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갈비사자', 청주동물원으로 곧 이사·무리와 만난다

이정훈 2023. 7. 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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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삐쩍 마른 채 시설이 열악하고 좁은 경남 김해시 동물원에서 홀로 지내던 수컷 사자가 곧 무리가 있고 넓은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한다.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은 "오는 5일께 김해 부경동물원 늙은 사자를 청주동물원으로 옮길 계획이다"고 2일 밝혔다.

청주동물원 사자 사육장은 좁고 시설이 열악한 부경동물원과 달리, 사자가 400∼500평 되는 공간에서 흙 땅을 밟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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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께 에어컨 달린 트럭에 태워 김해→청주 270여㎞ 장거리 운송
김해 부경동물원 늙은 사자 (김해=연합뉴스)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 2004년생 늙은 사자. 충북 청주동물원이 시설이 열악한 부경동물원에서 이 사자를 이관받아 남은 생을 보내도록 한다. 2023.6.16 [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seaman@yna.co.kr

(김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나이가 들고 삐쩍 마른 채 시설이 열악하고 좁은 경남 김해시 동물원에서 홀로 지내던 수컷 사자가 곧 무리가 있고 넓은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한다.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은 "오는 5일께 김해 부경동물원 늙은 사자를 청주동물원으로 옮길 계획이다"고 2일 밝혔다.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충북 청주동물원까지 거리는 대략 270㎞ 정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더라도 3시간 넘게 걸리는 장거리다.

청주동물원은 무더운 날씨에 탈진하거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에어컨이 달린 트럭에 사자를 태워 옮긴다.

청주동물원은 사자 이송에 필요한 견고한 케이지를 이미 부경동물원에 보냈다.

케이지에 익숙해진 사자가 스스로 들어가게 하고자 케이지를 먼저 보내 부경동물원 사자 우리에 갖다 놨다.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사자가 처음에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온 케이지를 경계하는 듯했다"며 "며칠째 그 자리에 있는 등 움직임이 전혀 없는 걸 알아차리자 지금은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자 나이가 사람으로 치면 100살에 가까운 고령(20살)이라 가급적 마취제 사용을 자제한다.

김해 부경동물원 늙은 사자가 여생을 살게 될 청주동물원 사자 사육장 [청주동물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동물원은 사자 외에 뒷다리를 심하게 저는 말 한 마리도 함께 데려간다.

두 동물원은 이송 준비와 함께 사자 양수·양도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사자를 포함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당사국이다.

협약 당사국은 거래를 제한하거나 일정한 절차를 거치는 방법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부경동물원과 청주동물원은 환경부가 사자 이송 전 양수·양도를 곧 승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사자는 무리를 이루는 동물이다.

청주동물원에 12살(암컷), 19살(수컷) 사자가 있어 부경동물원 사자가 새 환경에 적응하면 무리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수의사)은 "일단 부경동물원 사자를 청주동물원 사자와 마주보기가 가능한 격리 칸에서 지내게한 후 서로 익숙해지면 함께 지내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2013년 문을 연 부경동물원은 최근 낡고 비좁은 시설에서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고통받는 동물에게 자유를 주세요", "방치된 동물에 무관심한 김해시", "동물 복지에 신경 써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글이 지난달 김해시청 홈페이지 '김해시장에 바란다'에 연달아 올라왔다.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 2004년생 늙은 사자. (김해=연합뉴스) 충북 청주동물원이 시설이 열악한 부경동물원에서 이 사자를 이관받아 남은 생을 보내도록 한다. 사진은 김해 부경동물원 늙은 사자 상태 살피는 청주동물원 수의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삐쩍 마른 채 좁은 우리에서 홀로 무기력하게 지내는 사자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이 사자는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후 2016년부터 부경동물원에서 지냈다.

청주동물원 사자 사육장은 좁고 시설이 열악한 부경동물원과 달리, 사자가 400∼500평 되는 공간에서 흙 땅을 밟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시설이 오래되고, 코로나19로 최근까지 방문객이 급감해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지만, 굶긴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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