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병영터치] 하늘에서도 강한 해병대로 '성큼'…해군서 독립할까
'4군 체제' 윤 대통령 대선 공약…해외 훈련에 상륙기동헬기 처음 참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제2차 세계 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연합군이 유럽을 탈환하는 발판이 됐고, 인천 상륙작전은 6·25 전쟁의 판세를 단숨에 뒤집었다. 바다에서 적지로 병력을 침투시켜 적의 허리를 끊는 전술인 상륙작전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해병대다.
우리 해병대는 20년 전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도 강한 해병대가 되겠다는 꿈이다. 바다에서뿐 아니라 공중에서도 지상으로 신속히 침투해 적 목표물을 제압하는 '공지(空地) 기동' 해병을 향한 변신 노력이 드디어 큰 결실을 이뤘다.
상륙 병력을 재빨리 공중으로 수송하는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ARINEON) 전력화가 완성되면서 목표에 한발짝 다가선 것이다.
여기에 상륙공격헬기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중에서 상륙 병력을 엄호하는 역할인 공격헬기까지 머지않아 도입되면 '뉴 마린'은 양 날개를 모두 달게 된다.
해병대의 변신에 더불어 주목받는 것은 해병대의 독립이다. 육·해·공군의 3군 체제에 해군 휘하에서 벗어난 해병대가 가세한 '4군 체제' 전환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전력화 완료…해병대 "공지 기동 해병대 완성 첫 단추"
6월 말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전력화가 완료됐다. 한국형 기동헬기(KUH-1) '수리온'(SURION)을 기반으로 제작된 마린온은 20여대가 해병대에 배치됐다. 해병대를 의미하는 '마린'(MARINE)과 수리온을 합성한 이름이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상륙 공격헬기 체계개발사업이 시작됐고, 2020년대 후반부터 20여대의 상륙 공격헬기가 전력화될 예정이다. 마린온에 공대공 무장을 더한 해병대 상륙 공격헬기 시제기는 3년 이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는 마린온 전력화 완료에 대해 "공지 기동 해병대 완성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2일 평가했다.
공지 기동 해병대를 지향하는 목표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의미다. 2020년대 후반 상륙 공격헬기까지 확보하면 한국형 공지 기동 부대로서 면모를 갖출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상륙기동헬기 전력화 완료로 해병대의 임무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병대는 "상륙군으로서 전시에 입체 고속 상륙작전 기반을 구축했다는 의미도 있다"면서 "평시 인도적 지원, 재해·재난구조 지원 작전에 더 투입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헬기 전력의 기동성을 바탕으로 작전지역 확대 및 작전 반응시간 단축 효과도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1월 1·2호기 인수를 시작으로 배치가 끝난 마린온은 육상과 해상에서 작전할 수 있도록 수리온에 주로터(헬기 회전익) 접이 장치를 추가하고 기체에 해수 방염 처리를 했다.
비행 중 이물질 제거를 위한 윈드쉴드(전방유리) 세척액 분사장치, 장거리 통신용 무전기, 전술공중항법장비, 보조연료탱크 등도 설치했다.
비행시간은 2시간 이상이며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65㎞에 달한다. 7.62㎜ 기관총 2정을 장착하고 있고 최대 탑승 인원은 9명이다.
마린온 해외 훈련 첫 참가…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 2대 태워 보내
그간 국내 작전과 훈련에 투입됐던 마린온은 해외 훈련에 처음 참가한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던 한국군 오쉬노부대가 육군 기동헬기(UH-60)를 운용했지만, 우리나라가 개발한 병력 수송 기동헬기가 다른 나라 하늘을 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해군과 해병대는 오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호주 북동부 일대에서 진행되는 다국적 연합훈련 '탈리스만 세이버'에 참여하고자 지난달 28일 현지로 출발했다. 마린온 2대도 대형수송함 마라도함(1만4천500t급)에 태워 보냈다. 마라도함은 헬기를 최대 10여대를 탑재할 수 있다.
마린온은 이번 호주 훈련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해병대 대대급 병력 가운데 상륙 병력을 주로 수송하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장거리 원정 훈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해병대로서는 이번 훈련이 실전 경험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우리 상륙기동헬기 성능을 테스트해볼 기회는 많지 않아서다.
여기에다 미국, 호주,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등 15개국이 참가하는 훈련에서 한국산 헬기 우수성도 뽐낼 좋은 기회다. 마린온의 모태는 한국형 기동헬기인 만큼 한국형 기동헬기가 이번에 해외 훈련에 처음 참가한다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의 실사격도 예정되어 있어 'K-방산' 홍보 효과도 기대된다.
해병대 해군에서 독립하나?…해병대 "국가전략기동군이 꿈"
해병대는 자체 항공부대가 없어진 지 48년 만인 2021년 항공단을 창설했다.
당시 김태성 해병대사령관은 "해병대 항공단이 국가전략기동군으로 임무를 수행할 '공지기동 해병대'의 강력한 날개가 되어줄 것"이라며 "해병대의 미래를 여는 첫 비상(飛上)"이라고 감격해했다.
해병대 항공단은 기동헬기 2개 대대와 공격헬기 1개 대대 등 3개 비행대대와 관제대, 정비대로 구성되며, 전시 상륙작전 임무 투입, 국가전략도서 방어, 신속대응작전, 재해·재난지원 등 다양한 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해병대는 1958년 U-6 정찰기 2대와 O-1 정찰기 6대로 항공관측대를 창설해 정찰기 위주의 항공전력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과거 청룡부대에 편성됐던 항공부대는 베트남전에서 1965∼1971년 450여회 1천537시간의 비행기록을 남겼다. 이후 1973년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면서 항공인력 125명과 항공기 23대는 해군 항공대로 흡수됐다.
1987년 해병대사령부가 재창설된 뒤 2008년 해병대 조종사 배출을 시작으로 2014년 해병대 항공병과를 다시 만들어 오늘날 항공단에 이르렀다.
해병대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해군에서 독립해 '4군 체제'로 전환되느냐다. 해병대 독립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2022년 2월 보도자료를 통해 "해병대 사령관도 4성 장군으로 진급시켜 국가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겠다"면서 육·해·공군에 해병대까지 '4군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해병대는 독립하려면 국회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방부와 정책연구를 하고 있다.
해병대가 해군에서 독립하면 현재 중장인 해병대사령관의 계급도 대장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사령관 게급이 대장으로 격상되면 육·해·공군참모총장과 위상이 같아진다. 국군도 육·해·공군·해병대 4군 체제로 바뀌게 된다. 국군의 최고 지휘관인 합참의장도 해병대 대장이 할 수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병대는 명실상부한 국가전략기동군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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