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 입단→방출→또 입단→트레이드→방출' 파란만장 35세 "아내 덕분에..."

잠실=김우종 기자 2023. 7. 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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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KIA 타이거즈 투수 김건국이 1일 잠실 LG전에서 1회말 수비 후 동료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아내가 옆에서 응원을 많이 해줘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2006년 2차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유망주. 이후 팔꿈치 부상과 방출, 트레이드 등을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의 35세 사나이가 있다. KIA 타이거즈 투수 김건국. 그가 무려 1479일 만에 선발 등판해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 잠실야구장. LG 트윈스가 앞세운 투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10승 무패를 기록 중인 에이스 아담 플럿코였다. 그리고 이에 맞서 KIA의 연패 탈출 특명을 받고 올 시즌 처음으로 마운드를 밟은 투수. 바로 김건국이었다.

김건국이 선발 등판한 건 2019년 6월 12일 잠실 LG전(당시 롯데 소속) 이후 1479일 만이었다. 1회말 김건국은 선두타자 홍창기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145km)를 꽂으며 상쾌한 출발을 했다. 결국 2구째 홍창기를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문성주를 유격수 땅볼, 김현수를 9구 승부 끝에 내야 땅볼로 유도하며 삼자 범퇴로 1회를 마쳤다.

이어진 2회말. 오스틴을 상대로 유리한 0-2의 볼카운트를 잡고도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오지환을 헛스윙 삼진, 박동원을 1루수 뜬공, 문보경을 2루 땅볼로 각각 유도하며 노히트 피칭을 이어 나갔다.

경기 전 사령탑인 김종국 KIA 감독은 "5이닝 이상 던지면 가장 좋고, 3이닝 정도 책임져 줬으면 좋겠다"면서 "오늘 경기는 불펜 데이 개념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김건국은 사령탑의 바람과는 달리 3회를 전부 채우지 못했다.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우중간 3루타를 허용한 뒤 신민재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신민재에게 2루 도루를 내준 가운데, 홍창기를 우익수 뜬공 처리한 김건국. 이 사이 신민재는 3루까지 갔고, 후속 문성주의 2루 땅볼 때 홈을 밟았다. 다음 타자 김현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진 김건국. 결국 그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김기훈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그토록 밟고 싶었던 마운드를 뒤로한 채 내려왔다.

이날 김건국의 성적은 2⅔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2자책). 총투구수는 46개. 속구 28개, 슬라이더 9개, 커터 5개, 커브 3개, 포크볼 1개를 각각 섞어 던진 가운데, 속구 최고 구속은 147km가 찍혔다. 슬라이더 최고 구속도 140km까지 나왔다. 김건국의 투구를 발판으로 KIA는 4회 대거 5득점을 뽑은 끝에 5-3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KIA는 연패를 '3'에서 끊고, 시즌 30승(1무 37패) 고지를 밟았다.

KIA 김건국이 1일 잠실 LG전에서 1회말 역투하고 있다.
한서초(서부리틀)-청량중-덕수정보고를 졸업한 김건국은 지난 2006년 2차 1라운드 6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입단 계약금은 1억 3000만원. 2007년 1경기에 출장해 1이닝(2피안타 1볼넷 1실점)을 던진 그는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2008년 방출됐다. 경찰 야구단 입단도 불발되면서 의무경찰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제대 후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고, 2013년 5월 3명의 동료와 함께 NC 다이노스로 향했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그는 2013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당시 김진욱 감독이 이끌던 KT 위즈로 팀을 옮겼다. KT 입단을 앞두고 이름도 김용성에서 김건국으로 개명했다.

그러나 KT에서도 단 1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2017년 4월 2:2 트레이드(장시환+김건국↔오태곤+배제성)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롯데에서는 2018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4시즌 동안 87경기(131이닝 66자책)에 등판해 7승 5패 4홀드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2021시즌이 끝난 뒤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고, 지난해 1년이라는 시간을 소속 팀 없이 보냈다. 그랬던 김건국에게 손을 내민 건 KIA 타이거즈였다. 지난 1월 KIA는 "중간 계투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며 뎁스 강화를 위해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날 씩씩하게 다시 자기 공을 뿌리며 팬들 앞에 인사했다.

경기 후 김건국은 "1군 마운드에 오른 것 자체가 오랜만이라 너무 떨렸고 기대도 됐다.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준비했다. 내가 좋은 피칭을 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 임할 때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것에 집중했다. 경기 전 포수 한준수가 속구 구위가 좋다고 이야기했다. 경기에서도 속구 위주의 투구를 했던 게 주효했다. 퓨처스팀에 있을 때도 손승락 감독님과 속구 구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을 했다. 다만 이날 이닝을 길게 가져가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건국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건 바로 아내였다. 김건국은 "1년간 쉬면서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고 힘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옆에 있던 아내가 많은 힘이 돼 줬다. 옆에서 응원을 많이 해줘서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도 공격적인 투구로 KIA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음 투구를 기약했다.

고양 원더스 출신 프로 선수들. 김건국의 개명 전 이름인 김용성(두 번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의 이름도 보인다. /사진=고양 원더스
김건국의 KT 위즈 시절. /사진=KT 위즈 제공
롯데 시절 김건국.
KIA 김건국이 1일 잠실 LG전에서 1회말 힘찬 투구를 펼치고 있다.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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