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이라 쓰고 조코비치라 읽어야 하나? [2023 윔블던 남자단식]

박성진 2023. 7. 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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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사진=GettyimagesKorea)

2023 윔블던 남자단식은 윔블던이라 쓰고 조코비치(세르비아)라 읽는다는 표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대회 본선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남자단식에 관한 뉴스의 대부분은 모두 조코비치가 주인공이다. 커리어 내내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여왔던 로저 페더러가 은퇴했고, 라파엘 나달이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동년배의 조코비치도 불안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야말로 헛소리였다. 

프랑스오픈은 조코비치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약했던 그랜드슬램 대회였다. 나달의 존재감이 워낙 강했던 탓도 있지만, 클레이코트에서의 조코비치는 그가 다른 대회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에 비한다면 뭔가의 포스가 약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올해 프랑스오픈은 '포스트 나달',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왕위 대관식을 노리던 대회였다. 스페인 국적, 나달 아카데미 출신, 클레이코트 강자라는 알카라스의 배경은 그가 올해 프랑스오픈을 기점으로 황제로 등극할 것이라는 수많은 예상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프랑스오픈의 주인공은 결국 조코비치였다. 조코비치 앞에서 알카라스는 단순한 20세 젊은이였을 뿐이었다. 2년 연속 프랑스오픈 결승에 올랐던 캐스퍼 루드조차 평범한 수준의 선수로 보이게 만들었다. 조코비치는 수준이 다른 경기력으로 프랑스오픈을 차지했고, 역대 그랜드슬램 단독 최다 우승 자리에도 올랐다.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자
23 : 노박 조코비치(현역)
22 : 라파엘 나달(현역)
20 : 로저 페더러
14 : 피트 샘프라스
12 : 로이 에머슨
11 : 로드 레이버 / 비요른 보리
...
3 : 앤디 머리 / 스탄 바브린카 (현역 3위)

그렇게 불리해보였던 프랑스오픈의 주인공도 결국 조코비치였다. 그런데 프랑스오픈과는 달리, 윔블던은 조코비치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대회다. 프랑스오픈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말 그대로 갖고 놀았던 조코비치인데, 윔블던은 본인의 안방과도 같은 코트다. 조코비치와 페더러의 그늘은 다른 코트에 비해 잔디코트에서 훨씬 심했다.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너무 잘 했던 것도 있지만, 현재 세계 정상권 선수들은 유독 잔디코트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 윔블던에서 조코비치만 부각되는 이유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2023 윔블던 시드자 현황 (통산 승률 / 잔디코트 승률 (ITF 기준))
01. 카를로스 알카라스 (스페인) - 79% / 82%
02. 노박 조코비치 (세르비아) - 83% / 86%
03. 다닐 메드베데프 (러시아) - 71% / 68%
04. 캐스퍼 루드 (노르웨이) - 65% / 33%
05.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그리스) - 68% / 58%
06. 홀게르 루네 (덴마크) - 68% / 43%
07. 안드레이 루블레프 (러시아) - 65% / 64%
08. 야닉 시너 (이탈리아) - 68% / 50%
09. 테일러 프리츠 (미국) - 61% / 56%
10. 프란시스 티아포 (미국) - 60% / 59%
11. 펠릭스 오저-앨리아심 (캐나다) - 64% / 69%
12. 카메론 노리 (영국) - 64% / 49%
13. 보르나 코리치 (크로아티아) - 59% / 42%
14. 로렌조 무세티 (이탈리아) - 58% / 40%
15. 알렉스 드 미노 (호주) - 62% / 67%
16. 토미 폴 (미국) - 64% / 59%

조코비치는 1번 시드를 알카라스에게 내줬지만 상징성을 제외하면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 상위 시드자 역대 잔디코트 승률을 보면 조코비치는 압도적인 1위(86%)를 기록 중이다. 알카라스는 82%의 승률이지만, 표본이 9승 2패로 많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경력이 어느정도 있는 상위권 선수들의 잔디코트 승률은 70%가 되지 않는다. 잔디코트 최강자였던 로저 페더러, 그리고 그런 페더러의 유일한 잔디코트 맞수였던 조코비치에 번번히 가로 막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윔블던 정상에 올랐던 선수는 페더러(8회)와 조코비치(7회), 나달과 앤디 머리(각 2회) 뿐으로, 단 네 명에게만 윔블던 정상이 허용됐다. 그런데 페더러는 은퇴했고 나달은 아프다. 인공 관절을 달고 코트에 복귀한 머리에게 윔블던 우승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또 조코비치라는 예상은 지난 프랑스오픈에 비한다면 훨씬 타당성이 높다. 

오픈 시대 이후 윔블던 남자단식 최다 우승자
8 : 로저 페더러
7 : 노박 조코비치(현역)
7 : 피트 샘프라스
5 : 비요른 보리
3 : 존 맥켄로, 보리스 베커

오픈 시대 이후 윔블던 최장 연속 우승자
5 : 로저 페더러 (2003~2007)
5 : 비요른 보리 (1976~1980)
4 : 노박 조코비치 (2018~2022, 2020년 미개최) *진행 중
4 : 피트 샘프라스 (1997~2000)    
3 : 피트 샘프라스 (1993~1995)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페더러가 갖고 있는 여러 윔블던 기록에 도전한다.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우선 오픈 시대 윔블던 최다 우승, 최장 연속 우승과 타이를 이룬다. 페더러=윔블던이었던 공식에서, 이제 윔블던=페더러&조코비치라는 공식이 충분히 타당해질 수 있는 것이다.

윔블던 남자단식 최근 5년 우승 / 준우승
2022 : 노박 조코비치 / 닉 키리오스
2021 : 노박 조코비치 / 마테오 베레티니
2020 : (미개최)
2019 : 노박 조코비치 / 로저 페더러
2018 : 노박 조코비치 / 케빈 앤더슨

2022 윔블던 남자단식 TOP 8
우승 : 노박 조코비치(1번 시드)
준우승 : 닉 키리오스
4강 : 카메론 노리(9번 시드), 라파엘 나달(2번 시드)
8강 : 야닉 시너(10번 시드), 다비드 고팡, 크리스탄 가린, 테일러 프리츠(11번 시드)

BET365 우승 배당율 (6월 30일 기준)
01. 노박 조코비치 1.57
02. 카를로스 알카라스 4.50
03. 야닉 시너 17.00
04. 다닐 메드베데프 21.00
05. 알렉산더 즈베레프 34.00
05. 홀게르 루네 34.00
05. 테일러 프리츠 34.00
05. 세바스티안 코르다 34.00
09. 닉 키리오스 41.00
10.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51.00
10. 앤디 머리 51.00
...
캐스퍼 루드 101.00
마테오 베레티니 101.00
도미니크 팀 501.00 (최하위)
스탄 바브린카 501.00 (최하위)

해외 도박사들은 그래도 조코비치 아니면 알카라스라는 전망을 보이고 있다. 해외 전문 베팅 업체 BET365는 조코비치, 그리고 알카라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 배당율은 대진표가 완성된 이후의 것이다. 알카라스를 제외한 영건들의 배당율은 20이 넘어간다. 상위권 3명 선수들이 유사했던 여자단식과는 달리 남자단식만큼은 조코비치의 독주 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프랑스오픈 준우승의 캐스퍼 루드는 그간 형편없던 본인의 잔디코트 승률로 인해 상위 1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올해 윔블던도 또 조코비치일까. 아니면 새로운 선수가 20년 만에 역사를 쓸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은 조코비치 대 연합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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