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벤츠’ 좋아했는데, 쓰레기 샀다…‘무사고 둔갑’ 침수차, 올해도 역대급 피해? [세상만車]
중고차시장 벌써 ‘유입’
비가오면 침수차 ‘기억’
선무당 상식, 조심해야
인간입니다. 망각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밀어내고 정신적 질서와 안정을 찾게 합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망각이 없다면 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시간이 약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격언도 망각 때문에 나왔죠.
호모 메모리스.
망각은 역설적이게도 기억하는 힘을 키우게 만들었습니다. 살아남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기 때문이죠. 문명도 ‘기억과 기록의 계승’을 통해 발전했습니다.
문명 발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을 살다보면 잊지 말고 수시로 되새김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사회 곳곳에 망각을 악용하는 사기꾼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인천 소래포구 꽃게 바꿔치기, 축제 바가지도 모두 잊지 말고 기억하고 전파하고 개선해야 할 것을 망각한 결과입니다.
잊으면 당합니다.
중고차를 살 때도 망각은 고객을 호갱(속이기 쉬운 손님)으로 만듭니다. 바가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일으킵니다.
장마철 중고차 시장에서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처럼 떠올려야 합니다. 뇌에 못처럼 박아둬야 합니다. 망각하면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침수’ 입니다. “5일 빼고 비 온다”는 장마괴담까지 나온 올 여름에는 차량 침수는 물론 침수 차량을 조심해야 합니다.
반면 침수차를 속아 샀다가는 피해 보상·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사기꾼들이 “나도 모르고 팔았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게다가 작년 여름에 2만대 넘게 발생한 침수차 중 폐차되지 않은 차량들이 중고차 수요가 많아지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호시탐탐 소비자를 노리고 있습니다.
자동차시민연합(대표 임기상)은 침수차 피해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1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역대급 침수차 발생을 망각한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임기상 대표는 “보통 여름에 발생한 침수차는 세탁과 수리 과정을 거친 뒤 가을부터 중고차 시장에 유입된다”며 “지난해 가을부터는 고금리 때문에 중고차 거래가 뜸해지면서 피해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거래 침체로 처분 못한 침수차를 휴가용 중고차 수요가 많아지는 7월에 털어내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올 여름과 가을에는 여느 때보다 침수차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는 출시된 지 1년 정도 된 벤츠 S클래스를 중고차 시장에서 반값 수준인 1억250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중고차 딜러는 무사고 차량이라 자랑했고,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도 문제가 없었죠. 하지만 이 차는 1년 전 장마철에 침수됐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기꾼들은 침수차 10대를 속여 팔아 3억2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B씨는 중고차 딜러에게 400만원을 주고 차를 샀습니다. 딜러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보여주며 침수차가 아니라고 했죠.
차를 몰면서 이상증세를 감지한 B씨는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통해 침수차 판정을 받았죠. 딜러는 B씨의 환불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침수차를 판 뒤 순순히 환불해주는 사기꾼은 사실 없습니다. ‘중고차는 침수, 딜러는 잠수’입니다.
소비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건수를 통해서도 침수차 사기판매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피해 사례는 455건에 달합니다.
차량 성능·상태 불량이 207건(45.5%)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구매자에게 더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사고 정보 및 침수차 고지 미흡은 52건(11.3%)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근거가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역대급 침수차 피해’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차는 1만8289대입니다.
‘수입차 메카’ 강남에 115년만의 역대급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이 내놓은 고급 차량 피해가 컸습니다. 물론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이 내놓은 국산차들도 대량 침수됐죠.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이중 1만4849대는 폐차(말소등록)됐다고 밝혔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에 판매된 침수차는 148대입니다. 개인이 소유 중인 침수차는 3292대입니다.
아직 폐차되지 않은 침수차들은 중고차 시장이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유통될 가능성이 있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침수 피해를 보상해주는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험사에 피해를 접수하지 않은 차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 차량까지 포함하면 지난해에만 2만5000대가 넘는 침수차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침수차를 거래할 때 사실대로 밝힌다면 문제 없습니다. 선택은 구매자 몫이죠. 하지만 물 먹은 침수차는 사면 물 먹는 차입니다. 차는 전자장치와 금속으로 구성됐기에 물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죠.
제대로 거래가 될 일이 없습니다. 제값도 못 받죠. 금전적 피해를 줄이려는 일부 침수차 소유자, 이들에게 차를 산 악덕 호객꾼들이 침수 사실을 숨긴 채 판매하게 돼죠.
‘침수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자차보험 가입자가 ‘자의든 타의든’ 보험사에 접수하는 대신 자비로 수리한 뒤 중고차로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10일 대규모 침수차가 발생한 뒤 온라인 사이트에는 침수차를 좋은 값에 구입한다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폐차 값보다 더 비싸게 사겠다며 시동이 걸리지 않는 침수차를 폐차 금액의 10배 이상 주고 매입했다는 글도 등장했습니다.
문제는 정비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사기꾼에게 되치기 당할 수 있는 구별법도 소개된 것입니다.
일반 소비자는 널리 알려진 침수차 구별법 중 안전벨트에 남은 흔적, 악취, 오물, 녹 등을 확인하는 방법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안전벨트, 악취, 오물로는 어쩌다 어설픈 사기꾼이 내놓는 침수차만 골라낼 수 있을 뿐이죠. 악덕 딜러들은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침수차 구별법을 악용합니다. 침수차를 매입한 뒤 바로 팔지 않고 세척과 정비 작업을 거쳐 침수 흔적을 말끔히 없앱니다.
“냄새나 오물이 없다” “시트 아래에 곰팡이나 얼룩이 없다” “안전벨트가 교체되지 않았고 말끔하다” 등의 말로 침수차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입니다.
어설프게 알려진 ‘선무당 침수차 구별법’ 때문에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죠. 지난해 침수된 차 중 현재까지 흔적을 남기고 있는 차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침수차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구매자가 다시 중고차로 내놓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정밀 점검 없이는 침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우선 중고차를 살 때는 ‘싸고 좋은 차는 없다’고 되새겨야 합니다. 헐값이나 싼값을 미끼로 소비자들 유혹한 뒤 침수차를 강매하거나 다른 차를 비싸게 판매하는 사기꾼들이 많습니다.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 확인은 필수입니다. 침수로 수리 또는 전손 처리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단, 자차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침수차를 좋은 값에 매입한다고 광고를 몰린 업체들도 자차보험 흔적이 없는 차들을 선호했죠.
카히스토리를 보완하기 위해 국토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365 홈페이지를 통해 정비 및 검사 이력,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도 파악해야 합니다.
침수차가 대량으로 발생한 시기에 하체, 시트, 엔진오일 등이 집중적으로 교환됐다면 침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품질을 보증해주는 인증 중고차 매장이나 자체 품질보증 시스템을 갖춘 중고차 기업에서 구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 인증 중고차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렉서스 등 수입차 브랜드만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현대차, 기아 등 국산차 브랜드도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합니다. 인증 중고차는 상태가 좋고 연식도 짧습니다. 대신 가격이 비싸고 물량도 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비 전문가 도움을 받는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비용은 차종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산차 기준으로 10만~20만원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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