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아이 시신, 영아살해죄 아닌 살인죄 적용된 이유

이가영 기자 2023. 7.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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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자녀 2명을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30대 친모가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당초 친모에게 적용됐던 혐의는 ‘영아살해죄’였지만, 경찰은 ‘살인죄’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경상남도 거제, 경기도 수원, 과천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의 사망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아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지만, 안일하게 대처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경찰은 죄명을 살인죄로 변경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을 고의로 살해한 경우, 두 가지 범죄가 성립합니다. 첫 번째가 ‘살인죄’, 두 번째가 ‘영아살해죄’입니다. 살인죄는 형법 제250조에서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에서 30년까지 징역 부과할 수 있습니다. 영아살해죄는 형법 제251조에서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개월에서 10년 징역까지 징역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형량을 따질 때 영아살인죄는 살인죄에 비해 하한은 60배 낮은 범죄이고, 상한을 비교해도 3배 낮은 범죄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영아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영아살해죄’를 적용하면 안 됩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첫 번째 압수수색 영장 때 이사를 한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란 이유로 법원에서 반려됐습니다. 이후 다시 한번 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검찰이 영장을 청구 해서 이사한 집 냉장고에서 아이들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관련 수사를 통해 영아살해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죄명을 변경해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부족함 없는 수사였습니다. 또 검경이 제대로 협업해 진실을 발견할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같은 생명인데, 왜 이렇게 형량이 낮은가요?

영아살해죄의 규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치정 등에 의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①치욕을 은폐하기 위하여, ②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영아를 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체’도 남남의 관계가 아니라 ‘직계존속’이 살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적 제약’이 있습니다.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에 살해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엔 일반 살인죄보다 비난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형을 낮게 규정한 것입니다.

◇2023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조문으로 보입니다.

맞습니다. 영아살해죄는 1953년 9월 18일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로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먼저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여’라는 규정은 조선시대 여성의 ‘정조’를 강조하던 시대 배경이 그대로 담긴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진 규정입니다. 조문대로 해석하면 고손녀가 부적절한 관계에서 아이를 출생했을 때 고조할아버지가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영아를 살해했을 때도 영아살해죄가 성립합니다. 후진국에 있을법한 ‘명예살인’을 대놓고 인정하고 있는 꼴입니다.

다음으로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에 ‘경제적 곤궁’이 종종 포함되곤 하는데요. 절대 반대합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271조원의 예산을 출생 장려 정책에 투입했습니다. 2022년엔 46조원을 투입했습니다. 2022년 출생 아동수와 출생지원예산 46조를 나누어 보면 영아 1인당 1억 8000만원이 넘는 액수가 투입된 셈입니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곤궁’을 ‘영아살해죄’ 동기에 포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지금 낙태를 전혀 처벌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영아살해죄의 ‘분만 직후’라는 시간적 범위를 확대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하셨는데요.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는데요.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에 대하여 단순 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라고 하면서, “2020년 12월31일까지는 개선 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조항들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정부와 국회 모두 개선 입법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임신 40주에도 진통만 없다면 임신 중단이 허용됩니다. 임부의 전인격적인 결단인 임신 중단이 전적으로 허용되는 수주와 예외적인 조건에서 임신 중단이 허용되는 수주, 마지막으로 태아의 생명 보호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수주를 정부와 국회는 반드시 입법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태아 생명 보호엔 완전히 두 손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영아살해죄의 ‘분만 직후’를 ‘물리적 시간’으로 보지 않고 ‘심리적 시간’으로 확대하면 갓 태어난 영아 생명 보호에도 무관심한 나라가 됩니다.

◇이번 수원 사건을 계기로 아이 생명 보호에 있어 필요한 국의 조치는 무엇일까요?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낙태죄의 입법 개선을 국가가 포기한다면 영아살해죄도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경우엔 살인죄로 의율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18세 미만 아동을 상해, 폭행, 유기, 학대, 체포, 감금 등으로 인해 살해하면 살인죄를 넘어 ‘아동학대살인죄’를 적용해야 합니다. 아동을 지속해서 학대하다 사망에 이르게 할 때 아동학대살인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계시는데요. 아닙니다. 아동을 목 졸라 죽이는 행동은 아동에 대한 명백한 폭행입니다. ‘폭행’으로 아동이 사망했다면 ‘아동학대범죄’고, 이 범죄로 아동이 사망했기 때문에 ‘아동학대살인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아동학대처벌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태아가 출산이 임박한 상태에서 낙태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출생한 아이들 정보는 이미 보건복지부가 알고 있었지만 감사원 감사가 있기 전까지 해야 할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생명 보호에 무덤덤한 나라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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