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시애틀 상승세 주도했던 초음속 콤비

김종수 2023. 7.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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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ON 원투펀치①] 게리 페이튼+숀 켐프

 

원투펀치!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수 두명을 묶어서 쓰는 용어다. 확실한 1옵션이 있는 가운데 거기에 근접한 선수의 조합을 말한다. 원투펀치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이른바 시너지효과가 확실해야 한다. 단순히 에이스 두명이 뭉쳤다고해도 이른바 따로국밥으로 놀고 동선이 겹치며 서로 없느니만 못할 경우 원투펀치로 불리기에 부적절하다.


역대급 원투펀치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조합의 경우 그들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었다. 특정 선수가 너무 잘해서 그쪽으로 더블팀을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쪽 선수가 터져버린다. 혹은 둘의 2대2 게임이 너무 좋아서 수비하기가 힘들다는 등 세트로 상대에게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1+1=2가 아닌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해당 팀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조합이나 구성은 가지각색이다. 그간 있었던 원투펀치를 돌아봐도 강력한 포스트 지배력을 지닌 센터와 득점력을 갖춘 테크니션 가드 혹은 윙의 조합, 높이가 돋보이는 트윈타워, 공수겸장 포워드 조합, 슈터와 슈터가 만난 쌍포, 패싱능력이 출중한 포인트가드와 페인트존 결정력이 좋은 빅맨 콤비, 포인트센터와 공격형 가드 등 다양했다.


그렇다면 팬들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시대별 원투펀치로는 어떤 조합이 있었을까? NBA와 KBL을 망라하며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시애틀 상공을 휘저었던 ‘덩크 짐승’ 숀 켐프

1990년대는 글로벌 NBA 황금기의 시작이다. 80년대부터 타오르기 시작하던 인기가 정점에 달한 것은 물론 그 불꽃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던 시대인지라 스타플레이어를 언급하면 끝도 없을 것이다. 일단 워낙 마이클 조던의 위상이 대단했던지라 당시하면 시카고 불스 왕조부터 떠올리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이른바 4대 센터를 비롯 질적 양적으로 우수한 센터 자원이 가장 많았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가운데 놓쳐서는 안되는 포인트가 있으니 파워포워드 포지션 역시 활황세를 누렸다는 사실이다. 기록의 사나이,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우편배달부' 칼 말론(60‧206cm), 언더사이즈 빅맨의 신화 '날으는 냉장고' 찰스 바클리(60‧195.3cm) 등이 대표적이다.


'괴짜', '리바운드의 마왕' 데니스 로드맨(62‧201cm)도 자신만의 개성과 무기를 앞세워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제각각이고 캐릭터적인 색깔도 다르지만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는 레전드 4번들이다. 그런 가운데 당시를 떠올리면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파워포워드가 한명 더 있으니 다름아닌 '레인 맨(Reign Man)', '짐승' 등으로 불리던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전설 숀 켐프(54‧208cm)다.


전성기가 길지 않았던 관계로 말론이나 바클리는 물론 로드맨보다도 커리어가 딸리지만 한창때 보여준 기량과 임팩트만 놓고보면 역대급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정도다. 데뷔팀 시애틀을 파이널에 진출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내세울만 굵직한 타이틀이 없고 자기관리 부족으로 일찌감치 몸이 망가져 버리면서 말년에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좋았을 때의 모습이 강렬해서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은 케이스다.

 


‘공습경보, 공습경보…, 시애틀 상공에 사나운 짐승 한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상대가 쏘는 미사일을 닥치는데로 잡아서 찍어누르고 림 안으로는 고성능 폭탄을 터트리는 중입니다. 크고 힘이 좋은데 빠르고 높이 뛰기까지 해서 잡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나 만화식으로 표현하면 켐프의 플레이는 마치 이런 식이었다. 누구보다도 에너지가 끓어넘치고 보는 재미도 남달랐다.


켐프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단연 덩크슛이다. 최근 팬들이야 ’에어 캐나다‘ 빈스 카터 등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전에는 켐프를 연상하는 이들도 적지않았다. 우아하거나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아주 특별할 것도 없지만 아주 강력하게 림이 부서져라 때려박는 모습에서 원초적인 야성이 느껴졌다. 비슷한 덩크슛을 해도 켐프가 하면 달랐던 이유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일단 덩크슛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포스트 인근에 선수들이 밀집해있어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달려들어가 수비수 머리 위로 과감하게 꽂아 넣었다. 다소 투박해보이지만 은근히 드리블도 나쁘지 않은지라 수비 리바운드후 원맨 속공으로 덩크슛을 성공시키는가하면 동료가 다소 낮게 올려준 패스도 잡으면서 올라가 앨리웁으로 연결할 정도로 탄력 또한 일품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야성을 앞세워 정글 덩크를 펑펑 찍어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 마리 흑표범이 코트를 내달리며 닥치는데로 물어뜯는 듯 했다. 거기에 블록슛 능력도 수준급이었으며 미드레인지 점퍼도 나쁘지 않아 전방위로 팀에 기여했다. 거친 덩커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이런저런 부분에서 고르게 기본 이상의 기량을 보여줬다. 다만 지나치게 뜨거운 피와 파울 관리 미숙으로 인해 파울 트러블에 자주 빠진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초음속으로 움직이고, 떠들어댔던 게리 페이튼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 탑 10에는 안들어갈지 몰라도 명단에 있는 누구와도 승부가 가능한 선수‘, ’더 글러브(The Glove)‘ 게리 페이튼(54‧193cm)에 대한 평가다. 페이튼이 뛰던 당시 리그에는 역사에 남을 빅네임 포인트가드들이 여럿 있었다. 존 스탁턴과 제이슨 키드 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이른바 패스의 달인들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페이튼은 스탁턴, 키드 등과의 맞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닉네임이 말해주듯 페이튼을 대표하는 최고 무기는 수비였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수비센스가 좋은데다 마른 듯한 체형이지만 힘까지 좋아서 마음먹고 수비에 들어가면 어지간한 포인트가드는 숨도 쉬기 힘들만큼 심한 압박에 시달렸다.


다소 삐딱해보이는 표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한 근성은 물론 트래쉬 토크에서 당대 탑으로 꼽힌 인물이다. '페이튼이 막으면 수비 그 자체보다 입 때문에 더 힘들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어쨌거나 포인트가드로서는 매우 드물게 올해의 수비수상까지 받은 슈퍼 디펜더이며 이러한 능력을 앞세워 동포지션은 물론 역대 최고의 선수이자 슈팅가드인 마이클 조던까지 준수하게 막아내기도 했다.

 

 


워낙 수비가 돋보여서 그렇지 공격능력도 좋았다. 무려 7시즌동안 20득점, 8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는 공격형 1번으로봐도 최상급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능력에 비해 3점슛이 아쉬웠지만 페이스업, 포스트업에 모두 능했던지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3점슛 비중이 아주 높은 시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승부욕의 화신 페이튼과 짐승형 4번 켐프의 ’원투펀치‘가 가장 빛난 때는 단연 1995~96시즌이었다. 당시 시애틀은 페이튼과 켐프를 필두로 데틀레프 슈렘프, 허시 호킨스, 샘 퍼킨스, 네이트 맥밀란 등이 함께하며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페이튼과 켐프가 엄청난 활동량으로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가운데 슛이 좋은 슈렘프, 퍼킨스 등이 고감도 3점슛을 펑펑 터트려주었다. 서로간 조화가 잘 맞는 구성이었다.


소닉스는 팀명처럼이나 빠른 속공이 위력적이었는데 거기에 더해 양궁 부대의 위력도 대단했다. 페이튼과 켐프가 3점슛을 주무기로 하지 않음에도 센터 퍼킨스까지 3점슛을 던졌던지라 슛감이 좋은 날은 외곽에서부터 상대팀을 무너뜨려버렸다. 플레이오프 휴스턴전에서 팀 3점슛 20개를 터트리기도 했다. 지금같이 외곽슛이 비중이 큰 시대가 아니었음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수치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시애틀은 하킴 올라주원과 클라이드 드렉슬러의 휴스턴 로키츠를 비롯 스탁턴-말론 콤비가 이끄는 유타 재즈까지 무너뜨리고 마지막 라운드에 진출했다. 상대팀의 원투펀치도 강력했지만 적어도 해당 시즌만큼은 페이튼과 켐프 조합이 더 힘이 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파이널 상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초음속 비행을 거듭하던 시애틀 앞에 높은 바위처럼 버티고 서있던 상대는 정규시즌 72승에 빛나는 시카고 불스였다. 페이튼이 나름 조던을 잘 막고 켐프가 포스트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지만 전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2승 4패로 준우승에 그치고말았다.


앞서 언급한데로 켐프는 전성기가 짧았으며 페이튼은 플레이 스타일상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둘이 제대로 합을 맞췄을 당시의 위력은 역대 어떤 원투펀치 못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변하지않는 사실이다. 과거 시애틀 팬들은 역대 최강의 팀 불스를 상대로 송곳니를 드러내며 치열하게 맞서던 당시의 초음속 콤비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숀 켐프 트위터, 게리 페이튼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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