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승하면 밴드 다시 결성할 거야”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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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을 먼저 밝혀야 한다.
2007년 인터뷰를 보면 투어를 돌고 있던 어느 날 노엘 갤러거가 기타를 치면서 작곡 중이던 곡을 흥얼대고 있었다고 한다.
이걸 우연히 듣게 된 동생 리엄이 "지금 뭐라고 했어? 'So Sally Can Wait?'라고 한 거야?" 이렇게 반응했고, 이걸 그대로 가사에 써먹은 거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우승하면 형한테 전화해서 밴드 다시 결성할 거야." 인스타그램에 리엄이 쓴 대로 될지 한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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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을 먼저 밝혀야 한다. 정확히 6월10일 오후 2시56분이었다. 이제 6월11일 오전 4시까지 몇 시간이 남아 있는지를 계산해본다. 약 13시간 남았다. 그렇다. 13시간 뒤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시작한다. 장소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맨체스터 시티와 인터 밀란이 단판 승부를 펼친다.
맨체스터 시티라. 만약 당신이 축구와 음악을 모두 좋아한다면 저절로 한 밴드가 떠오를 것이다. 바로 맨체스터 출신으로 1990년대를 호령했던 오아시스(Oasis)다. 오아시스의 주축이었던 갤러거 형제의 맨체스터 시티 사랑은 유명하다. 일례로 공연장에서도 “(맨체스터) 시티 팬들 있으면 소리 질러봐”라고 요구할 정도다. 실제로 그들의 곡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원더월(Wonderwall)’은 맨체스터 시티 구장만이 아니라 선수들이 쓰는 라커룸에서도 울려 퍼지는 노래다. 이 두 곡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 속뜻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오아시스 ‘찐팬' 외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먼저 이 곡의 도입부는 명백하게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대놓고 차용한 결과물이다. 한데 존 레넌에 영향받은 요소는 이것만이 아니다. 브리지에 해당되는 “So I start a revolution from my bed" 역시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부부가 펼쳤던 평화를 위한 ‘베드인(Bed-In)’ 시위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 뒤에 등장하는 ‘샐리(Sally)’는 대체 누구인가. 2007년 인터뷰를 보면 투어를 돌고 있던 어느 날 노엘 갤러거가 기타를 치면서 작곡 중이던 곡을 흥얼대고 있었다고 한다. 이걸 우연히 듣게 된 동생 리엄이 “지금 뭐라고 했어? ‘So Sally Can Wait?’라고 한 거야?” 이렇게 반응했고, 이걸 그대로 가사에 써먹은 거라고 밝힌 바 있다. 놀라운 건 ‘돈트 룩 백 인 앵거’의 나머지를 드레싱 룸에 곧장 들어가 완성했고, 당일 공연 1만80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어쿠스틱 라이브로 처음 공개했다고 한다. 그만큼 곡 퀄리티에 자신이 있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원더월’의 경우, 알려졌듯 이후 2집 레코딩에 들어간 노엘이 리엄에게 선택지를 제시해서 리엄이 부르게 된 곡이다. 작곡자인 노엘이 리엄에게 “‘돈트 룩 백 인 앵거’와 이 곡 중에 하나 골라. 다른 하나는 내가 부를 거야”라고 했는데 리엄이 ‘원더월’을 선택한 것이다. 제목 ‘원더월’은 노엘의 당시 여자친구였던 메그를 의미한다는 게 기왕의 해석이었다. 그러나 노엘은 인터뷰에서 “그건 미디어가 뺏어간 거예요. 아내에 대한 게 아니고 자신을 구해줄 상상 속 친구에 대한 곡이라고요”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리엄은 오아시스 해체 후 결성한 자신의 밴드 ‘비디 아이(Beady Eye)’와 함께 아예 맨체스터 시티에 대한 사랑을 담은 곡을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제목부터가 ‘블루 문(Blue Moon)’이다. 축구를 모르는 독자를 위해 설명하면 ‘블루’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이 곡, 히트하지는 못했다. 대신 리엄은 몇 년 뒤 “그의 경력은 끝났다”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솔로로 독립해 대성공을 거둔다.
그나저나 맨체스터 시티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다면 재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단발성 투어 정도는 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엘링 홀란도 자기가 힘써볼 거라고 했다.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각은 6월11일 오후 4시40분. 오늘 새벽 맨체스터 시티가 결국 우승했다. “만약 우승하면 형한테 전화해서 밴드 다시 결성할 거야.” 인스타그램에 리엄이 쓴 대로 될지 한번 지켜보자.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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