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쩌렁쩌렁 울린 KIA 선수들의 ‘화이팅’… 이것만 살아있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IA의 경기는 폭염 주의보 속에 치러졌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홈팀 LG 선수들은 일찍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철수했다.
그런데 조용해야 할 그 시점, 드넓은 잠실구장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경기장 도착 이후 외야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KIA 선수단이 낸 소리였다. 선수들은 활기차게 소리를 지르고, 또 박수를 치더니, 또 ‘화이팅’을 외치며 힘차게 훈련을 시작했다. 연패에 빠진 팀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였다.
사실 분위기가 좋은 게 이상한 흐름이었다. KIA는 6월 한 달 동안 7승15패1무(.318)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6월 성적 9위였다. 한때 승률 5할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부진한 6월 성적 속에 승률과 순위가 쭉 미끄러져 6월 말 시점 9위까지 추락했다. 시즌이 많이 남아있다고는 해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KIA 선수들은 분위기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베테랑 선수들이 주도해 후배들의 기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선수들은 하나의 플레이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즐겁게 스트레칭을 마친 선수들은 또 각자 훈련을 할 때는 진지하게 연습을 마친 뒤 경기 준비를 서둘렀다.
일정 동선상 선수들의 스트레칭까지는 보지 못한 김종국 KIA 감독은 취재진의 이야기에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라고 웃으면서 “(분위기는) 선수들이 제일 잘 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분위기) 반전을 하기 위해서, 좀 처지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내심 흐뭇해했다. 그런 에너지를 내부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훈련 중에 아무리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도 경기에서 그 흐름이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3연패에 빠진 KIA는 이날 상대 외국인 에이스자 올해 무패 행진을 이어 가던 아담 플럿코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5-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3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자칫 연패가 길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얻어낸 최상의 결과였다.
1회부터 선수들의 집중력이 빛났다. 박찬호는 1회 2사 후 김현수가 친 타구가 투수 김건국을 맞고 굴절되자 이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 잡은 뒤 다이빙 송구로 타자를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3루 측 더그아웃과 관중석이 뜨거워졌다. 대체 선발로 나선 김건국도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투구를 하며 경기 초반 주도권 싸움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4회에는 올해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던 플럿코를 집중력으로 무너뜨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1사 후 최형우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한 차례씩 플럿코의 공을 본 KIA 타자들이 끈질기게 물고 놓아주질 않았다. 큰 스윙보다는 정확한 콘택트를 위주로 한 스윙으로 야금야금 안타를 뽑아냈고, 결국 4회 5득점이라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모두가 타석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렇게 플럿코라는 큰 산을 넘었다.
1사 1루에서 소크라테스 황대인 류지혁이 연속 안타를 치면서 1점을 얻은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김종국 감독의 대타 작전도 빛났다. 비교적 경기 초반이지만 포수 한준수 대신 좌타 대타 고종욱을 투입해 승부를 걸었다. 고종욱이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타점 2루타를 치면서 경기가 뒤집어졌고, KIA가 흐름을 찾을 수 있었다.
이어 박찬호의 내야안타 적시타, 그리고 최원준의 우전 적시타가 터졌다. 주자들은 안타가 나올 때마다 적극적이면서도 오차가 없는 주루 플레이까지 선보이며 플럿코를 정신 없게 했다. 2군에서 조정을 마치고 올라온 황대인은 3안타를 터뜨리며 분전했다.
그렇게 리드를 잡은 뒤에는 불펜이 나머지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첫 주자로 3회 나선 김기훈을 시작으로 박준표 이준영 전상현 최지민까지 모두 좋은 투구를 하며 간신히 잡은 리드를 지켰다. 김기훈 박준표 최지민은 4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전상현은 5타자를 연속 처리하는 기염을 토하며 KIA 불펜의 기백을 보여줬다. 누구 하나 못한 선수가 없는, 모두의 힘을 합쳐 기이어 연패를 끊어냈다.
이날 승리로 KBO리그 100승을 달성한 김종국 감독의 경기 후 소감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것도, 모든 선수들이 다 자기 자리에서 제 기능을 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연패를 끊으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느껴졌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하면서 “상대팀 에이스가 등판한 만큼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타자들이 4회초 빅이닝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흐름속에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4회를 승부처로 뽑았다.
이어 “김기훈부터 마지막에 등판한 최지민까지 모든 투수들이 제 몫을 다 해줬다. 특히 전상현과 최지민이 3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져줬다”면서 “전반적으로 수비 집중력이 돋보였고,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야수들도 칭찬해주고 싶다”며 황대인 고종욱 등 선수단을 고루 칭찬했다. 선수들이 칭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경기였다. 분위기만 무너지지 않으면, 기회는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 KIA는 전자를 아직 붙잡고 있음을 1일 잠실에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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