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 한 끼에 ‘3천500원’... ‘배고픈’ 인천 어르신들 [현장, 그곳&]
인천시 “군·구와 협의, 대책 모색”
“하루 한끼 드시는 어르신들에게 고기 반찬이라도 더 드리고 싶은데… 물가가 너무 올라 어렵네요.”
1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 연수구의 한 무료급식소. 어르신 200여명이 줄을 서서 된장국과 김치, 미역무침, 닭볶음탕으로 식판을 채웠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힘든 탓에 집에서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어르신들이다. 일부 어르신들은 허기가 가시지 않는지 추가로 밥과 반찬을 더 받으려 다시 줄을 섰지만 이미 동이 난 식재료 통을 본 뒤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 만난 김기현씨(84)는 “얼마 전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매일 여기서 밥을 먹는다”며 “채소 반찬이 대부분이지만 나에겐 소중한 식사”라고 했다.
같은 시간 남동구의 한 무료급식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어르신들이 오전 10시부터 식판을 들고 대기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의 반찬들도 골고루 영양이 담긴 다양한 식재료 대신 대부분 채소류로 구성돼 있었다. 급식소 관계자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여기서 먹는 1끼가 전부라 좀 영양가 높은 고기반찬을 많이 준비하고 싶지만 물가는 오르고 예산 지원은 너무 적어 운영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인천지역 무료급식소의 1인 식비가 3천500원에 불과해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시와 군·구가 올해 무료급식소에 지원하는 급식비는 1인 기준 3천500원이다. 이는 결식아동급식비(8천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식자재값까지 크게 올라 급식소들마다 빠듯한 살림 속에 힘겹게 어르신들의 식사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기업 등 외부 후원마저 줄어들면서 급식소 운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급식소 문을 닫는 공휴일의 전날에는 즉석밥 등이 담긴 도시락을 미리 제공하지만, 이들 간편식 물가도 크게 올라 언제까지 운영이 지속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남동구의 한 급식소 영양사는 “어르신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를 드리고 싶은데, 1끼 3천500원으로는 밥과 김치, 국 등을 겨우 채운다”며 “영양분 공급이 필수인 노인들을 위한 급식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성숙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급식비가 비현실적으로 낮다 보니 일부 급식소는 외부의 식자재 후원에 의존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며 “어르신들이 1끼라도 제대로 드실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군·구와 함께 급식소를 찾아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대책을 찾을 계획”이라며 “급식비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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