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보다 내실 다지는 삼성SDI, ESS·전고체로 승부수

정재훤 기자 2023. 7.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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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삼성SDI는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해외 사업장 확장보다는 자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SDI는 장기적으로 ESS(에너지 저장 장치),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목표다.

삼성SDI의 배터리 브랜드 PRiMX(프라이맥스). /삼성SDI 제공

◇ 경쟁사 대비 수익성 높은 삼성SDI, 투자도 현금으로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창사 이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당초 발행 예정액은 5000억원이었으나,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 약 4조72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두 배 증액한 1조원 발행을 확정했다. 1조원 중 9000억원은 합작법인(JV) 투자 자금으로, 1000억원은 양극재 등 원재료 구입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물적분할(모회사가 특정 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이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된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10조원 안팎의 현금을 거의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만 글로벌 배터리 생산 관련 설비투자(CAPEX)에 6조30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50% 이상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온도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로 2조원을 수혈했고,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1조2000억원)·MBK컨소시엄 및 SNB캐피탈(1조2400억원)·유로본드(1조2000억원)·현대차 및 기아 차입금(2조원) 등에서 투자금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최대 92억달러(1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정책지원자금을 잠정 확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SDI는 자금 조달 없이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삼성SDI는 지난 4월 미국 GM과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약 3조9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자체 보유 현금 등으로 투자 금액을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확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사업 기조를 가진 삼성SDI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9%로 LG에너지솔루션(4.7%), SK온(적자)보다 높다. 올해 3월말 기준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80.05%로 LG에너지솔루션(84.6%), SK온(211.5%)보다 낮다. 1분기 현금성 자산도 2조8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8.5%(6363억원) 늘어난 상태다.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서 삼성SDI가 ESS 제품 SBB(Samsung Battery Box)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SDI 제공

◇ R&D가 강점… ESS·전고체서 ‘초격차’ 노린다

R&D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삼성SDI는 ESS 부문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있고, 향후 상용화될 전고체 배터리에서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작년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1조원이 넘는 금액(1조76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8761억원을, SK온은 234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삼성SDI는 최근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서 ‘삼성배터리박스(SBB)’를 최초 공개했다. 이는 ESS에 들어가는 내부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박스 형태로 미리 담아둔 제품으로,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또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해 전체 배터리 용량(3.84㎿h)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이는 약 400가구의 하루 전력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는 용량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ESS 부문 매출은 2020년 1조3000억원에서 작년에 2조1000억원까지 늘어났고, 올해는 전년 대비 30% 늘어난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삼원계 ESS 시장의 강자인 삼성SDI는 올해부터 서구권에서 ESS 성장이 본격화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경기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착공했고,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은 무음극(Anode-less) 기술로, 초기 상태에는 음극재가 없다가 충전 시 음극이 생겨나는 구조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이를 통해 덴드라이트(음극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나뭇가지 형태의 리튬 결정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신규 공법 등을 시험한 뒤,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삼성SDI 글로벌 연구·개발(R&D) 연구소 네트워크. /삼성S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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