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이 감옥에 있었다…'화성 연쇄살인' 엉터리 수사, 억울한 누명[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3년 전인 2020년 7월 2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의 재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경기남부경찰청(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80~1990년대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라고 밝혔다. 화성 연쇄살인의 첫 사건이 발생한 지 34년 만에 범인의 정체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앞서 경찰은 2019년 미제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감정을 의뢰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다른 살인 사건으로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무기징역)이던 이춘재를 용의자로 특정, 재수사에 돌입해 이춘재의 자백을 받아냈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들과의 면담에서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 지역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이 자신의 범행이었다고 자백했다. 이 과정에서 이춘재는 살인 말고도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죄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또 이춘재는 화성 연쇄살인에 포함되지 않은,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또 다른 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해자 유류품에서 나온 DNA 증거 등을 토대로 이춘재가 총 14명을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재수사를 통해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춘재라는 것을 확인한 수사 당국은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사과도 있었지만, 무리한 수사로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배용주 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춘재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과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보신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과거 경찰은 이춘재가 벌인 연쇄살인의 일부 사건의 용의자로 이춘재가 아닌 다른 남성들을 지목해 수사했다. 이들 중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용의자로 몰린 윤성여씨는 당시 경찰의 폭행 및 고문을 견디다 못해 허위 자백했고,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9년 가석방 된 윤성여씨는 경찰의 재수사 소식에 2019년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후 1년 뒤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도 윤씨를 향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당시 검찰은 "재판부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과거 윤씨의 수사를 담당했던 2명의 검사는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란 오랜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윤성여씨)과 그의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용서를 구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윤성여씨는 수사 당국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용서하고 싶다"며 "제가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어도 성경을 보면 용서하란 구절이 나온다. (관련된) 모든 사람을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재수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춘재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춘재와 총 52회 면담을 진행하며 범행 동기 등을 분석했다.
이후 경찰은 "개인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가학적 형태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이춘재는 23세부터 강간 범행을 시작했고, 불과 4년 7개월 만에 14명을 살해했다. 심지어 이춘재의 성폭행, 살인 피해자 목록에는 그의 처제까지 포함됐다.
또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이춘재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우월감을 느꼈으나 제대 후 같은 감정을 느낄 기회가 사라지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찰은 "이춘재는 (군에서) 탱크를 운전하는 기갑병으로 근무했다"며 "자신이 탱크를 몰고 앞으로 전진하고 뒤에 부대원들이 따라오는, 자신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우월감과 희열감을 경험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대 얘기를 할 때면 (이춘재는) 기분이 좋아져 즐겁게 떠들고는 했다"며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희열감을 느꼈고, 이런 것들이 (성폭행 등) 범행할 때도 표출됐다고 프로파일러들이 분석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독방에 갇힌 이춘재가 자신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흥미를 보였고, 심지어 즐기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춘재가 교도관에게 언론 보도가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묻는 등 관심받고 싶어 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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