 연봉 상한선을 세후 16만 달러로 제한했다.
사실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을 때 선수들을 국내선수 기준으로 생각한 것부터가 오판이었다. 이로 인해 일본 및 필리핀 선수들이 국내선수 샐러리캡에 포함됐고 개인상을 두고 경쟁하기도 했다. 아바리엔토스가 신인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몇몇 농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A 관계자는 “아시아쿼터 선수가 왜 국내선수와 상을 두고 경쟁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밝히기도 했다.
KBL은 결국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외국선수 기준에 맞춰 적용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미 국내선수를 기준으로 계약한 선수들이었다. 애초부터 외국선수 기준으로 계약했다면 이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KBL은 새로운 계약서에 다시 서명하게끔 했고 아바리엔토스 측은 이에 대해 반발,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아시아쿼터 선수가 외국선수 기준에 맞춰진다는 건 결국 정해진 계약 기간을 지킨 후 FA가 됐을 때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소속 구단이 재계약을 제안했을 때 거절하면 3년 동안 KBL에서 뛰지 못한다. 국내선수 기준으로 FA가 됐을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만약 아시아쿼터 선수가 국내선수 기준의 계약을 바라보고 KBL에 왔다면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코리안 드림’을 무너뜨린 것이다. KBL이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 ‘줬다 뺏는’ 못된 행동을 한 모양새다.
KBL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부분이고 또 오랜 시간 논의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켜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B.리그와 KBL의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B.리그는 필리핀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KBL은 그렇지 않다. 냉정한 시선으로 선수들의 질 자체가 다르다. KBL은 이선 알바노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 졸업 후 한국에 온 케이스. 그럼에도 국내선수들과 경쟁이 되니 이 사실을 잊고 보게 된다.
누군가는 아바리엔토스와 렌즈 아반도, SJ 벨란겔 등이 과거 필리핀 국가대표였다는 것을 언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PBA(필리핀프로농구)가 소속 선수들의 국가대표 차출을 막았을 때 선발됐다. 최근 필리핀은 PBA 소속 선수들까지 국가대표에 정상 차출하고 있으며 KBL 소속 아시아쿼터 선수 중 2023 국제농구연맹(FIBA) 필리핀-일본-인도네시아 농구월드컵 대비 21인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건 렌즈 아반도가 유일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연봉 상한선을 16만 달러로 제한한 건 대단한 코미디다. 세후라고 해도 당장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물론 16만 달러를 꽉 채운 선수가 다음 시즌 연봉 계약에서 최대 10%까지 인상될 수는 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을 채우고 난 뒤 타 구단으로 이적했을 때는 다시 16만 달러로 제한된다. KBL 관계자조차 이 부분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아바리엔토스 측이 밝힌 계약 해지 사유는 앞서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제도 변화에 대한 반발이 현대모비스와의 갈등으로 이어졌고 결국 결별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모비스는 아바리엔토스와의 동행을 원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
누구의 잘못인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부침개 뒤집듯 제도를 바꾼 KBL의 책임이 가장 크다. 물론 현대모비스와 아바리엔토스 역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러 행정적인 판단 미스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KBL이 또 한 번 에어볼을 날렸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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