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도 질리는 바가지 상술…불매운동 번질라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관광지의 바가지 상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최근에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했습니다. 지난 5월 경북 영양산나물축제에서 한 상인이 옛날 과자를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에 출연진에게 파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되면서인데요.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주요 관광지 지방자치단체들이 단속과 계도에 나섰지만, 올해도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릴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울리는 바가지 상술의 실태와 대책, 국내 여행 감소에 따른 내수 경제 문제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이상현 기자입니다.
['되풀이되는 바가지 논란…피서철 관광지 '초긴장' / 이상현 기자]
[기자] 지난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인천 소래포구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구매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다리가 떨어진 것들로 바뀌어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바가지요금과 섞어 팔기 논란이 확산하자 소래포구 상인들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대회를 열고 사과의 뜻을 담은 큰절을 올렸습니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강릉 단오제에서도 슬러시를 둘러싼 바가지 논란이 일었습니다.
슬러시 하나에 8천원을 받은 것을 두고 너무 비싸다는 의견과 축제장이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충돌했습니다.
이처럼 전국 축제장과 전통시장에서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피서철을 앞둔 주요 관광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축제장이야 외부 상인들이 그랬다고 할 수 있지만 피서철 상인들은 현지인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자체마다 물가 점검반을 편성해 해수욕장 주변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바가지요금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는 바가지 근절을 위해 지자체가 관광지 물가 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에 나섰습니다.
또 부산 수영구와 충남 보령시처럼 신속한 민원 접수를 위해 부당요금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김유경 / 부산 수영구 지역경제계장> "그분들이 직접 와서 일지를 작성합니다. 그러면 일지에 등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저희가 현장 점검을 가서 계도와 단속을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불매운동이나 관광 보이콧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민사회단체들도 자발적으로 바가지요금 근절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종봉 / 강릉시번영회장> "앞으로 어차피 강릉은 얼마 전 세계 관광 100대 도시 선포식도 했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것들이 자꾸만 없어지도록 해야죠."
과거 당연하게 여겨졌던 관광지 바가지 풍토가 이제는 이미지 실추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지자체마다 불똥이 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입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피서철 #해수욕장 #관광지 #바가지
[이광빈 기자]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관광산업이 다시 회복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바가지 상술도 다시 등장했는데요.
모처럼 활성화된 관광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예림 기자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노리는 'K-바가지'…처벌은 어려워 / 김예림 기자]
[기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명동 거리는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에 따라,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 4월과 비교해 1년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했는데요. 바가지 요금 피해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명동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실제로 바가지 요금을 겪어본 적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식이나 화장품 가격이 괜찮았다며 만족해하는 관광객들도 많았습니다.
<위위천 / 대만인 관광객> "립스틱이나 아이브로우 등 화장품을 많이 구매했습니다…저희가 느끼기에는 (화장품) 가격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바가지 상술을 겪어 본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삭시 카나세 / 인도인 유학생> "길거리에서 파는 물건이 1만 원인 걸 알고 있는데, 관광객처럼 보이니까 2만 원이나 2만 5천 원을 달라고 하는 식입니다. 싫다고 하면 질이 좋다며 설득하려 합니다."
길을 잘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택시 폭탄 요금도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사카모토 코타로 / 일본인 관광객> "어제 탄 택시에서 바가지를 당했어요. 2km 정도 거리를 갔는데 말도 안 되는 금액이라 좀 놀랐습니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의 최근 방문 후기를 보면, 10개 중 6개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입니다.
마스크팩이 3만 원인 줄 알고 구매했는데, 실제로 결제된 내역을 보니 30만 원이었다는 겁니다.
환율 때문에 가격이 헷갈린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일부러 가격을 뻥튀기해 받는 매장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난 4월 말 일본 '골든 위크' 기간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신동주 /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 경위> "원가가 10만 원에서 20만 원이라고 하면 50~70만 원 정도까지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서…꾸준히 관광객들 대상으로 해서 신고는 계속 들어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바가지 상술은 한국 관광 산업에도 치명적입니다.
<이은희 /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소비자들이 자신이 겪었던 안 좋은 경험, 피해를 SNS에 올리면 그동안 한국 관광을 위해 인프라를 만들고 여러 노력을 했는데 그런 것들이 다 물거품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비싸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제재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비싸면 안 사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그 가격으로 사먹었다면 민법상 청약과 승낙이 존재를 하는 거잖아요."
다만 소비자가 알고 있었다면 물건을 사지 않았을 중요한 정보를 판매자가 일부러 누락했다면 처벌의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바가지 #한국관광 #사기
[코너 : 이광빈 기자]
국내 숙박과 음식 물가가 오르는 데다 하늘길까지 열리자 휴가지로 해외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일본 물가가 제주도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일본행 비행기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반면, 올해 전체적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났는데도 지난 3월의 경우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309만7천8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물론, 팬데믹 사태로 닫혔던 일본 여행의 문이 다시 열리면서 보상심리로 일본행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습니다. 반대급부로 제주 여행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최근 국내 물가 추이와 바가지 요금에 커지는 불만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은 심상치 않습니다. 제주도 물가의 경우 올해 1분기에는 전국 지역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2분기 물가상승률도 강원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수지 적자 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국내 여행 활성화에 나섰는데도, 정책 효과가 미미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내수 진작을 위해 숙박비 지원 등 국내여행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지난 5월 고속도로 통행량과 차량 연료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근로자의 날이 낀 연휴와 어린이날이 포함된 연휴, 부처님 오신날 대체공휴일로 인한 연휴 등 황금연휴가 잇따랐는데도 국내 여행이 줄어든 겁니다. 민간 소비가 둔화하는 현상과 맞물려 더욱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내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백화점 매출액의 경우 지난달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 감소했습니다. 4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2021년 1월(-2.0%)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이기도 합니다. 내수 진작을 위한 긴급 처방에도 민간 소비가 늘어나기는커녕 둔화하는 조짐인 겁니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기 반등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여행지 물가를 바라보면서 근심이 늘어나는 시점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관광지 바가지 요금 논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조금 더 획기적인 대책이 있을까요. 제주도의회에서는 최근 관광지 물가 실태 조사 사업을 위한 조례가 발의됐고, 제주도 당국은 관광 물가지수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에 나서는 등 대응도 분주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 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서형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나도 당할 수 있는 '바가지요금'…근절 어떻게? / 서형석 기자]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불편신고센터'
연중무휴 24시간 전화 '1330'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로 관광불편을 신고할 수 있는데,
코로나 3년, 수백건 대로 뚝 떨어진 신고는 작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불편사항을 보면 숙박과 택시 부분이 1, 2위를 다퉜고, 음식점 등 여행이나 축제에 왔다가 눈살 찌푸린 일들이 많았습니다.
때만되면 반복되는 바가지 요금이 한 몫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문가들은 바가지 요금이 뭔지부터 정확히할 문제라고 짚습니다.
<이훈 /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원장> "성수기 때 가격이 올라간다라고 하는 걸 전부 다 바가지로 생각을 하면 그거는 바가지의 개념이 너무 넓어지는 거고…"
비싸더라도 가격이 얼마인지,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는 어떻게 되는지, 음식 차림새는 어떤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훈 /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원장> "그래야 사실은 오해가 없고요. 소비자들도 이것이 정당한 가격인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서울 인기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광장시장을 보면 곳곳에 붙어있는 가격표와, 음식 차림새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외국인 할 것없이 평일에도 줄서서 길거리 음식을 사먹고 얼굴 붉힐 일보다 웃고 사진 찍는 모습이 흔한 겁니다.
지방자치단체 등 주최 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습니다.
<정지연 /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축제라는 부분들이 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에 책임성 있는 관리가 가능한 사업자들이 선정돼서 운영하는 게…"
매년 생각나는 축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으려면 참가 사업자 선정부터, 가격 기준 마련, 또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주최측의 모니터링이 필수라는 얘기입니다.
한 번 크게 해먹고 말자식 '한탕주의'를 끊어낸다면, 이렇게 관광객도 상인도 웃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서형석입니다.
#한탕주의 #바가지요금 #관광불편신고센터
[클로징: 이광빈 기자]
'생업과 학업에 지친 사람들에게 여행은 하나의 활력소입니다. 어디로 떠날지,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시간마저 행복할 수 있을 텐데요. 설렘 가득한 여행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게 바로 바가지요금입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후 대규모 지역축제가 부활하면서 피해는 더 심각합니다. 하지만 바가지요금 뒤 감춰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바로 브로커의 자릿세입니다. 축제 공간을 낙찰받은 뒤 외부 상인들에게 파는 중간 브로커가 있는데 이 브로커들은 천막과 전기 사용, 공연 섭외 등에 따른 운영비와 수수료 명목으로 수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원까지 자릿세를 받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경북에 한 전통시장에서 4일 동안 외부 상인이 낸 자릿세는 180만원이였습니다. 전통시장 상인회가 책정한 자릿세는 4일간 20만원이었는데 말이죠. 브로커를 통에 들어온 외부 상인은 무려 9배를 더 냈던 겁니다. 한 철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이러한 자릿세는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관광객에게 전달됩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예방과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모처럼 여행하러 와서 평소보다 '조금 더 쓰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런 분들에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면, 그 관광지와 축제는 지속가능할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바가지요금 #k바가지 #휴가철바가지
PD 김선호 AD 허지수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네이버에서 연합뉴스TV를 구독하세요
연합뉴스TV 생방송 만나보기
균형있는 뉴스, 연합뉴스TV 앱 다운받기
Copyright © 연합뉴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