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민락수변공원 금주 첫날, 회센터 울고 주변 상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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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7시30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도로.
공원 내 금주 단속 첫날, 수영구 공무원과 인근 상인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부산 수영구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민락수변공원 일대 금주 단속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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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0시 수변공원 파장 분위기지만
인근 상가 발 디딜 틈 없이 '불야성'
"공원에서 배 채우고, 상가 가서 술 한잔 할 것"
1일 오후 7시30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도로. 공원 내 금주 단속 첫날, 수영구 공무원과 인근 상인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상인 십여 명이 단체로 뛰쳐나와 강력히 항의하며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한때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시작은 한 횟집 상인이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공무원이 제지하면서였다. 회센터 상인 A(50대) 씨는 “한창 일할 시간인데 금주 공원 지정으로 손님이 뚝 끊겨 속이 타서 담배 좀 피웠다”며 “고성방가와 쓰레기 문제라면, 12시 이후부터 술을 못 먹게 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무조건 못 마시게 해 상권을 죽여 놓으면 어떻게 하나”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 수영구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민락수변공원 일대 금주 단속을 시작했다. 구는 출입구 6개마다 공무원 약 5명을 배치해 금주 단속 시행을 안내했고 거리 곳곳에는 금주 공원 지정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술을 가져오면, 출입구에서 술을 맡겼다가 나갈 때 찾아가는 방식이다.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과태료 5만 원이 부가될 수 있다. 수영구 관계자는 “이날을 대비해 물인지 술인지 구별할 수 있는 알코올 농도 측정계와 알코올 호흡 측정기 등을 구비했다”며 “단속 첫날이라 혼란이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부분 금주 공원으로 정해진 걸 알고 술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변공원을 찾은 시민은 금주 공원 지정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플리마켓과 클래식 공연도 열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성소망(33·울산 거주) 씨는 “수변공원은 헌팅포차처럼 시끄럽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조용히 쉬다 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남경민(22·대구 거주) 씨는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면서 앉아 있을 수 있어 좋았지만, 술안주로 먹던 김치전 가게에 손님이 없어 사장님 표정이 어두운 걸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밤 10시께 수변공원 일대를 돌아보니, 방문객들이 돗자리를 접고 하나둘 일어서는 파장 분위기였다. 과거 새벽 2시를 넘겨서도 술판이 이어지던 것과는 달라진 풍경이었다. 일어날 채비를 하던 김미연(51·해운대구 거주) 씨는 “고성방가나 배달 오토바이 소음이 사라져 차분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며 “배도 채웠으니 근처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하고 들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민락항을 기점으로 조용한 수변공원 일대와 달리 인근 아파트 1층 상가와 밀락더마켓 등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민락 더 마켓’ 앞은 대낮처럼 사람이 북적였고 가게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미어터졌다. 거리에는 음악 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금주공원에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술은 인근 상가에서 먹는 ‘풍선효과’가 빚어진 셈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민락항 너머 상권 일대를 둘러본 수변 공원 상인 표정은 한층 어두워졌다. 가게 앞에 앉아 휴대전화만 보던 B (60대) 씨는 “주말에는 김치전 300장은 나가야 하는데, 오늘은 10장도 못 팔아 남은 반죽이 한가득이다”며 “지역 상권과 상생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구청이 우리는 죽이고 저쪽은 살려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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