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이 뇌구조 남달라"…'또 연패 저지' 곽빈, 1점차에 폭투 던진 친구 믿었다
[스포티비뉴스=울산,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곽빈(24)이 선발 등판한 4경기 연속 연패 스토퍼 임무를 훌륭히 해냈다.
곽빈은 1일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04구 2피안타 5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7승(2패)째를 챙겼다. 두산은 2-1로 신승하면서 2연패에서 벗어났다.
최상의 컨디션이라 설명하긴 어려운 날이었다. 곽빈은 이날 공 104개를 던지면서 스트라이크 55개를 기록했다. 평소보다 제구가 안 된 날에 속한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로 가장 좋을 때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변화구가 잘 통하지 않았다. 주 무기 커브는 24구 가운데 볼이 17개에 이르렀고, 체인지업은 10구 가운데 6구가 볼이었다. 그런데도 무실점으로 버틴 경기 운영 능력은 높이 살 만했다.
4회까지는 노히트 행진을 이어 갔다. 13타자를 상대하면서 2회 잭 렉스와 4회 안치홍에게 각각 볼넷과 사구를 내줬으나 안타는 허용하지 않고 빠르게 타자들과 승부를 해 나갔다.
5회말 선두타자 전준우를 중전 안타로 내보내면서 이날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1사 2루에서 박승욱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리나 했는데, 유강남과 김민석을 각각 좌익수 뜬공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끊었다.
6회말은 공 27개를 던져 겨우 막았다. 고승민의 볼넷, 윤동희의 우전 안타, 안치홍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곽빈은 렉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숨을 골랐고, 전준우를 2루수 인필드플라이아웃으로 처리하면서 안정을 찾아 나갔다. 2사 만루에서는 한동희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임무를 다했다.
곽빈은 "평소에도 제구가 조금 안 되는 투수긴 하다. 오늘(1일)은 밸런스나 이런 게 정말 최악이었다. (양)의지 선배 리드 덕분에 말 그대로 꾸역꾸역 던졌다"며 승리에도 투구 내용이 만족스럽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분명 어제까지는 자신감이 진짜 넘쳤다. 볼넷 안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5개나 줬더라. 울산 마운드가 나랑 안 맞나 싶다. 내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으나 조금 홈이랑 비틀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발판을 한 3번 정도는 바꿔서 밟았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고충을 털어놨다.
두산은 최근 득점이 많이 나지 않아 고전하는 와중에도 곽빈 등판 경기에서는 어떻게든 승리하고 있다. 곽빈은 2연패 뒤 등판했던 지난달 11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6이닝 2실점), 3연패 뒤 등판했던 지난달 17일 잠실 LG 트윈스전(6이닝 2실점), 4연패 뒤 등판했던 지난달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6이닝 1실점)에 이어 이날까지 4경기 연속 팀의 연패를 끊었다.
곽빈은 "오늘 워낙 반즈 선수가 1회 빼고 잘 던져서 이걸 어쩌지 했다. 줄 점수도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1점도 주지 말자는 느낌이었다. 만루에서도 점수 안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열심히 던졌다"고 털어놨다.
친구 정철원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두산은 2-0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투수 홍건희가 1사 후 3연속 안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2-1로 쫓겼는데, 공을 이어 받은 정철원이 김민석과 고승민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승리를 지켜줬다.
곽빈은 "(정)철원이가 워낙 내 등판 때 점수를 잘 안 줘서 정말 고맙다. 철원이는 뇌 구조가 남달라서 자신감도 남다르다. 포크볼 폭투 나와도 한번 더 꽂을 줄 알았다. 볼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느낌이다(웃음). 그래도 진짜 막을 것 같았다. 정말 믿어서 삼진 잡거나 안 맞을 줄 알았다. 믿었다"고 힘줘 말했다.
정철원은 곽빈이 언급한 폭투 상황과 관련해 "바닥에 한번 공을 심었는데도 똑같이 꽂을 수 있었던 것은 의지 형을 믿어서 그렇게 던졌다. 첫 번째 삼진 잡은 포크볼도 사인을 빋고 던졌다. 의지 선배 사인에 자신 있게 낮게 낮게 잘 던졌는데 좋은 결과로 따라왔다"며 "(곽)빈이가 해맑게 웃어 주더라. 커피 벤티 사이즈로 하나 사달라고 할 생각"이라고 했다.
곽빈은 역시 무실점 투구를 합작한 안방마님 양의지를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양)의지 선배가 내가 던질 때는 거의 90% 이상 나와 맞춰 주신다. 한국 최고 포수와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몸이 아파도 팀을 위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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