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육성 입단→1군 대체 선발까지…35세 노장 투수, 마운드에서 '꿈'을 던졌다[잠실 비하인드]
[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많이 힘들었죠."
1일 잠실구장. LG 트윈스전에서 팀 승리가 확정되자 더그아웃 뒤에서 묵묵히 짐을 챙기던 김건국(35·KIA 타이거즈)은 이렇게 말했다.
김건국은 이날 1479일 만에 잠실 마운드에 선발 등판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던 2019년 6월 12일. 공교롭게도 당시 상대 역시 LG였다. 당시 김건국은 4⅓이닝 5안타(1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했다. 아웃카운트 두 개만 더 채우면 5이닝을 채울 수 있었지만, 88개까지 늘어난 투구 수가 문제였다. 김건국은 박시영에게 마운드를 넘긴 뒤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집어 던지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5회까지 주어진 임무를 풀지 못한 것도 있지만, 타순이 한 바퀴를 돌면 투구 수가 늘어나며 여지 없이 무너지던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었다.
2021시즌을 마치고 롯데에서 방출된 김건국은 아마야구 코치를 거쳐 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하면서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는 듯 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출전한 시도대항 야구대회에서 건재한 투구를 펼치면서 다시금 프로 복귀의 꿈을 키웠다. 큰 용기를 갖고 두드린 문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지만, 유일하게 KIA만 기회를 허락했다. 지난해 11월과 올 초 두 차례 입단 테스트를 거친 김건국은 '육성 선수' 신분으로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아도니스 메디나의 대체 선발로 1479일 만에 다시 1군 선발 등판했다.
이날 첫 이닝을 삼자 범퇴로 마친 김건국은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구장을 한 바퀴 빙 둘러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고 벅찼다"고 돌아봤다. 그는 "1년 쉬면서 사실 야구를 놓으려 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선 '뭔가 더 할 수 있는데…'라는 열망도 조금이나마 있었다"며 "아내가 많은 힘이 됐다. '네가 꿈꾼다면 한 번 도전해봐, 응원해줄게'라고 말하더라. 사실 가족이 있기에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목표를 더 크게 잡으려 했다"고 밝혔다. "처음 입단테스트 제안이 모두 거절됐을 땐 아내한테 기대어 펑펑 울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KIA에서 '한 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저 기회를 얻은 것에 너무 감사했다"며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것)도 꿈 같다"고 미소 지었다.
입단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육성 신분. 30대 중반의 프로로서 적지 않은 나이, 불안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았다. 어렵게 대체 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기대보다는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할 만했다. LG전에서 김건국의 기록은 2⅔이닝 2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 KIA 벤치가 예정했던 3이닝 이상 투구에 아웃카운트 1개가 모자랐다. 그냥 '대체 선발 다운 성적'으로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 전 끝내기 패배로 9위까지 순위가 떨어진 채 극도로 침체돼 있었던 KIA 입장에선 경기 초반 LG 타선을 상대로 버텨낸 김건국의 역투가 아니었다면 이어진 공격에서의 빅이닝과 역전승도 기대하기 힘든 승부였던 게 사실이다.
롯데 시절 커터와 슬라이더를 주로 썼으나 커맨드가 불안했던 김건국은 이날 레퍼토리에 변화를 줬다. 140㎞ 중반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에 예리하게 꽂으면서 적극적으로 카운트 싸움을 펼쳤다. KIA 서재응 투수 코치는 "잘 버텨줬다. 최소 실점으로 막으면서 제 몫을 다 했다"며 "아무래도 1군에선 퓨처스보다 투구에 힘이 좀 더 들어가기 때문에 3회에 (교체) 타이밍을 좀 빨리 가져갔다.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을 때) '감사하다'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운드를 내려가더라.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안했던 수 싸움과 커맨드를 다잡을 수 있었던 건 롯데 시절 선후배로 인연을 맺은 손승락 KIA 퓨처스 감독과의 인연도 있었다. 김건국은 "손승락 감독님이 '사실 넌 그때 커터나 슬라이더보다 직구가 더 좋았다'고 하시더라. (퓨처스팀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매번 '박살나도 좋으니까, 1회에 10점 줘도 좋으니까 직구 열심히 던지고 후회 없이 오라'고 하신다. 결과가 나올 때마다 '내가 나쁜 투수가 아니구나'라는 자신감도 쌓게 됐던 것 같다.
대체자 역할을 마친 김건국. 어디까지나 임시였기에 향후 1군 동행 여부도 미지수다. 그러나 이날 잠실 마운드에서 보여준 35세 노장 투수의 역투는 KIA에 승리 이상의 울림을 줄 만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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