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 놀라게 한 ‘인민 호날두’, 사라진 北한광성은 어디에?”

김자아 기자 2023. 7. 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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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ISM) 홈페이지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활약하던 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을 미국 CNN방송이 집중 조명했다. ‘인민 호날두’로 불리며 세계 축구계에서 유망주로 꼽히던 한광성은 3년 전 돌연 자취를 감췄다.

CNN은 1일(현지시각) ‘이 북한 축구 선수는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하곤 사라졌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광성이 2020년 세계 축구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그의 유망한 경력이 단절됐다”며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그 북한 선수는 어디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고 했다.

한광성은 2013년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체육강국’ 구상에 따라 설립된 평양국제축구학교 출신이다. 그는 정부 지원하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학하고 2015년엔 ‘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ISM) 캠프에 참가했다.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아A 소속 칼리아리의 유소년 구단에 정식 입단한 한광성은 곧바로 프로로 승격했다. 그는 세리아A에 정식 데뷔한지 1주일 만에 첫 골을 기록하며 공격수로서 눈도장을 찍었다.

CNN은 한광성에 대해 “2017년 유럽 5대 축구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로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로 이적해 충격을 줬다”고 소개했다.

한광성은 ‘북한 출신’이라는 독특한 배경 뿐 아니라 특유의 기술력으로 축구 전문가와 팬들의 관심을 빠르게 끌었던 선수다.

CNN에 따르면 한 이탈리아 해설자는 한광성을 ‘작은 북한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광성은 키가 크지는 않지만 빠른 속도와 강력한 태클, 골문 앞 헤딩 능력으로 유럽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한준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CNN을 통해 “한광성의 체격은 크지 않았지만 위치 선정이 빠르고 헤딩도 잘했다”고 말했다.

한광성은 2019년 평양에서 열린 29년 만의 남북 간 축구 경기에도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한광성은 빠른 드리블을 선보여 축구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한광성은 구단 임대를 거쳐 2020년 1년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에 정식 입단했다. 알려진 이적료는 350만유로(약 50억원)였다. 당시 그의 나이는 21살이었다. 한광성은 ISM을 통해 “먼 여정 끝에 세리에A에서 첫 골을 넣었고, 유벤투스와 같은 명문 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최초의 북한 선수가 됐다”며 “내 꿈이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광성은 불과 일주일 지난 시점 카타르 알두하일 구단에 팔려 갔다. 2023∼2024년 시즌까지 5년간 460만달러(약 61억원)에 달하는 이적료가 지불됐다는 점에서 그가 축구계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즌 중반 카타르 리그에 투입된 한광성은 10경기에 출전해 3골을 터뜨리며 구단 리그 우승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이라고 쓰인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을 끝으로 한광성은 종적을 감췄다.

북한 축구 선수 한광성./칼리아리 칼초 트위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광성은 2021년 1월26일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 카타르에서 추방됐다. 이 보고서에는 한광성이 카타르의 한 은행과 거래하면서 “어떤 돈도 북한에 송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CNN은 “한광성이 김정은 정권에 돈을 보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은 종종 해외 노동자들에게 북한 정부에 돈을 보내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2020년 3월에 발표된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는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북한 국민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여기엔 ‘스포츠 선수와 같은 전문가’도 포함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카타르에서 추방된 한광성은 이탈리아 로마에 머무르며 코로나로 중단된 평양행 비행기 노선 운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광성의 거취에 관한 CNN의 질의에 이탈리아 외무부와 세계축구연맹(FIFA)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광성의 유소년팀 동료였던 니콜라스 페닝턴은 “평생을 축구에 바친 한광성을 정치적인 이유로 빼앗겼다”고 말했다. 북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예른 안데르센은 “한광성이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그가 떠나지 않았더라면 좋은 커리어를 유지하고 연봉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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