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지금도 빚내 월급 줘" 대출 1000조 자영업자

세종=조규희 기자, 세종=오세중 기자 2023. 7.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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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공정' 최저임금 - 연대과 경고 사이(上)
[편집자주]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매년 되풀이된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연대 의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상'과 경기 침체를 이유로 한 '인하'가 충돌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공정성은 늘 화두가 된다. 머니투데이가 '공정'이란 가치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사회 파급 효과, 미래 방향성을 짚어봤다.
"내년 최저임금 9800원선 결정될듯...노사 함께 살 궁리해야"
①최저임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1만원' 문턱을 앞둔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26% 인상안을, 사용자측은 동결을 주장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꿈꾸는 반면 사용자측은 허용할 수 없는 문턱이란 입장이다. 국제 경기 동향과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 1만원 이하 수준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는 정부 내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고위 인사는 1일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사안임은 분명하다"고 전제한 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산식에 들어가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기타 여러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봤을 때 1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매우 큰 폭으로 최저임금이 올라 산업 전반에 끼친 영향이 적잖고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며 "그간의 상승폭과 내년도 불안정한 경제 여건에 따라 적정 인상률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올랐다. 정부 초기 강력한 드라이브로 16%의 인상률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COVID-19) 여파와 경제 성장률 하락에 따른 속도 조절론에 정부 말기에는 소폭 인상에 그쳤다. 다만 모수가 커진 만큼 인상률이 둔화되더라도 실제 인상 금액이 주는 부담은 비슷하다.

특히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4명중 1명' 비율인 비정상적 우리 산업 구조와 저성장 흐름을 고려할 때 속도조절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측은 올해 최저임금(9260원)보다 26.9% 인상된 수준인 1만2210원을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측은 '동결'을 주장한다.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각각 9명 동수로 구성된 최임위는 통상 근로자와 사용자의 인상 요율이 좁혀지면 표결 절차를 밟는다.

2017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율로 근로자측은 16.4%, 사용자측은 12.8%를 주장했다. 최임위는 근로자측 안을 표결에 부쳤고 통과됐다. 2020년에는 근로자측이 6.3%, 사용자측이 2.87% 인상을 주장했고 사용자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통과됐다.

양측의 인상률이 대개 4~5%포인트범위 내로 좁혀졌을 때 표결에 부쳐졌다. 최임위 관계자는 "정해진 표결 범위는 없지만 양측이 최초 제시안과 수정안 등의 논의를 거쳐 일정부분 범위가 좁혀지면 최임위 차원에서 최종 투표 과정을 밟는다"고 말했다.

끝내 노사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 공익위원은 최종 중재안을 내놓는다. 지난 2014년부터 작년까지 9년간 공익위원 제시안으로 최저임금이 6차례 결정됐다.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 증가률'이라는 산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밖에도 2014년에는 '협약임금 인상률+소득분배개선분', 2018년에는 '유사금로자임금+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분+협상배려분+소득분배개선분'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했다. 이 산식을 감안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은 2~3% 수준, 금액으로 1만원 안팎 수준에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 관련 전문가는 "최저임금이 1만원 돌파 여부에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데 윤석열정부 기간 동안 결국 1만원은 넘을 것"이라며 "다만 현실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설명했다.

"지금 월급도 빚내서 주는데, 어떻게 더 올려요"…자영업자들 절규
②대출 1000조 짊어진 자영업자, 최저임금 감당 못한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최저 임금 인상 → 소득 증가 → 소비 증가 → 경제 성장 → 고용 증가'

임금 상승에 따른 선순환 그림이다. 기업과 근로자 관계만 보면 그럴 듯 하다. 하지만 경제 구조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한국 경제 구조는 복합적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게 대표적 사례다. 중소기업 간판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가족 기업' '자영업 수준의 기업' 인 중소기업이 상당수다.

'최저 임금 인상'이란 아름다운 주문이 '환호성'보다 부담에 짓눌린 '절규'를 불러온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경영자와 노동자가 협의해 결정하는 구조지만 그 후폭풍은 사실상 '을과 을'의 싸움, 고통으로 이어진다.

당장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앞두고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외침이 이어진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대출(1033조7000억원)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2%대 육박했다.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 가운데 더 이상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올해 들어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상승 속도도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빨라졌다.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00%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p) 높다.

연체율 상승폭도 지난해 4분기(0.12%p)나 3분기(0.06%p)와 비교해 크게 뛰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1분기 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4조1000억원)보다 53.7%나 늘었다. 증가율이 4분기(24.2%)의 두 배 이상이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동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과중한 최저임금은 삼중고와 복합위기 속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을 헤어나올 수 없는 적자의 수렁에 빠뜨리고 일자리를 없애는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며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현실을 적극 반영해 최저임금 동결을 반드시 관철시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도 "적자 상황에서 직원을 줄이면 줄이지 어떻게 월급을 더 올려줄 수 있느냐"며 "지금도 빚내가며 월급 맞춰주고 있는 소상공인은 안 보이느냐"고 호소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30일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의 68.6%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고율 인상될 경우 대응책에 대해 '신규채용 축소'(60.8%)나 '기존인력 감원'(7.8%)으로 응답해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영·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도 '최저임금 인상'(55.2%)을 가장 많이 꼽아 중소기업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의 합리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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