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통과에도…'하루인베스트 사태' 못 막는다
금융당국, 영업 신고 대상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명시적 제외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드디어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만큼, 법안 시행에 대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뇌관인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이용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듯 투자한 코인을 예치한 것은 투자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여야는 오후 2시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상정해 재석 268인중 찬성 265인 기권 3인으로 의결했다.
이용자보호법의 주된 내용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보험 가입, 준비금 마련 등 의무를 부과해 투자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세조종 등 일명 '마켓메이킹(MM)'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이 때 금융당국에 영업을 신고해야 하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과 사실상 같다.
이용자보호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매도·매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가상자산 매매 및 교환을 중개·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칭한다.
자세한 사업자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됐다. 단, 특금법 시행령에 이미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가 △거래업자(거래소) △보관·관리업자 △지갑서비스업자 등으로 정해져 있어, 이용자보호법상 범위도 해당 범위와 같을 전망이다. 이용자보호법 시행령도 특금법 시행령을 맡았던 금융위원회에서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특금법 시행령에서도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나 '운용 서비스'는 가상자산사업자 범위에서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용자보호법에서도 제외되는 셈이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는 홈페이지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현황을 공개하면서 "가상자산 예치 및 랜딩(대출) 서비스는 특금법상 신고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해뒀다.
이에 최근 이용자들의 출금을 일방적으로 막아 문제를 일으킨 하루인베스트는 규제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루인베스트는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수익을 주는 예치 서비스로, 지난 13일 '파트너사 문제'를 이유로 돌연 출금을 중단했다.
이용자보호법 상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도 특금법과 같으므로, 이번 법안 통과에도 '제 2의 하루인베스트 사태'는 막을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향후 이용자보호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운용사 등을 사업자 범위에 포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특금법 시행령도 함께 손봐야 한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건드리지 않았던 금융당국이 이용자보호법 통과만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금융위가 방향을 바꿔야만 하루인베스트 같은 예치 서비스 이용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금융위의 의지"라며 "시행령에 가상자산 예치나 랜딩 서비스를 사업자로 추가하든,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로 영업을 신고한 델리오처럼 (예치 서비스를) 보관업자로서 규제하든 감독 범위 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루인베스트의 누적 이용자 수는 8만명, 누적 거래액은 3조원에 이른다. 현재 하루인베스트가 언론과의 접촉도 피하는 등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 이용자들이 직접 대표단을 구성하고, 피해 금액을 추산하는 실정이다. 대표단에서 '피해 인증'을 완료한 이용자들의 피해 금액만 15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이용자들까지 고려하면 총 피해 금액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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