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팬이 챙기는, 또 다른 한남동 미술거리[이번 주 미술가 ‘스윗스팟’]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7.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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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스팟(sweet spot)이란 배트로 공을 치기에 가장 효율적인 곳, 최적의 상황을 뜻합니다. 화랑과 미술관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 시기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전시를 효율적인 동선 위주로 안내합니다. 전시 이야기를 나눌 만한 맛집이나 카페 공간 정보도 곁들입니다.

[이번 주 미술가 ‘스윗스팟’-1] 첫 번째 탐구 지역은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일대입니다. 서울의 중심지 용산구에서도 미술가는 리움미술관이 있는 지하철 한강진역 위주로 몰려있고 더 많이 알려진 편입니다. 하지만 미술 좀 아는 젊은 층이나 용산 토박이들이 챙겨 보는, 개성 강한 갤러리들이 전통적인 대사관 밀집 지역인 유엔빌리지 인근에도 많답니다.

마침 이 일대에서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작가들 전시가 열려 방문객들 발길이 더 늘고 있다네요. 전시가 끝나기 전에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김보희, Leo(2023), color on canvas_162x130cm 갤러리바톤
“반려견과 초록 초록 다 좋아”
제주 풍경 김보희…갤러리바톤
초록초록 제주 풍경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한 김보희 개인전이 서울에서 오랜만에 열리는데요. 한남오거리에서 독서당로를 따라 10분 남짓 걸어서 도달하는 갤러리바톤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안남았습니다. 7월 1일까지네요. 서두르세요.

갤러리에 들어서면 일단 날렵한 몸매의 검은 털 강아지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작가의 반려견 레오가 주인공인 연작이지요. 작가는 본인 집 주변 풍경을 다각도로 풀어내니 마치 영화처럼 공간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코로나19로 반려 식물 열풍이 부는 것과 맞물려 작가 그림이 인기였죠. 2020년 금호미술관 전시에 이어 지난해 제주현대미술관의 대규모 개인전도 인기였죠. 이번 전시는 최신작 위주로 선보입니다.

이 갤러리는 공간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널찍한 안쪽 공간을 먼저 보고, 나오는 길에 바깥쪽 윈도 갤러리를 보는 순서입니다. 통창으로 자연광을 받는 윈도 갤러리에서는 작품 색감이 미묘하게 달리 보이네요. 특히 이곳에서 만나는 마지막 작품 ‘Beyond’는 초록초록한 작가 작품과 달리 묘한 느낌의 밤 풍경을 담았죠? 정글 그림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도 떠오르게 하는 이 그림은 작가가 저녁 산책 중 산방산 봉수대에 떠오른 만월(滿月)을 그렸다고 합니다. 작가는 앞으로 달을 탐구해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이 갤러리 건물 아래층엔 한식 주점 ‘민목’이 있지요. 만약 갤러리가 끝나는 6시 전 들렀다가 이곳에서 저녁 일정을 이어가도 좋겠네요. 대표 메뉴 도미 영귤카르파치오 등 제철 재료를 맛깔나게 요리해서 젊은 주당들에게 인기가 많죠.

코리 아키앤젤의 개인전 전경. 타데우스로팍서울
한번 봐서는 모를 미디어 작가
코리 아키앤젤…타데우스 로팍서울
좀 더 동쪽으로 5분 남짓 걸어 올라가면 ‘포트힐’이라는 날렵한 건물이 나타납니다. 이곳 2층에 오스트리아에서 출발한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있네요. 아트부산 등에 참여해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다가 2021년 말 이곳에 서울점을 열었습니다. 창업자 이름을 딴 이곳은 게오르그 바젤리츠, 안셀름 키퍼 등 미술관이 사랑하는 중량급 작가들을 전속으로 거느리고 있죠. 이곳에선 코리 아키앤젤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상형문자처럼 제시한 전시 제목에서 전시 속성이 보이는듯 싶네요. 일상을 재료로 미디어아트로 만들고 있는 작가는 실리콘밸리 문화에 대한 비판 등 개념미술로 나아가고 있죠. 갤러리 입구에 누군가 무심히 붙여둔 듯한 ‘포스트잇’ 두 장도 작품이랍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게임사회’에도 참여 중인 작가지요. 미국에서 북유럽으로 거처를 옮긴 후 현지 알루미늄 패널을 레이저 로봇 절단기로 잘라 아디다스 ‘삼선’로고와 휠라 로고 등을 새긴 신작 ‘알루스(Alus)’를 연작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기에 예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골랐는데 패널의 진화하는 모습이 마치 아이폰의 버전 업그레이드를 연상시키고 그만큼 가격도 달라진다고 하네요. 일단 화면이 커서 인증사진 욕구를 자극합니다.

전시장 안쪽에는 거대한 스크린 장치가 덕지덕지 케이블이 붙은 뒷면으로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 뒤로 들어가니 작가가 2주 분량으로 재생되도록 만든 800여개의 영상 ‘당신의 관심사’가 나오고 있네요. 작가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가십이나 낚시성 링크를 수집하는 봇(bot)을 프로그래밍한 후 채집한 단어를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수집하고 무작위로 뽑아낸 텍스트를 읽는 인공지능(AI)음성이 덧붙여진 작업이라고 합니다. 미국 휘트니비엔날레에 최연소 초청을 받았을 뿐 아니라 신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미디어아트로 주목받는 작가니 공부하는 마음으로 들러봅니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길게 이어지네요.

오랜 대사관거리 유엔빌리지 인근
터줏대감 같은 맛집들 예약 필수

옥수동으로 확장되는 신생 맛집 체크
이 건물 1층에 유명한 이탈리안 스테이크하우스 ‘부첼리’가 있지만 이거 주말은 예약 마감이 빨라 쉽지 않네요. 평일 점심때 한번 도전해 볼만합니다. 아니라면 도보 15분 거리에 옥수동 맛집 ‘로컬릿’도 좋습니다. 제철 채소를 주로 사용한 채식 요리로 유명한 곳이죠. 좌석도 여유있어 점심이나 저녁에 들르기 좋습니다.

멀어서 힘들다면 한남오거리로 나오는 길에 PBG 1호점(구 프린트베이커리 한남점)도 둘러볼 만합니다. 29일 개관전으로 인물이나 동물을 단순한 선으로 만화처럼 재미있게 풀어내는 윤형택 작가 개인전이 열리지요. 디지털 판화 등 에디션을 주로 파는 상점보다는 대중적인 갤러리로 변신해 좀 더 기획전시가 많아진다고 하네요.

한남대로쪽으로 더 내려가다 보면 미국 LA에서 출발한 갤러리 VSF도 강렬한 색감의 작가들 전시가 종종 있습니다.

유엔빌리지 인근과 한남더힐 인근에는 검증된 맛집들이 다양합니다. 이곳 터줏대감 같은 브런치집 ‘팬케익 오리지널 스토리’나 입구 미디어아트가 멋진 한우 버거 맛집 ‘인소울’도 전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장소지요.

박지나, The Palace of Curiosities(2023) Egg tempera on canvas, 120 x 140 cm 디스위켄드룸
동양화에 템페라화 접목 유럽서 더 주목
재독 화가 박지나…디스위켄드룸
배를 채우고 에너지가 남으면 젊은 감각 갤러리도 체크해 보죠. 젊은 컬렉터들이 좋아하는 실력파 신진 작가를 많이 소개하는 디스위켄드룸에서는 박지나 개인전 ‘동쪽에서 뜨는 달’이 7월 15일까지 열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활동하고 이 작가는 그리스로마 시대 조각상과 폐허 같은 공간, 자연이 어우러진 평면구성이 초현실주의 작품 같네요. 색감과 표현력이 뛰어나고 새와 식물 등의 세밀한 묘사가 눈에 들어오네요.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서양 고전회화 재료인 에그 템페라를 채택해 묘한 색감을 완성했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면서 ‘콜렉터스 룸’연작을 시작했다지요. 서양의 ‘분더카머(16~17세기에 유럽에서 유행한 진귀한 물품을 모아둔 공간)’전통 회화와 우리네 책가도를 연상시킵니다. 작가는 유럽 기반 컬렉터층이 넓어지면서 현지 전시 일정이 차고 있어서 언제 다시 한국에 소개될지 모르겠네요.

조용한 유럽 골목가를 연상시키는 이곳에는 브런치 맛집 ‘윤세영 식당’과 ‘빌리지’, 복합문화공간 ‘스튜디오 콘크리트’ 등이 있답니다. 아 패션 좀 아는 분들에게 인기 있는 여성복 브랜드 ‘RECTO’ 쇼룸도 근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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