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들 폰으로 이것만 봐요”...네이버도 10억원을 쏜다고? [더인플루언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7.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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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까지 뛰어든 ‘숏폼’ 트렌드 분석

네이버가 숏폼(짧은 영상) 서비스에 뛰어들었습니다. 숏폼은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인데요. 외국 빅테크 플랫폼들이 국내 이용자를 빠르게 잠식하자 네이버가 플랫폼 이탈을 막기 위한 유인 서비스로 숏폼을 택한 것이지요.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네이버가 숏폼 생태계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국내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내 영상을 올려 수익화를 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셈입니다. 이번주 <더인플루언서>에서는 숏폼 트렌드 변화와 크리에이터 입장에서의 기회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겠습니다.

숏폼에 출사표 낸 네이버
네이버는 숏폼 서비스 ‘클립’에서 활동할 공식 크리에이터(창작자)를 오는 7월7일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를 모으기 위한 네이버의 ‘당근’은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꽤나 파격적입니다. 이번에 선정된 숏폼 크리에이터는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매달 8개 이상의 세로형 숏폼 영상을 만드는 조건으로 다달이 15만원의 활동비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지원받게 됩니다.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우수 콘텐츠에는 최대 1000만원, 5개월간 총 영상 조회 수가 가장 높은 크리에이터에는 최대 3000만원 등 총 10억원 규모를 보상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네이버는 패션, 뷰티, 레저·스포츠, 핫플, 일상 등 5개 카테고리에서 크리에이터를 모집하고 있는데요. 이는 네이버 블로그를 연상시킵니다. 네이버가 강점을 가진 라이프스타일, 지역 정보 등과 연계해 새로운 한국만의 새로운 숏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네이버 숏폼 크리에이터 모집 광고 <네이버 캡처>
4050도 ‘숏폼’ 할까?
주로 10~20대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숏폼 콘텐츠의 연령대가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숏폼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앞으로 활동할 카테고리를 선택한 후 90초 이내의 세로형 숏폼 영상을 제작해 네이버 블로그 앱이나 네이버TV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통해 업로드하면 됩니다.

네이버는 특허청에 ‘엔클립’(N Clip) 브랜드 상표권도 등록했는데요. 당분간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출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숏폼에 맞춰 네이버 앱이 개편될 전망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숏폼 등을 적용하는 등 하반기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네이버 앱을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콘텐츠 재정비 나선 네이버
‘네이버TV’를 아시나요? 네이버는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네이버TV’ 브랜드를 해당 콘텐츠를 전부 실시간 스트리밍서비스 ‘NOW.(나우)’로 연내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네이버TV 브랜드가 1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인데요. 이미 네이버는 지난해 3월 ‘나우(NOW.)’ 앱을 출시하면서 기존 ‘네이버TV’ 앱을 나우로 합친 바 있죠.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네이버가 동영상 서비스를 비롯해 콘텐츠 전반의 방향성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네이버의 위기감은 ‘슈퍼앱’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검색, 쇼핑, 금융, 뉴스 등 온 국민이 쓰는 앱인만큼 어느 한 영역이라도 놓치면 이용자 록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있는 것이죠.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전국 15∼5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소셜미디어·검색포털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이용하는 숏폼 플랫폼 비중은 유튜브 쇼츠(87.1%)가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인스타그램 릴스(57.9%), 틱톡(34.5%), 트위터(10.2%) 등이 뒤를 이었고요. 또 국내 숏폼 이용률은 지난 1년 사ㅏ이 상승하면서 10명 중 7명꼴로 숏폼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익숙한 ‘숏폼’은 네이버 입장에서는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시장이 됐습니다. 과연 네이버는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클립 크리에이터 모집 나선 네이버 <네이버 캡처>
그래서 숏폼이 뭔데?
숏폼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글로벌 숏폼 이용자수가 10억명을 훌쩍 넘는다는 통계가 있죠. 2021년부터 숏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같은 해 인스타그램은 숏폼 서비스인 릴스(Reels)를 국내에 공시 출시하면서 틱톡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경쟁 신호탄을 쏘아 올렸죠. 미드폼의 강자 유튜브도 유튜브 쇼츠로 출사표를 냈고요.

이제는 넷플릭스 등이 중심이 된 롱폼(긴 영상)과 미드폼(유튜브 등)을 제치고 젊은 세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영상 포맷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숏폼의 인기 요인은 단연 영상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취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들이 10분 미만의 영상을 선호하면서 관련 콘텐츠와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것이죠.

숏폼 영상이 SNS 트렌드로 떠오른 또 다른 이유는 ‘콘텐츠 시청 패턴’ 입니다. 영상 시청 시간은 길어졌지만, 하나의 영상에 체류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 트렌드죠. 콘텐츠 홍수 속에서 효율적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긴 영상보다는 짧은 형식의 스낵 컬처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죠.

이제는 가로 영상이 불편해
숏폼 유행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세로영상’의 대중화입니다. 틱톡, 릴스, 유튜브쇼츠, 모두 숏폼과 동시에 ‘세로’ 영상 형태를 선택하고 있죠. 세로 영상이 숏폼에 적합한 이유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영상을 세로형 스마트폰에서 보고, 가로로 돌리지 않고 위아래로 빠르게 피드를 넘겨가며 영상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칸타(Kantar)가 진행한 한국인 MZ세대의 광고 효과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광고 콘텐츠라도 가로형보다 세로형 영상에 흥미를 느끼는 비율이 17.6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낮은 진입장벽도 숏폼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입니다.

숏폼 영상 콘텐츠는 영상당 길이가 15초 또는 60초 내외로, 긴 길이의 영상 대비 제작의 부담이 덜한 것은 분명합니다.

숏폼 다음은 뭘까?
SNS 업계에서는 숏폼 이후 트렌드가 무엇이 될지에 관심이 모입니다. 동영상서비스와 쇼핑을 접목한 이커머스, 게임, 인공지능(AI)영상 등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구글은 유튜브 웹사이트 또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광고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입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동영상서비스 빅테크들도 이미 동영상과 게임을 접목하는 시도를 해왔죠. 다만 현재로서는 언제 어떤 형태로 서비스가 나올지 미지수입니다.

당분간 크리에이터들의 관심은 숏폼에 머무를 것으로 보입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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