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저널리즘, 지역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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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은둔형 청년 실태'에 대한 기사를 썼다.
서울시는 시장이 직접 은둔형 청년을 언급하면서 종합대책을 내놓고 광주시는 지원센터를 설치했는데, 대구시는 실태조사 계획조차 없었다.
한편으론 지역 언론이야말로 솔루션 저널리즘을 적용하기 좋은 조건이라고도 전한다.
어쨌든 지역, 그리고 사람에서 출발해 기사로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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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은둔형 청년 실태’에 대한 기사를 썼다. 교회 동생이 집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취재를 시작했다. 어렵게 당사자 인터뷰를 하고 대구시청과 시의회에 문의했다. 서울시는 시장이 직접 은둔형 청년을 언급하면서 종합대책을 내놓고 광주시는 지원센터를 설치했는데, 대구시는 실태조사 계획조차 없었다. 기사가 나간 뒤 라디오에 출연해 취재한 내용을 전하고 복지관 주최 토론회에서 같은 말을 했다.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았다.
자극적인 사건이 터져야만 지방정부나 관련 기관이 움직일까,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막막하던 차에 책 한 권을 읽었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전 〈미디어오늘〉 대표)의 책 〈문제 해결 저널리즘〉은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이를 ‘해법을 찾는 과정에 대한 보도’라고 정의했다. 해법을 찾는 것 자체보다 더 많은 질문과 실험, 시행착오를 추적하고 기록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언론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할 때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문구에 밑줄을 그었다.
은둔형 청년 기사처럼, 간혹 이렇게 부여잡고 싶은 기사가 있다. 모든 기사를 짊어지고 매일을 살 순 없지만 사람이나 시간, 공간이 눈에 밟히는 기사는 계속해서 어깨에 얹혀 있다. 회사 선배는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그게 쌓여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뻔한’ 말을 조언이라고 해줬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가, 자꾸 마음이 급해진다. 판을 짜서 속도를 내거나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고 싶은 충동과 싸운다. 앞서 소개한 책은 이런 마음에 대해 ‘언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거나 언론인이 직접 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게 오히려 독자를 관찰자로 머물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역 독립언론과 운동은 분리될 수 있나
한편으론 지역 언론이야말로 솔루션 저널리즘을 적용하기 좋은 조건이라고도 전한다. ‘해법의 작은 조각부터 출발하라’는 문구처럼 서울과 비교해 비(非)서울엔 작은 조각들이 널려 있다 못해 발에 챈다. 남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곳을 취재하고 꾸준히 기사를 씀으로써 하나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분명 황무지인 비서울에 더 많다. 사람·돈·공간 모든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관심과 도움이 다가오는 경험을 나는 여러 번 했다. 사람들이 변화와 대안에 목말라 있다고 느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내 고민은 좀 더 복잡하다. 지역 ‘독립언론(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과 운동은 분리될 수 있을까? 기자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경계는 어디쯤인가?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이라는 하나의 조직 안에서도 기자마다 관점과 지향이 다르다. 책은 “솔루션 저널리즘을 지역에서부터 시작해보자”라고 제안하지만, 지역사회 생태계의 빈약함, 공동체의 어려움까지 다루지는 않는다.
책을 덮고서 급한 마음을 덜어냈다. 사실 급해봐야 될 것도 안 된다는 걸 안다. 대구의 사회복지관에서 비(非)구직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미취업 상태) 청년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복지사와 인터뷰 약속부터 잡았다. 꾸준히 은둔형 청년을 발굴해 상담하고, 정확한 타기팅을 통한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이야기를 들었다. ‘시급한 건 실태조사’라기에 함께 다른 지방정부의 방법을 모아보기로 했다. 어쨌든 지역, 그리고 사람에서 출발해 기사로 말할 수밖에 없다.
김보현 (〈뉴스민〉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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