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다가왔지만…물새는 쪽방촌·입 닫힌 빗물받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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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광주 북구 두암동 장열사 주변 무허가 쪽방촌.
이곳 주민 심모(62)씨는 얼마 전 쏟아진 장맛비로 물이 들어찬 집 안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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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주택가선 악취 등 탓에 빗물받이 막아둬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장마철이면 시멘트가 습기를 머금어 집 안으로 뱉어냅니다. 벽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지난달 30일 광주 북구 두암동 장열사 주변 무허가 쪽방촌.
이곳 주민 심모(62)씨는 얼마 전 쏟아진 장맛비로 물이 들어찬 집 안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50여년 전 물샐 틈 없이 지어 올린 집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벽에 금이 가고 바스라졌다. 빗물을 머금은 시멘트는 집 안으로 습기를 토해내기 일쑤였고 이 습기는 빠지지 않은 채 그대로 물이 돼 고였다.
빠지지 않은 물 위로는 곰팡이가 자라났다. 곰팡이가 핀 벽은 비가 그쳤음에도 여전히 축축했다. 적당한 환기시설도 없는 탓에 곰팡이는 온종일 방치되고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고 머리를 대고 누워 잠을 청했던 이곳은 장마철이 되자마자 사람이 지내기 어려운 곳이 됐다.
1967년 경양방죽 매립과 광주시청 준공으로 집을 잃은 30여 가구는 정처없이 떠돌다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다. 당시 주민들은 '이주보상금을 토대로 이곳 땅을 사 나눠주겠다'는 마을 반장의 감언이설에 속아 빈털터리까지 되고 말았다.
주민들은 하는 수 없이 이곳에 불법으로 집을 지어 56년째 지내왔다. 쪽방촌 일대는 시 소유 땅이다.
무허가 쪽방촌인 탓에 행정 당국의 관리에는 예외인 경우가 많다. 도시가스와 상수도관은 여전히 설치돼있지 않으며 비가 오면 물을 흘려보낼 오수관 또한 없다.
자연 재난으로 인한 2차 피해에도 취약한 실정이다. 쪽방촌이 있는 곳은 고지대인 점에 침수 우려는 적지만 누적된 비피해로 인한 붕괴 우려가 높다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집을 보수할 역량이 없는 고령·저소득자가 많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심씨는 "자연 재난으로 주택이 무너져 사람이 다치거나 숨져도 행정 당국에서는 무허가라며 방관할 것인가"라며 "불법으로 지어진 집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남들처럼 좋은 집에서 살 수 없었던 지난날의 우리들을 이제라도 품어 달라"고 하소연했다.
쪽방촌의 사례처럼 광주 곳곳에서는 장맛비로 인한 피해 우려에도 적절한 대책 없이 방치된 모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북구 풍향동 일대 저지대 침수 우려 구간에는 빗물을 받아 오수관으로 흘려보내야 하는 빗물받이가 고무깔개로 막혀있었다.
언제 열려본 적이 있냐는 듯 고무깔개는 빗물받이의 원래 덮개처럼 단단하게 모양이 잡힌 채 굳어있었다. 힘을 줘 열어젖히자 빗물받이 안에서는 독한 악취가 올라왔다.
굳게 닫힌 빗물받이들은 대다수 주택 골목길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보행자들이 무단투기하는 쓰레기들이 빗물받이 안에 쌓여 악취가 빈번하자 이를 막기위해 깔개로 덮어놓으면서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북구 관계자는 "무허가 쪽방촌의 경우 이주를 희망하는 분들에 대한 수요조사를 벌인 결과 큰 동의를 구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이곳에서 발생하는 자연재난과 관련한 1차 피해 수습에 행정당국이 나설 수는 있으나 이후 특별재난구역 선포지역 혜택에는 배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빗물받이의 경우 자생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주기적인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열어둬도 주민들이 다시 닫아두는 경우가 일부 있어 매번 이를 점검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주민들이 내 집앞을 청소한다는 생각으로 빗물받이 관리와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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