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교육 망치지 마”…미국 정치판 흔드는 ‘엄마 전쟁’
[앵커]
미국에서는 최근 학부모 단체들이 정치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내 자녀에게 성 정체성이나 인종 관련 교육을 하지 마라, 반대로 꼭 필요한 교육이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교육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번진 실태를 이정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의 한 보수 학부모 단체 연차총회.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바쁜 일정을 제쳐두고 연단에 섰습니다.
[론 디샌티스/플로리다 주지사·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 "엄마들이 이번 2024년 대선의 핵심 정치 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전 대통령·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 "'자유를 위한 엄마들'은 증오 단체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즐거운 전사들입니다. 여러분은 맹렬하고 사나운 애국자입니다."]
엄마들 마음을 사기 위해 앞다퉈 구애를 벌입니다.
일반 학부모 단체인 것 같지만, 이 단체, '자유를 위한 어머니회'의 회원은 44개 주에 12만 명이나 됩니다.
진보 교육으로 일컬어지는 학교의 성 소수자 인권 교육, 흑인 역사 교육 등이 오히려 백인과 이성애자 아이들을 망친다며 퇴출 운동을 벌여 세를 확장하더니, 아예 이런 교육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키워놨습니다.
이젠 대선 후보들이 뒤질세라 교육 공약에 이들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의원들이 이 단체 모금행사를 후원합니다.
보수 '엄마 단체'가 정치권 큰 손이 된 겁니다.
[로리 리즐리/'자유를 위한 어머니회' 회원 : "학부모들은 그저 학교 이사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려는 겁니다. 우리가 원하는 교육은 이런 게 아니고, 교과서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 그걸 얘기해보자는 거예요."]
회의장 앞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진보 성향의 교육 가치관을 가진 또 다른 엄마 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겁니다.
이들 역시 수십만 회원을 거느리고 다양성 존중과 인종, 성 정체성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린지 배그나노/진보 부모단체 'GAIN' 회원 : "그들은 트랜스젠더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갖고 존재한다는 걸 부정하려 해요. 아이들을 억압하려 하는 겁니다."]
민주당 지지에 발 벗고 나서 지난해 선거 승리를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둘로 갈라진 미국 사회에 교육을 둘러싼 '엄마 단체'들의 전쟁이 불을 붙이고 있다는 평갑니다.
필라델피아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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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m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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