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맘에 안 들어”… ‘대안 SNS’ 디지털 망명 안식처 될까 [뉴스 인사이드-탈중앙화 SNS]

윤솔 2023. 7. 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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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가 알고리즘·필터링 결정권
기업이 개인정보로 광고 장사 안 해
트위터 창시 잭 도시의 ‘블루스카이’
2016년 출시된 마스토돈 등 대표적
트위터 사태 이후 빠르게 유저 흡수
저커버그 ‘스레드’ 가세하며 판 커져
기존 SNS 이탈 인한 반짝 성장 한계
실제 사용자들도 대체재 정도로 인식
“의미 있는 사용자 수 확보 성공 관건”
전문가들 ‘탈중앙화 SNS’ 우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난데없이 격투기 대결을 예고했다. 그 뒤에는 메타의 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젝트이자 트위터의 라이벌을 자처하고 나선 ‘스레드(Threads)’가 있었다.

그간 ‘프로젝트 92’라는 암호명으로만 알려졌던 스레드는 트위터와 같은 텍스트 기반의 SNS다.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로그인이 가능해 메타의 기존 사용자층을 손쉽게 흡수할 수 있어 두 SNS의 라이벌 구도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 기술전문매체 버지가 지난달 9일 공개한 스크린샷에 따르면 스레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트위터와 비슷하다. 프로필, 검색 기능, 팔로한 사람들의 게시물을 볼 수 있는 피드 화면은 모두 트위터의 UI를 닮았다. 트위터의 ‘리트윗’과 비슷한 재확산 기능도 있다.

경영진도 노골적으로 트위터를 겨냥하는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 앞선 버지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달 8일 직원회의에서 스레드가 “트위터에 대한 우리의 답변”이라며 “(스레드는) ‘제정신으로 운영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트위터가 머스크의 인수 후 과거 색깔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으며 여러 차례 사용자 이탈 사태를 겪은 점을 저격한 것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알고리즘·필터링도 내 마음대로

트위터와 쌍둥이 수준인 스레드의 차별점은 ‘탈중앙화’다. 기존 SNS는 모기업이 플랫폼 전체에 영향을 주는 알고리즘과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면, 탈중앙화 SNS는 사용자들과 커뮤니티가 스스로 결정한다. 중앙 서버가 없어서 사용자 정보가 모이지 않으니,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광고를 팔지 않고 팔 수도 없다.

탈중앙화 SNS들은 플랫폼이 자기 마음대로 게시물을 추천하거나 비추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잭 도시 전 트위터 CEO가 만든 탈중앙화 SNS ‘블루스카이’는 올해 5월 사용자가 게시물 노출 알고리즘을 직접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출시했다. 제이 그레이버 블루스카이 CEO는 해당 기능을 발표하며 기존 SNS의 “마스터 알고리즘을 개방적이고 다양한 ‘알고리즘의 시장’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플랫폼에는 50여개의 알고리즘이 존재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을 보여 주는 방식부터 특정 주제나 키워드만 전문적으로 보여 주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상당수는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2016년 출시된 탈중앙화 SNS의 선두주자 ‘마스토돈’은 플랫폼 내에서 서버 역할을 하는 ‘인스턴스’를 통해 통제력을 분산한다. 사용자는 계정 생성 시 인스턴스를 선택하는데, 인스턴스는 각기 다른 주제와 규칙·필터링 정책을 가지며, 인스턴스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앱) 버전까지 다른 경우도 있다.
성소수자를 위한 인스턴스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강력하게 규제하지만, 미성년 캐릭터를 성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는 인스턴스도 존재한다. 오이겐 로흐코 마스토돈 CEO는 “마스토돈 네트워크가 내 변덕에 좌우되지 않고, 나보다 더 빠르게 각자의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중앙화 SNS의 또 다른 특징은 플랫폼이 사용자의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유튜브가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그곳에 업로드된 영상들도 함께 유실된다. 반면 탈중앙화 SNS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게시물이나 팔로어 등을 마음대로 이전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데이터 전달을 위한 표준 규격인 프로토콜인데, 마스토돈은 스레드와 같은 프로토콜인 액티비티펍을 채용하고 있다. 이는 마스토돈의 인스턴스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같은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다른 플랫폼으로도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게 해 준다.
◆성공 위해선 사용자 수 확보 관건

스레드가 트위터의 강력한 라이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용자 수 확보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탈중앙화 SNS들은 트위터의 사용자 이탈 사태로 인한 반사 효과를 얻는 정도에 그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머스크 CTO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만 해도 50만명에 그쳤던 마스토돈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인수 직후 4배나 폭등, 11월 중순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3만명 언저리이던 일일 신규 가입자 수도 트위터의 대규모 해고 이후 10만명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트위터 이슈가 잦아들자 빠르게 사용자가 이탈했다. 작년 12월 25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마스토돈 활성 사용자 수는 한 달 만에 28% 하락해 올해 1월 약 180만명에 머물렀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마스토돈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06만여명에 그쳤다.
사진=AP연합뉴스
실제로 일부 SNS 사용자들은 여전히 탈중앙화 SNS를 트위터의 ‘대체재’로만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10년 가까이 트위터를 사용하다 넉 달 전 마스토돈 계정을 만들었다는 남모(30·여)씨는 “당시 트위터 서버가 자꾸 터지고, API 유료화로 서드파티 앱들이 막히면서 다들 ‘대피소’를 찾은 것뿐”이라며 “최근에는 그런 일이 줄면서 마스토돈에 접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담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액티비티펍 지원 계획을 발표한 플립보드의 마이크 맥큐 CEO는 4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액티비티펍을 “웹 태동 이래 가장 큰 기회”라고 불렀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트위터의 대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며 “우리는 SNS의 새로운 흐름을 포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진=AP연합뉴스
◆회원들이 규칙 만들고 직접 제재…“집단 편향성 부추길 가능성 커”

페이스북, 틱톡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유해 게시물 제한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탈중앙화 SNS에서는 사용자들이 직접 제재에 나선다. 탈중앙화 SNS의 옹호자들은 한 기업이 SNS 전체를 관리하는 것보다, 플랫폼 내의 작은 집단들이 각자 합의한 규칙을 갖고 공론장을 관리하는 것이 혐오 발언이나 사이버폭력 대처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탈중앙화식 SNS 관리 정책에 우려를 표한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세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탈중앙화한 구조가 각 집단의 편향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SNS에서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회원들의 합의만으로 규제 정책을 만드는 탈중앙화 SNS에서는 “의견의 다양성이 존중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너선 플라워스 캘리포니아주립대 철학과 교수도 지난 4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마스토돈 내 서버에서 전반적으로 논란 있는 주제와 관련된 발언을 “트위터보다 더 심하게 규제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마스토돈 계정을 개설한 플라워스 교수는 플랫폼 내 인종 정치에 대한 자신의 관찰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는데, 사용자들로부터 ‘콘텐츠 경고’ 표시로 해당 게시물을 가리는 조치를 부탁받았다고 한다. 플라워스 교수는 이를 거부하자 편지함에 인종차별적인 욕설이 쏟아졌다고 덧붙이며 “트위터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받는 데 2년이 조금 넘게 걸렸지만, 마스토돈에서는 48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마스토돈처럼 서버 단위로 나뉘어 자신과 맞는 곳만을 이용하게 되면 다른 의견과의 접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탈중앙화 SNS의) 기술적 장치들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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