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차기'로 조명된 피해자 소외…"참여권 강화해야"

"수사기관서 불청객 취급, 정의로운가…의견진술권 부여해야"
대검찰청, 피해자 재판 진술권 활성화 방안 마련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가 재판에 불복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 조명된 가운데 수사·재판 절차에서 형사사건 피해자의 참여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최된 '제2회 대검찰청 형사법 아카데미'에서 김혁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에게 재판 당사자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피해자에게 '물러가 있는 게 좋겠다'고 하는 현 제도가 정의롭다고 일반 시민에게 설득할 자신이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구속에 관한 재판에서 피해자의 의견진술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증거 신청권, 상소권까지 부여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증인·피고인 신문권, 검사의 권한 행사 등에 관한 의견진술권 정도는 충분히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소외 문제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이 항소심의 징역 20년 선고에 불복해 상고하자 피해 여성이 "피해자가 직접 상고하게 해달라"며 국민청원에 나서면서 주목받았다.

독일의 범죄 피해자는 '공소참가 제도'에 따라 형사재판에 직접 증거를 신청하거나 판결에 불복해 상소할 수 있고, 피고인·증인에 대한 질문권이나 재판장 명령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갖는다.

일본에는 피해자 참가 제도가 있다. 살인·성폭력 등 범죄 피해자나 유족이 재판에 참여해 일정한 요건 아래 증인이나 피고인을 신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박상환(35·변호사시험 4회) 인천지검 검사도 "피해자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적극 참석하게 해 피해 사실과 위해 우려를 구두로 소명하는 절차를 마련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양홍석(45·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의 실패와 부족함을 피해자의 적극적 역할론으로 메우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보장할 개선 방안을 마련해 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대 범죄 피해자에게 재판절차 진술권의 자세한 내용을 필수로 안내하고 피해자가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는 의견 진술서의 표준 양식을 만들어 제공한다.

송강(49·29기)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피해자의 권익이 피의자 인권과 마찬가지로 존중받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때"라며 "피해자가 형사절차의 '주변인'이 아닌 '주인공'으로 적극적으로 형사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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