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0억짜리 ‘초대형 브릿지론’ 성공한 대륙아주…토지 매매대금 반환채권이 ‘묘수’
강원 레고랜드 사태가 채권 시장을 할퀴고 간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국내 26개 증권사의 업무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의 규모가 1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작년 말 국내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0조6000억원으로, 1년 전(6조9000억원)과 비교해 대폭 증가했다. 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가운데 절반 가량의 만기가 올해 상반기 중 도래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동성 경색 우려에 많은 금융 기관들이 지갑을 닫았고, 위기에 처한 부동산 사업장도 늘었다.
이처럼 부동산PF 시장이 움츠러든 가운데, 최근 51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계약이 성사됐다. 보통 브릿지론 규모가 수백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숫자다. 부동산 PF대출은 크게 본(本)PF와 브릿지론 단계로 나뉘는데, 본PF 시행 전 단기간 자금을 빌리는 것을 브릿지론이라고 한다. 브릿지론이 제때 조달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사업 자체가 전면 백지화되기도 한다.
5100억원짜리 브릿지론을 성사시킨 곳은 중형사인 유안타증권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세브란스병원을 짓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그리고 그 뒤엔 법무법인 대륙아주 인수합병(M&A) 자문팀의 치밀하고 전략적인 법률 자문이 있었다. 강경국(사법연수원 29기), 서경주(변호사시험 8회), 류승호(변시 11회) 변호사가 자문에 참여했다.
◇이례적 규모의 브릿지론…‘사업 무산 시 돈 돌려받을 권리’를 담보로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건립 사업은 인천 송도동 5·7공구 및 11공구 일대 38만평 부지에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송도 세브란스병원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지난 2007~2015년 1단계 사업을 통해 국제캠퍼스 등이 들어섰고, 현재는 병원과 연세사이언스파크 등을 짓는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업 시행사는 인천교통공사·인천도시공사가 지분 51%를 가진 특수목적법인(SPC)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송복개발)이다. 송복개발이 인천경제청으로부터 땅을 사들여 그 위에 병원 등을 짓는 식이다.
이번에 조달된 5100억원은 2단계 사업을 차질 없이 계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돈이었다. 지난 9일 제3차 브릿지론의 만기가 도래한 만큼 본PF로 전환하기 전 한번 더 자금을 조달해야만 했다. 당초 시행사 송복개발은 올해 4월 전까지 본PF로 전환하고자 했으나, 결국 브릿지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초까지 브릿지론 조달을 완료해야 했던 만큼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다고 한다.
문제는 송복개발이 대주단에 담보로 제시할 만한 실물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당장 매출을 내지도 못하니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을 수도 없었다. 이에 송복개발은 토지매매대금반환채권을 담보로 브릿지론을 약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송복개발은 앞서 제3차 브릿지론을 조달해 토지 매도인인 인천경제청에 토지대금을 완납했는데, 만에 하나 개발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인천경제청에 “이 매매대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권리를 갖고 있었다.
이번 브릿지론은 이 청구권 자체를 담보로 삼았다. 쉽게 말해, 향후 사업이 무산돼 토지매매 계약이 해제된다 하더라도 토지대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해서 매매대금을 돌려받아 대주단에 다시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5100억원은 이자 및 금융비용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며, 청구권을 담보로 약정한 금액, 즉 사업 무산시 대주단에 돌려줘야 할 돈은 3670억원이다.
◇“유동성 경색 국면에서 초대형 브릿지론 성사”
대륙아주 변호사들은 브릿지론이 성사되기까지 금융구조 법률 검토, 대주단 질의 대응, 계약서류 작성 등 전과정에 걸쳐 자문에 응했다. 특히 이번 브릿지론은 실물을 담보로 한 대출이 아니라 장래 채권을 담보로 건 만큼, 향후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도 있기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었다.
서 변호사는 “토지대금반환청구권은 확실한 실물자산을 담보로 건 채권이 아니라, 미래에 계약 해지 등 매매대금 반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장래채권”이라며 “흔히 쓰이는 방법도 아니었기에, 대주단에서 굉장히 많은 질의를 받았고 철저한 법률 검토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법적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토지 매도인인 인천경제청이 직접 나섰다. “채무를 불이행하면 토지매매대금을 대주에게 직접 반환하겠다”는 협약을 대주단과 직접 체결했고, 그 덕에 브릿지론이 성공적으로 조달될 수 있었다고 한다.
서 변호사는 “부동산PF 시장의 유동성이 아직 경색된 상황에서, 실물 담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를 넘어 초대형 브릿지론을 성사시켰다는 데 이번 자문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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