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락수변공원 '금주령' 첫날 '휑'…시민도, 상인도 반응 엇갈려
상인과 단속반 사이 충돌에 경찰 출동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논 알코올도 안돼요? 된다 그랬는데…."
1일 오후 6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이날 0시부터 민락수변공원이 금주구역으로 전환됨에 따라 음주 단속을 위해 단속반 4명, 지도원 6명 등이 오후 6시부터 시민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갔다.
민락수변공원 6개 입·출구에는 관리요원이 배치돼 금주구역 시행 안내와 술 지참 단속 등에 나섰다. 이와 함께 공원 내 스피커를 통해 안내 방송도 울려 퍼졌다.
민락수변공원의 음주 단속은 입장할 때 술을 지참하지 않도록 각 입구 관리요원에게 맡기고 확인증을 받은 뒤 퇴장 시 해당 게이트에서 다시 술을 받아 가는 방식이다. 다만 소지품 검사, 몸 수색 등에 대한 권한은 없어 술을 반납하지 않을 경우 단순 개봉 시에도 제지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고지힌다.
이날 단속 첫날인 만큼 현장에서는 기준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단속 대상인 '술'은 1도 이상의 알코올(에탄올)이 함유된 음료수이다. 이에 금주지정 구역에서 1도 미만의 논알콜, 제로 맥주 등을 마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제로 맥주, 논 알코올 음료 등을 지참한 시민들에게 잘못 안내가 이뤄져 인근 편의점에서 제로 맥주를 구입한 손님들의 반품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인근 편의점 점주 김동수씨는 "제로 맥주를 사가려는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안 되는 줄 알고 물이나 음료를 권하거나 그냥 돌려보낸 손님도 있다"며 "원래 주말이면 다 팔렸을 양인데 소주만 30박스(1박스 20병)는 반품해야 하고, 평소보다 매출은 90% 가까이 줄었다"고 한숨 지었다.
이날 매출에 타격을 입은 건 편의점뿐만이 아니었다. 삼삼오오 산책을 나온 가족단위 공원 이용객들이 눈에 띄었지만 금주령 소식에 야외 음주를 즐기기 위해 민락수변공원으로 향하던 젊은이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이날 돗자리를 펴고 식음료를 섭취하는 사람들은 10여팀뿐이었다. 금주구역으로 운영되기 전인 직전 주말과 비교하면 관광객과 인근 가게 손님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일주일 전만해도 보도에 길게 줄 서 있던 분식점 앞에서는 손님 한명 없이 휑했다. 또 밤 10시면 각종 음식물, 술병, 배달음식 용기 등으로 가득 찬 쓰레기 묶음 6~7개가 곳곳에 쌓여 있었으나 이날은 구역마다 채 가득 차지 않은 묶음 한개씩만 덜렁 놓여 있었다.
친구와 함께 수변공원을 찾은 20대 김모씨는 "이렇게 조용한 수변공원은 처음”이라며 “금주구역이 됐다고 이 정도로 사람들이 안 올지는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한 때 수영구 보건소 직원과 인근 회센터 상인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흡연 단속으로 촉발된 마찰이었으나 인근 상인들은 "장사가 안돼 속상한 마음에 건물 앞에서 담배 좀 피겠다는데 여기까지 와서 단속을 하냐"면서 "일정 시간 이후부터 음주를 막는다든지, 환경 관리 인원을 늘리는 방법도 있는데 애초에 상인들과 타협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며 억울해했다. 한 상인은 "이곳을 막는다고 다른 데서 술을 안 마시겠냐"며 "20년간 장사하며 상권을 다 만들어놨더니 이게 무슨 경우냐"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근처 슈퍼 상인은 "이 자리에서만 20년 장사했는데, 업종을 바꾸려고 고심하고 있다"면서 "여기 장사하는 사람들 대부분 임대인인데 최소 2년 전에 미리 알려줘야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 대책을 세울텐데 갑작스러운 행정에 거의 자포자기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일부 음식점에서는 금주구역 지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인은 "공원에서 술을 마실 수 없으니 그 분들이 매장에서 술을 드시기 위해 가게로 몰릴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부러 공원까지 오지 않고 관광객들이 광안리 해변 근처에서만 머물다 간다면 결국 우리도 매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 반응 역시 엇갈렸다.
반 게러웨이(Van gerrewey·벨기에)씨는 "해외에서 공공장소 음주에 대해 깐깐하다지만 벨기에만 해도 자판기에서 술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 자유롭다"면서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던 장소적 특색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수변공원에서 자주 밤산책을 즐긴다는 이명선씨(66)는 "올 때마다 술에 취한 사람들, 나뒹구는 술병 등을 보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지속가능한 시민의 공간이 되려면 가족친화적인 공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수영구 보건소에 따르면 밤 11시 기준 술 보관 3건, 술 지참 의심 신고 1건이 발생했고, 과태료 부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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