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스타트업도 기업이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 혹한기가 도래한 이후 스타트업에게 제시하는 가인드라인과 평가 기준이 현격하게 변했다. 자금 유동성이 풍부했던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투자기관과 시장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벤처 성공 전략은 고속 성장과 기술 혁신에 치중됐다. 하지만 경기 침체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가 창업기업에게 전달하는 주된 메세지는 자생력 확보와 실적 증명이다. 즉, 혁신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미래 잠재성과 양적 확대에서 어느새 생존 가능성과 경영 내실로 옮겨간 것이다.
이러한 기조 변화가 시장 조정에 따른 결과론적 해석 또는 변덕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그동안 간과해온 스타트업의 주요 경영 요소가 너무 뒤늦게 부각됐다고 생각한다. 관련 의견들이 '겨울이 오고 나서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 뭇내 아쉽다. 성장과 내실은 양립 불가능한 가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간 시장의 관심은 전자에 집중됐음이 사실이다. 따라서 '겨울이 오기 이전부터' 후자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졌다면 현재의 위기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혁신 벤처·스타트업을 평가하는 지표는 민관 영역 모두 양적 측면에 편중됐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우열을 투자단계 (시리즈 A, B, C 등) 혹은 밸류에이션 (기업가치책정) 결과에 따라 가늠하고, 공공기관은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함에 있어서 매출, 고용, 그리고 투자유치 금액을 핵심 항목으로 설정해 지원 성과를 분석한다. 해당 지표들 전부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수한 기업일지라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고 긴축의 시기에는 오히려 취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유의미한 매출을 실현했을지라도 적자 규모가 이를 크게 초월하는 사업 구조라면 추가 투자유치 없이 살아남기 힘들다.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스타트업 경영난, 구조조정, 그리고 폐업 사례들 대부분은 후속 투자유치가 여의치 않거나 중단된 기업들의 이야기다. 투자 호황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오늘날의 거시적 경제 흐름 속에서 외부자금 조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기업 체질은 근본에서부터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스타트업 또한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본질인 시장 혁신 만큼이나 기업의 본질인 이윤 창출과 경영관리 능력도 중요하다. 지금의 불황기는 그동안 전자에 맞춰져 있었던 시장의 관심과 창업가들의 초점을 후자로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모델의 수익성, 재무구조의 안정성, 조직활동의 생산성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과 시장 침투가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바라보는 관점에 건강한 균형이 확립됐으면 좋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새롭게 선보인 벤처·스타트업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 서비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시중에 존재하는 기존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들과 달리 단순 투자 현황 외에도 개별 기업을 다각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사업 성과, 보유 기술, 조직 운영 관련 정보를 다채롭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분석' 코너를 마련해 스타트업의 사업 규모, 기술 수준, 그리고 기업 내실에 대한 데이터를 동종업계 기업군과 비교해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혁신기업을 분석하는 건전한 시각을 정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불황과 호황, 위기와 기회는 반복되지만 그 시점과 정도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한 가지 국면에만 역점을 둔 스타트업 운영 전략은 갑작스러운 상황 전환에 속수무책일 수 있다. 지금의 기나긴 한파도 언젠가는 막이 내리고 봄이 오겠지만 봄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이 겨울을 통해 배운 교훈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에겐 혁신의 기본 정신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기업 체질도 필요하다. 이를 평소 고르게 배양하고 준비한다면 환경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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