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우주 비밀을 찾아서'…유클리드 망원경 우주로
한달 후 150만㎞ 제2 라그랑주점 도착…2029년까지 우주관측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주의 95%를 차지하지만 인류 과학의 접근을 거부하며 우주 최대 비밀로 남아 있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암흑물질(Dark matter) 정체를 밝혀줄 유럽우주기구(ESA)의 유클리드 우주망원경(Euclid Space Telescope)이 발사됐다.
2일 오전 0시 12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우주 최대 미스터리인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비밀 규명을 주 임무로 한 대형 프로젝트다.
ESA는 이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고대 그리스 수학자로 '기하학의 아버지'인 유클리드에서 따왔다. 유클리드는 앞으로 한 달간 비행해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점(L2)에 도착, 7개월간의 시험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2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우주망원경이 안정적으로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지점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도(JWST) 현재 이곳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ESA가 약 15억 달러를 투입한 유클리드는 높이 4.7m, 폭 3.5m, 반사경 1.2m, 무게 2톤(t)으로 크기는 JWST보다 훨씬 작다. JWST는 가로 20m, 세로 14m, 반사경 6.5m로 인류가 개발한 우주망원경 중 가장 크고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하지만 유클리드가 수행할 임무는 JWST나 허블우주망원경(HST)보다 절대 작지 않다. 유클리드는 우주 탄생과 발전의 비밀을 밝혀줄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클리드는 제2 라그랑주점 도착 후 7개월간 시험가동 후 2029년까지 두 가지 관측 장비를 이용해 하늘의 3분의 1 이상에 걸쳐 퍼져 있는 최대 20억 개의 은하 관측 정보가 담긴 사상 최대의 3D 우주 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유클리드에는 대형 '가시광선 관측기'(VIS)와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NISP) 등 두 가지 관측장비가 실려 있다.
허블우주망원경보다 200배나 넓은 시야각을 가진 가시광선 관측기는 100억 광년 밖의 빛까지 포착해 은하 지도를 작성, 138억년 전 '빅뱅'(Big Bang)으로 시작된 우주 역사에 대한 새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빛의 적색편이(Red shift) 현상을 관측, 은하들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측정한다.
적색편이는 관측자로부터 멀어지는 물체에서 방출된 빛의 파장이 원래보다 길어져 붉은색을 띠는 현상으로, 더 먼 곳에서 더 빠르게 멀어질수록 적색편이가 더 커진다. 즉 적색편이를 분석하면 은하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유클리드가 제작할 3D 우주지도에서 찾아내려는 것은 전체 우주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 에너지와 25%를 차지하는 암흑 물질이다.
현재 가시광선 등으로 관측되는 수많은 별 등 일반 물질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문제는 일반 물질 천체만으로는 우주 탄생과 발전, 현재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론적으로 제시한 것이 일반 물질과 함께 천체들을 묶어주는 암흑물질과 먼 은하들이 더 빠르게 멀어지게 만드는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미지의 힘인 암흑 에너지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관측장비로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을 직접 포착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들이 최대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이유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운영할 유클리드 컨소시엄의 과달루페 카나스 박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유클리드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밝혀낼 '암흑 탐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유클리드는 어떻게 보이지 않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을 찾아낼까?
유클리드 컨소시엄 과학자들은 3D 우주지도에 나타나는 중력렌즈 현상(gravitational lensing)을 분석,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간접 확인할 계획이다.
수십억 광년 밖의 은하나 별에서 오는 빛이 중간에 있는 은하나 별 등의 중력 영향으로 약간 왜곡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중력렌즈 현상이다.
하지만 빛이 왜곡되는 정도가 관측할 수 있는 은하나 별의 중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정밀 분석하면 지구와 은하 사이에 존재하는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클리드 프로젝트 매니저인 주세페 라카 박사는 "중력 렌즈 현상에서 관측 가능한 물질의 영향을 제거하면 그 은하와 우리 사이에 있는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우주의 95%가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이번 임무를 통해 암흑 물질의 실체를 밝혀내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암흑 물질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새 단서를 제공하고 은하와 블랙홀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클리드 컨소시엄 책임자인 프랑스 파리 천체물리학연구소 야닉 멜리에 박사는 "유클리드의 우주지도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을 넘어 천문학 전체 분야가 수십년간 발굴해야 할 금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오는 10월 과학 작업을 시작해 첫 이미지를 내놓을 예정이며, 주요 관측 데이터 공개는 2025년, 2027년, 2030년으로 예정돼 있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ESA가 설계와 제작은 맡았으며 NASA는 근적외선 기기의 광검출기를 공급했다. 유클리드 컨소시엄에는 유럽 13개국과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과학자 2천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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