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감독이었는데...', 돌연 코치로 돌아온 사령탑들[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7.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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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팀을 이끄는 수장이자 스포츠 지도자들의 꽃으로 불리는 '감독'. 한국 프로스포츠의 수많은 코치들은 프로팀 감독을 맡기 위해 오랜 기간 지도력을 연마한다.

하지만 이미 프로팀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경력이 있음에도 다른 감독의 코치로 들어가는 사례도 종종 있다. 코치에서 감독이 되거나, 전직 감독이 다른 팀의 새 사령탑으로 오르는 것에 비해 훨씬 이례적 행보이기에 팬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왼쪽부터 프로농구 이상민, 프로야구 조원우, 프로축구 이기형. ⓒKBLⓒ스포츠코리아ⓒ프로축구연맹

▶'삼성 최장수 감독' 이상민, KCC 코치로 프로농구 복귀

지난 6월26일, 프로농구 전주 KCC는 이상민 전 서울 삼성 감독과 2년 계약을 맺고 '코치'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KCC 구단은 "코치진 보강 차원에서 이상민 코치를 영입했다"며 "이 코치의 경험과 노하우가 KCC의 우승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부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이상민 코치는 1997년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에 입단해 1997~1998시즌과 1998~1999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면서 현대-KCC 왕조를 구축했다. 이후 2007년 KCC가 자유계약선수(FA) 서장훈을 영입하며 보상선수로 삼성으로 떠났고 2010년 은퇴했다.

이상민 코치는 2012년부터는 삼성에서 코치로 활동하다 2014~2015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8년 동안 삼성의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정규리그 최하위(7승27패)라는 부진한 성적표와 천기범의 음주운전 사고 등 선수단 관리 부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감독 시절 통산 승률은 0.399로 8시즌 동안 401경기에서 160승241패를 기록했다.

이상민 코치가 삼성 사령탑으로서 걸어온 여정의 결말은 좋지 않았지만 그가 삼성 구단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이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2016~2017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준우승까지 거뒀다. 이 정도의 감독 경력이 있음에도 코치 신분으로 코트에 돌아오니 팬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상민 코치는 "전창진 감독이 전화로 'KCC에 와서 재밌게 해보자'고 제안했다"며 코치직 승낙 이유를 밝혔다.

물론 현재 프로농구 사령탑 중에도 감독직을 지낸 후 다시 코치로 활동한 인물들이 있다. 2022~2023시즌 안양 KGC의 통합 우승을 이끈 김상식 감독은 2008~2009시즌 대구 오리온스의 사령탑으로 프로팀 정식 감독 데뷔를 이뤘지만 2012~2014년에는 삼성의 수석 코치를 역임했다. 울산 현대모비스 조동현 감독 역시 2013~2015년 현대모비스 코치로 있다가 2015~2018년에 부산 kt 감독을 지냈다. 이후 2018~2022년에 다시 현대모비스 수석코치를 하다가 직전 시즌 현대모비스 감독직을 맡는 코치-감독-코치-감독의 행보를 보였다.

전주 KCC 이상민 코치의 서울 삼성 감독 시절. ⓒKBL

▶5년 만에 감독-수석코치 서로 바뀐 프로야구

프로야구에서도 감독 출신 코치들을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인물로는 두산 베어스의 김한수 수석코치. 김 코치는 현역 선수 시절 삼성 라이온즈의 원클럽맨으로서 많은 삼성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삼성 코치를 거쳐 2017~2019년 삼성의 감독직을 지내다 이후 3년을 야인으로 지냈다. 그러다 또 다른 삼성 레전드이자 후배인 두산 이승엽 신임 감독의 부름을 받아 두산 수석코치로 합류했다.

삼성의 전설적인 타자 출신 두 명이 지난 시즌 9위에 그쳤던 두산의 부활을 꾀하게 된 것. 이승엽 감독과 김한수 수석코치가 힘을 합친 두산은 6월28일 기준 33승1무34패로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를 기록했다.

프로야구팀 감독 출신 현역 코치는 또 있다. 바로 SSG 랜더스의 조원우 수석코치. 조 코치는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의 수석코치직을 수행하던 2015년 10월 돌연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2011~2012년에 수비코치로 있었던 롯데에 3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것. 이후 2018년까지 롯데를 지휘하면서 2017년에는 정규리그 3위로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2018년 7위를 끝으로 롯데 사령탑에서 물러난 조원우 전 감독은 2020년 11월 SK 2군 감독으로 돌아온 후 2023시즌부터 SSG 수석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원우 코치가 롯데 감독일 때 김원형 현 SSG 감독은 롯데 수석코치(2017~2018)였다. 2023년 서로의 위치가 바뀐 상황이다.

이외에도 양상문(롯데 감독→LG 투수코치), 이순철(LG 감독→우리 히어로즈 수석코치), 한대화(한화 감독→KIA 2군 총괄코치) 등 프로야구에서 감독을 지낸 후에도 코치로 활동한 사례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과 비교했을 때 서로 보직이 바뀐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왼쪽)과 조원우 수석코치. ⓒ스포츠코리아

▶감독 출신 코치가 한 팀에 2명, '슈퍼 코치진' 프로축구

프로축구 K리그의 부산 아이파크는 '슈퍼 코치진'을 결성한 전력이 있다. 2019시즌을 앞두고 2부리그에 있던 부산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덕제 감독은 노상래 공격코치와 이기형 수비코치를 코칭스태프로 데려왔다. 당시 이 영입은 프로축구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노상래 코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당시 1부리그 팀이었던 전남 드래곤즈 감독직을 맡았다. 이기형 코치 역시 2017~2018년에 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을 지냈다. 1부리그 팀 감독 경력이 있는 인물 두 명이 2부리그 코치로 부임하게 된 것. 현역 선수 시절 '부산 원클럽맨'이었던 조덕제 감독이 친정팀의 명가 재건을 꿈꾸며 노상래-이기형 전 감독을 설득하며 결성된 슈퍼 코치진이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코치진을 구성하게 된 부산은 2019시즌 K리그2(2부) 정규리그 2위를 거둔 데 이어 K리그1(1부) 11위 경남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합산 2-0으로 이겨 4년 만의 1부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프로 감독 경력 보유자 3명이 뭉친 부산의 슈퍼 코치진이 결성 첫 시즌부터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쓴 이야기의 결말은 '새드엔딩'이었다. 2020시즌 부산은 K리그1에서 연패를 거듭하며 12개 팀 중 최하위로 주저앉았고 결국 조덕제 감독은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9월 사퇴하며 슈퍼 코치진이 해체됐다.

이후 이기형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10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부산은 1부에 잔류하는 듯했다. 하지만 부산은 마지막 2경기에서 인천과 성남에 연달아 패해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며 K리그 기업구단 최초로 1부 승격 1년 만에 2부로 강등되는 굴욕을 맛봤다.

2019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함께할 당시 왼쪽부터 이기형 코치, 조덕제 감독, 노상래 코치.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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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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