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먹방 vs 단식'…정치 실종에 여론전만 부각
[앵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싼 대치 속에, 여야가 여론전에도 본격 뛰어들었습니다.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좋지만, 실체적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정쟁의 소모전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선 '어딘가 낯익은' 장면들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대화와 설득이 사라진 빈자리에 고개를 내민 '여론전'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 보고서 발표가 임박했습니다.
오염수 방류가 곧 현실화할 거라는 우려에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며 '소금 대란'까지 일었는데요.
사회적 동요 앞에 정치권의 여론전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당초 국민의힘은 '과학적 검증'을 내걸고 객관적 사실 알리기에 주력했지만,
<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달 7일)> "IAEA도 수차례 안전 검증을 시행했고 최근 발표한 중간보고서에는 오염수 샘플 분석이 정확했고 유의미한 추가 핵종이 미검출됐다고…"
쏟아지는 야권의 공세에 비해 과학적 설명이 그다지 가닿지 않자 전략을 선회했습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보다 직관적인 방안으로 '먹방'을 택한 겁니다.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은 김기현 대표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찬을 한 데 이어 윤재옥 원내대표와 각 상임위원회별로도 연달아 횟집 식사에 나섰습니다.
수산업계 활성화를 위해 SNS에서도 '횟집 가기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성주 사드기지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이 같은 행보에 더 힘을 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사드 사태는 오염수 미리 보기'라면서 성주 참외 농가로 향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26일)> "우리 성주군민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는데 죄송하다는 마음, 그리고 열심히 성주군 발전을 위해 마음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한 400박스쯤 사가려고 하거든요."
하지만 '먹방'으로 국민적 의구심을 걷어내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방류가 현실화할 경우 '플랜B' 찾기가 여당의 관건입니다.
야권은 여세를 몰아 맹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삭발식을 비롯해 대여 압박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은 여당과는 반대로 단식에 나섰습니다.
오염수 방류 저지만이 국민 안전을 위한 타협 불가한 해법이라는 입장의 야권.
의지의 표명으로 앞서 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단식 농성을 벌인 데 이어 최근에는 우원식 의원이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6일)>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합니다. 방류 계획 철회만이 일본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 그리고 태평양 바다를 위한 유일한 해답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가세해 범야권 차원의 단식 농성에 나선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릴레이 단식 외에도 이번 달, 전국을 돌며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규탄대회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하는 등 전방위로 공세를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과학적 근거없는 괴담과 선동으로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여당의 비판에는 '어느 나라 정부·여당이냐'고 맞받았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6일)>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우리 정부, 우리 집권여당,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이고 어느 나라 집권여당입니까."
대화의 여지는 굳게 닫힌 가운데, 물러설 수 없는 대치가 심화할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화두 중 하나인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 심리와, 이를 세 결집에 활용하기 위한 여론전은 과거에도 반복돼습니다.
석연치 않은 기시감(旣視感)의 배경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건 2008년 '광우병 파동'입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가 2008년 4월 허용했는데, 미국에서도 식용 판매를 금지하던 부위인 30개월 미만 소의 특정위험물질(SRM) 부위 수입을 허용한 것 등을 놓고 국민적 불만과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이로 인한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난맥상과 맞물려 일각에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지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만에 불을 지핀 '쓰러지는 소 영상'을 놓고 왜곡 논란이 일어난 데다,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비판이 이어져왔습니다.
성주 사드(THAAD) 기지도 비슷한 맥락에서 종종 언급됩니다.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둘러싼 진영 간의 대립은 2017년 사드 임시 배치 직후, '전자파 괴담'으로 확산했습니다.
애먼 참외에 시선이 쏠렸는데, 전자파에 참외가 튀겨지거나 썩는다는 괴담이었습니다.
6년 만인 지난달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고서야 성주 참외는 일종의 누명을 벗었지만, 이 과정에서 치렀던 정치적 소모전은 컸습니다.
오염수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은 "제2의 광우병 선동이자 참외 괴담"이라고 비판하지만, 야권은 여권이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일본을 편든다고 맞서는 상황.
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널리 알려진 병법서 '손자병법'에는 제12편으로 '화공'(火攻)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전술이지만 동시에 아군도 화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상황의 변화와 진행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돼 있는데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기에 현대의 '여론전'과도 흔히 비교됩니다.
장외 투쟁도, '먹방' 퍼포먼스도 모두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당위성이 충분치 않다면 외려 자충수가 될지 모를 여론전 대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정치권이 여야 없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오염수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광우병 #사드
PD 김선호 AD 허지수 그래픽 방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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