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 고기 이렇게 굽고 싶으시죠? 적힌 대로만 따라해보세요
기름진 부위보다 육향 진한 살코기 적합
뚜껑 있는 그릴로 열·연기 가두면 향 배가
단면 잘랐을 때 구멍 없는 숯 사용해야
고기 내부온도 60℃ 도달 상태가 ‘최적’
여름 휴가철을 맞아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제일 기대되는 시간은 저녁 ‘바비큐’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자꾸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아 애먹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 전문가에게 바비큐 잘하는 법을 배워봤다. 먹음직스럽게 익힌 고기와 곁들이면 맛도 건강도 배가되는 각종 농산물도 잊지 말고 준비하자. 우리나라 전통 방식 바비큐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이색 바비큐도 소개한다.
바비큐는 소·돼지 등 고기를 은근한 열로 오래 익혀 요리하는 방법이다. 직화로 고기를 단숨에 익히는 그릴링(Grilling)은 고기가 조금만 두꺼워도 속까지 익히기 어려운데 바비큐는 불이 직접 닿지 않아 겉과 속이 비슷한 속도로 익는다. 이렇게 요리하면 고기 속 콜라겐 성분이 녹으면서 풍미가 살고 촉촉해져 감칠맛이 살아난다.
바비큐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2009년 설립된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 차영기 대표(59)다. 차 대표는 협회를 세운 지 일년 만에 미국에서만 성행하던 바비큐 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 바비큐 대회에서는 고기 굽는 실력, 장비 활용 능력, 고기의 맛·질감·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바비큐 마스터’를 뽑는다. 대회 주최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열정적인 차 대표는 2015년부터 여주대학교 호텔외식산업학과에서 바비큐 역사·이론·실기 등을 가르치고 있다.
바비큐의 정수를 배워보고자 차 대표가 운영하는 경기 화성 ‘샤카스바비큐’ 식당을 찾았다. 차 대표는 “이론보단 실전이죠”라며 식당 뒤쪽에 마련된 잔디밭에서 곧장 바비큐 시범을 보였다. 준비한 고기는 두께 5㎝로 자른 한우 등심과 채끝. 진한 선홍빛을 띠는 살코기 위주의 부위는 기름진 부위보다 육향이 진하고 씹는 맛이 있어 바비큐에 안성맞춤이다.
차 대표는 “추천하는 또 다른 부위는 한우 정강이나, 엉덩이와 다리가 이어지는 설깃살·삼각살 등이다”라며 “우리나라는 화려한 마블링을 가진 기름진 부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직화만 고집해서다. 기름기 적고 조직이 치밀한 부위로 바비큐를 해 먹어야 고기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는 실온에 꺼내둬 5℃ 정도로 맞춰야 한다.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굽기 시작하면 육질이 질겨진다. 소금을 미리 뿌려두면 수분이 빠져 고기가 퍽퍽해지니 밑간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대신 굽기 직전 각종 향신료를 섞어 만든 ‘럽(Rub)’을 고기 표면에 골고루 발라주면 풍부한 향을 더할 수 있다. 럽은 소금·후춧가루·고춧가루·마늘·생강에 손으로 잘게 자른 로즈메리를 추가해 만든다. 호기심에 럽을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 맛본다. 온갖 향이 저마다 코끝을 스치는 듯하더니 결국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차 대표는 바비큐 장비로 뚜껑 있는 그릴을 강력 추천한다. 뚜껑으로 열과 연기를 가둬 고기를 앞뒤로 골고루 익히고 은근한 훈제향을 낼 수 있다. 요즘 대부분 캠핑장·펜션에선 뚜껑 있는 그릴을 구비해놓는다. 혹시 뚜껑이 없다면 솥뚜껑이나 금속으로 된 쟁반으로 그릴을 덮어도 된다.
차 대표가 숯을 조심스럽게 그릴 가장자리에 빙 둘러쌓는다. 가운데에는 절대 숯을 놓아선 안된다고 신신당부한다. 고기 바로 밑에 숯을 놓으면 고기에 불이 직접 닿아 쉽게 타고 그을음이 묻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숯도 종류에 따라 질 차이가 크다”며 “밀도가 높아 단면을 잘랐을 때 구멍이 하나도 없는 것이 좋다. 구멍이 송송 뚫려 있으면 불이 붙었을 때 팡팡 터져 위험하다”고 일러줬다. 그는 “참나무 숯이 가장 좋고 중남미에서 온 숯도 많이 쓴다”고 팁을 줬다.
숯에 불을 붙인 다음 훈연 재료를 추가할 차례다. 향 좋은 연기를 내서 고기에 입히는 것. 숯 위에 잘게 자른 참나무 조각이나 옥수수수염, 옥수수 속대, 왕겨 등을 취향껏 넣는다. 훈연 재료에 따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가령 참나무는 향긋한 향, 옥수수 속대는 구수한 풍미를 낸다. 참나무 조각을 올리자마자 희끄무레한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지체 없이 고기를 올리고 그릴 뚜껑을 닫아 연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후엔 그대로 2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그릴 내부 온도는 100∼150℃로 유지된다. 고기 내부 온도가 60℃에 도달했을 때가 가장 맛있다. 차 대표는 “잘 익은 고기는 절반으로 나눠, 반은 고깃결 반대로 잘라 부드럽게, 나머지 반은 고깃결대로 잘라 씹는 맛을 살리는 걸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소스를 최소화하는 것. 차 대표는 아무것도 찍지 말고 고추냉이 조금만 얹어 맛보라고 귀띔한다. 그 두툼했던 고기가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풀어지며 주르륵 육즙이 흘러나온다. 곧바로 고추냉이가 코끝을 찌르며 기름진 맛을 잡아준다. 차 대표는 “별다른 기교 없이 고기가 가진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바비큐 실력”이라며 “무엇보다 재료를 이해하고 불 쓰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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