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8세 유격수가 가야 할 길…AVG 0.269만큼 운동능력과 센스 ‘그래야 박찬호’[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개척했다. KIA 유격수 박찬호(28)에게 요구되는 건 단순히 2안타, 혹은 타율 0.269가 아니다.
박찬호는 5~6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5월 타율 0.381에 12타점 12득점, 6월 타율 0.218에 1홈런 9타점 6득점이었다. 6월에는 수비와 주루에서도 실수가 종종 있었다. 공수주 겸장 유격수이자 타이거즈 특급 유격수답지 않았다.
그래서 1일 잠실 LG전은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2개의 안타를 쳐서, 연이틀 멀티히트로 타율을 0.269까지 올려서 고무적인 게 아니었다. 수비와 주루에서 좋은 운동능력과 센스로 KIA의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렸다.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LG 김현수 타석. 유격수 박찬호는 2루 정위치로 이동했다. 2루수 류지혁은 우측 외야로 나갔다. 3루수 김도영이 유격수 위치로 가면서 우측 시프트 구축. 김현수의 빗맞은 타구가 느리게 박찬호 방면으로 굴러갔다.
그런데 KIA 선발투수 김건국이 타구를 따라가다 글러브를 댔다. 타구를 수습하지 못했고, 타구는 1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 박찬호가 침착하게 타구 방면으로 이동했다. 완전히 포구할 시간은 없었다. 대신 재치 있는 글러브 토스로 공을 1루수 황대인에게 배달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생산.
주루에서도 좋은 플레이가 있었다. 4회초 대타 고종욱의 역전 2타점 우선상 2루타가 나온 이후였다. 박찬호는 2루수 방면으로 1타점 내야안타를 날렸고, 최원준의 1타점 우전적시타에 3루에 들어갔다. 후속 김도영이 삼진으로 물러날 때, 최원준의 도루 스타트가 늦었다.
이때 3루 주자 박찬호가 센스를 발휘했다. 의도적으로 페이크 스타트를 끊어 LG 내야진의 시선을 흐렸다. 어쨌든 박찬호는 발이 빨라 누상에 있으면 내야진이 시선을 뗄 수 없다. 실제 LG 내야진이 3루로 공을 연결했고, 그 사이 최원준이 안전하게 2루에 안착했다. 물론 박찬호는 여유 있게 3루로 귀루했다. 추가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박찬호의 좋은 팀 플레이였다.
타자가 매일 안타를 치고 도루를 하고, 호수비를 하긴 어렵다. 안타를 못 칠 수도 있고, 실책도 할 수 있다.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매일 자신의 장점을 꾸준히 발휘해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안타를 못 쳐도, 이런 식으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박찬호는 주루센스와 스킬, 기동력을 고루 갖춘 선수다.
사실 박찬호는 지난달 28일 광주 키움전서 5-5 동점이던 7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볼넷을 골라냈다. 후속 김도영 타석, 초구부터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키움 불펜 원종현이 스트라이크를 많이 못 넣고 있다는 점, 김도영의 타격감이 좋다는 점에서 성급한 시도였다. 물론 김종국 감독은 다음날 ‘레드라이트’가 아니었다며 도루 실패를 탓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도루 실패로 경기흐름이 미묘하게 키움으로 옮겨갔던 건 사실이다. 당시 그 누구보다 박찬호가 가장 아쉬워하는 모습이 중계방송 화면에 잡혔다.
좋은 플레이도, 좋지 않은 플레이도 나올 수 있다. 좋지 않은 플레이 이후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 박찬호가 웃어야 KIA 내야도 안정되고, 타선도 힘을 받는다. 스스로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줬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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