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25) 통풍 치료 원리 첫 규명…우석대 양갑식 교수

나보배 2023. 7.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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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진쑥 성분으로 치료 메커니즘 규명…세계 상위 2% 연구자 선정도
"한의학도 과학적 검증 중요해져…사회에 유용한 연구 하고 싶어"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석대학교 양갑식 교수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인진쑥의 성분으로 통풍을 치료하는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혀냈으니 관련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석대학교 한의예과 양갑식 교수가 인진쑥과 홍삼, 벌집 등 천연추출물을 이용한 통풍 치료 연구 성과에 관해 설명했다.

통풍은 염증성 질환이다. 맥주나 고기 등을 많이 먹으면 체내에 요산염이 축적돼 급격히 염증이 생기면서 '호랑이가 무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양 교수는 통증을 줄이는 소염진통제는 많았지만 염증을 일으키는 NLRP3 염증복합체를 조절하는 약물은 아직 개발돼있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양 교수는 염증 형성을 억제하는 천연추출물을 연구했고 그 결과 인진쑥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이란 성분이 염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연결고리인 ASC 단백질에 직접 결합해 염증 발현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세계 최초로 통풍을 치료하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양 교수는 "기존 소염진통제 한계를 넘어 통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원리를 찾은 셈"이라며 "막연하게 쑥이 통풍에 좋다는 인식만 있었는데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과 함께 실험 결과 논의하는 양갑식 교수 [촬영 나보배]

그의 연구는 통증 환자뿐 아니라 과학적 메커니즘 구현을 추구하는 한의학계에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한의학은 문헌·역사에 근거한 탓에 오랫동안 '유사 과학'으로 폄훼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한의학 분야도 임상 연구 등을 통해 한약재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지속해 발전하고 있다.

양 교수는 "한의학계는 막연히 '이 체질은 한약에 잘 맞다'는 진단이 아니라 한약의 어떤 성분이 세포와 반응해 몸을 회복하게 만드는지 사실적 근거를 찾는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며 "노력 덕분에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편견도 많이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세계적인 연구 논문 출판 기업인 엘스비어가 진행한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논문의 피인용도에 따라 선정되는데, 상위 2% 연구자 등재는 양 교수의 연구가 질적으로 우수하고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양 교수는 "새로운 분야를 빠르게 연구해야 인용률이 높아진다"며 "연구생 때부터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실어 한의학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인정받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우석대학교 양갑식 교수 [촬영 나보배]

물론 통풍 치료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해서 연구가 마무리 단계인 것은 아니다.

연구의 시작일 뿐 이러한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부작용과 독성 연구 등 수많은 문턱을 넘어야 신약을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앞으로도 염증 조절복합체를 통한 통풍 치료뿐 아니라 약침을 이용한 치료, 한방의약품 등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며 최적의 치료제를 도출하는 데 이바지할 계획이다.

양 교수는 "다행히 한의학에서 사용해온 천연추출물은 오랜 세월 동안 인체에 큰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았던 재료들"이라며 "이미 효과가 있었던 성분을 역으로 과학으로 검증해나가면 되기 때문에 임상시험 성공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 비용이 200억원 가까이 들어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행하긴 힘들지만 다양한 협업을 통해 대학원생들과 함께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연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를 돌볼 수 있는 유용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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