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반성, 리틀연맹 유승안 회장 "수장으로 너무 죄송"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지난 6월 29일, 리틀야구 관계자로부터 본지에 한 제보가 전달됐다. 12세 이하 리틀야구 대표팀이 미국에 갈 수 없다는 첩보였다.
바로 3일 전, 결승전을 치른 상황에서 자못 엉뚱한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일반 야구팬도 아닌, 미국 윌리엄스포트까지 다녀오면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이가 제보한 것 자체가 심상치 않았다. 이에 본지에서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특히, 아직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홈페이지에서는 아시아-퍼시픽 대표팀으로 대한민국이 그대로 표시되어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했다.
이에 하루 지난달 30일, 2014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부터 선수들을 적극 지원했던 이알참 이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12세 이하 대표팀의 몰수 게임 여부를 묻는 말에 이알참 이사도 "처음 듣는 소리"라며 매우 당황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알참 이사는 이번 예선전에서도 통역 및 각종 봉사로 선수들이 불편함 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부상 선수가 있어 두 명에 대한 엔트리 변경이 있었다. 이를 책자에도 반영했으나 책자 인쇄가 들어가면서 대체 선수에 대한 등번호가 확정돼 책자와 다른 점이 있었다"며 "타이완에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알참 이사는 설명했다.
그런데, 이알참 이사가 파악했던 이 점이 결국은 치명타가 돼 돌아왔다. 부상으로 교체한 두 명의 선수가 다른 팀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리틀야구는 국내 예선을 모두 거치고 최종 우승을 차자한 단일 팀에게 국가대표 자격을 부여하게 되어 있었는데, 올해 팀은 남서울 A팀이었다. 그렇다면 남서울 A팀에서 부상 선수가 발생할 경우 같은 팀 내 다른 선수를 엔트리에 올렸어야 했지만, 남서울 B팀의 선수 두 명을 기용한 것이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특히, 이 점은 연맹 측에서 월드시리즈 주최 측에 '다른 팀이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선수를 엔트리에 등록 가능한지' 여부부터 파악했다면 충분히 예방했을 문제였다.
이알참 이사로부터 다시 전화가 온 것은 30일 오후였다. 정말로 몰수패가 결정되었다는 현지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함께였다. 그러면서 참담해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알참 이사는 5년 전 연맹에서 국제 업무 봉사를 그만두면서도 계속 어린 선수들을 위해 조건 없이 동분서주한 터였다. 그 노력이 물거품 되면서 어린 선수들이 상처도 받았으니 누구보다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연맹에 소속되지는 않았어도 대회 현장을 지켰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선전 사정은 전혀 몰랐는데, 준비 과정을 상세히 물어보거나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죄의식이 든다. 더 답답한 것은 그동안 쌓아왔던 한국 리틀야구의 위상과 땀 흘렸던 아이들의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오간 가운데, 본지에서도 1일 자정을 기하여 단독 보도를 시행,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리고 본 보도를 접한 이후 리틀야구연맹 유승안 회장이 직접 본지에 전화해 왔다. 내용은 무조건 연맹의 책임이며, 본인이 잘 살피지 못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었다.
"정말 어린 선수들에게 면목이 없다. 사연이 어찌 됐든 간에 연맹의 수장이 잘못했다.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연맹을 운영하겠다. 재차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이를 두고 리틀야구 감독들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성적에 지나치게 욕심을 낸 탓"이라고 지적한다. 본래 리틀야구는 취미반 및 정식 선수가 되려는 선수들이 한데 뒤섞여 학업과 병행을 하면서 진행하는 '보통 초등학생들의 경기'다. 연맹이 그런 기본 취지만 잘 지켰어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어린 선수들은 상처받았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이러한 선수들의 상처를 감싸는 것 또한 연맹과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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