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하성에게 겁 없이 빠른 공을 던지는가… 1할대 허덕→MLB 1위 톱클래스 돌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투수들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구속이다. 메이저리그에는 평균 시속 150㎞ 이상을 던지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반면 KBO리그는 그런 선수를 손에 꼽을 만하다.
게다가 KBO리그는 150㎞ 이상의 공이 대부분 포심패스트볼인 것에 비해, 메이저리그는 이제 포심보다는 투심(싱커)이나 커터와 같은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는 선수들이 많다. 같은 153㎞라고 해도 움직임 자체가 다른 것이다. KBO리그에서 뛰었던 타자들이 미국에 가서 가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게 구속 차이고, 이 적응도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곤 했다. 현재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이 빠른 공 적응도다.
이것에 가장 적응을 잘했던 KBO리그 출신 선수는 단연 강정호였다. 반면 강정호와 비슷한 포지션이었던 김하성(28‧샌디에이고)은 메이저리그 경력 초반 빠른 공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아무리 변화구의 홍수 시대라고 해도 결국 투수가 던지는 구종의 절반은 패스트볼 계통이다. 빠른 공을 공략하지 못하면 메이저리그에서 공격 성적을 끌어올리기 힘들다. 어쩌면 첫 2년 동안 김하성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러나 김하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노력과 적응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분야라 여겼고 겨우내내 꾸준하게 훈련을 했다. 이런 자세는 코칭스태프들까지 감동하게 했다. 지역 유력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1일(한국시간) ‘코치들은 김하성이 파드리스에서 가장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은 타자 중 한 명이며, 항상 상대 투수들에 대한 세부 사항을 알고 싶어 한다’고 묘사했다. 그만큼 노력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기록으로 잘 드러난다. 김하성은 2021년부터 2022년간 95마일(152.9㎞) 이상 공에 대한 타율이 0.175에 머물렀다. 이는 같은 기간 샌디에이고의 팀 동료들 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성적이었다. 이처럼 김하성이 빠른 공에 약하다보니 빠른 공을 가진 선수들은 김하성을 상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체 투구 중 95마일 이상 빠른 공이 16.3%에 이르렀다. 장타율도 0.246이었으니 상대 투수로서는 빠른 공을 더 많이 던지는 게 이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김하성은 올해 97마일(156.1㎞) 이상의 공에 타율 0.429, 장타율 0.857을 기록 중이다. 거의 응징 수준으로 빠른 공을 쳐 내고 있는 것이다. 김하성의 장타율 0.857은, 올 시즌 60구 이상 상대한 타자로 한정하면 리그 최고다. 빠른 공에 1할대로 허덕이던 타자가 이제는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수준의 패스트볼 사냥꾼이 된 것이다.
이 매체는 ‘김하성은 또한 팀에서 가장 훈련된 타자 중 하나이며, 타석에서 그의 접근 방식을 바꾸는 데 능숙하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김하성은 남모를 노력까지 이어 가며 패스트볼 적응도를 높이려고 발버둥쳤다.
김하성은 패스트볼 대처 향상에 대해 “더 많은 투구를 보는 건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면서 지난 2년의 경험이 자산이 됐음을 인정하면서 “매일 같은 일상을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매일 배팅 게이지 안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기계로 공을 쳤다. 그게 내가 해온 일이고, 어쩌면 시간의 문제였을지 모른다”고 그간의 과정을 회상했다.
그 결과 김하성의 득점 생산력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김하성의 2021년 조정득점생산력(wRC+)은 70으로 리그 평균보다 크게 떨어졌다. 공격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로스터 생존을 장담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05를 기록하며 리그 평균 이상으로 올라왔고, 올해는 1일 현재 112를 기록 중이다.
수비 활용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만 돼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그런 김하성은 ‘팬그래프’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벌써 2.5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는 3.7을 기록했는데, 아직 시즌이 절반 정도 지나갔음을 고려하면 개인 경력 최고치는 무난해 보인다. 김하성이 공‧수‧주 모두에서 인정을 받는 거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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