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임금’ 勞政 공감대… ‘동일한 기준’엔 해석 제각각 [심층기획-'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필요성 제기 많지만 이해관계 엇갈려
법원도 여러 판결서 원칙 인정했지만
취업규칙·법률상 근거 따라 판례 달라
與, 법안 발의했지만 명확한 기준 미비
전문가 “이중구조 격차 압축 방안 필요”
단순하게 보이는 명제지만,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 같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과 거리가 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간의 격차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직무급에 기반한 임금 체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노동계와 진보 진영에서도 오래전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연봉제와 호봉제가 깊게 뿌리내린 국내 노동시장에선 이 원칙을 두고 벌써부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동일하게 봐야 할 노동과 임금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갈수록 심화하는 이중구조
국내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30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차이는 2015년 122만9000원에서 지난해 159만9000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기준 정규직 근로자가 월평균 348만원을 받을 때 비정규직 근로자는 188만1000원을 받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임시 근로자(temporary workers) 비중을 살펴봐도 한국은 28.3%로 압도적이다. 임시 근로자는 비정규직 중 시간제 근로자, 특수형태 근로자 등을 제외하고 집계하는데, 이웃한 일본은 15.0%, 독일은 11.4%, 영국은 5.6% 수준이다.
이에 앞서 법원도 여러 판결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9년 대전MBC 무기계약직 7명이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의 기본급·상여금 80%만 받는 것은 차별’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무기계약직의 손을 들어줬다.
◆동일한 노동·임금 기준이 관건
관건은 동일한 노동과 임금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야를 비롯해 노동계 모두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그 해석에는 차이가 있다. 통상적으로 노동계가 보는 동일노동의 기준은 같은 사업장인지 여부다. 같은 회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결국 동일한 노동과 임금의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실보다 차이 압축해야”
국민의힘이 발의한 개정안은 동일노동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못했다.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으로 하고 사용자가 그 기준을 정함에 있어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기술했는데, 동일노동에 대한 판단을 근로자대표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적정성은 따져 봐야 한다. 앞서 한국노총은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근로자대표제 강화와 관련해 “법적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아 사용자들이 근로자대표를 임의로 내세워 선임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해 왔다”고 논평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일노동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격차를 벌려) 과도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화 과정에서 각계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자칫 격차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다. 그러면서 “(동일한 노동과 임금에 대한) 기준이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이중구조에 따른) 격차를 압축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상민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일자리 데이터로는 다수가 합의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관련 논의를 위해) 정확한 직무 분석과 임금 통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구성·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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