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몸짓은 간절했다… 박찬호 에너지가 만든 스파크, KIA 어두운 기운 걷어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KIA는 6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9회 4-5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4-1로 앞서고 있다 역전을 당한 것이기에 더 뼈아팠다.
최근 성적이라도 좋았으면 한 경기 패배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KIA는 6월 들어 투‧타 모두 엇박자가 나며 승률을 깎아먹기 시작하더니 9위까지 처졌다. 아직 시즌이 절반 정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유쾌한 순위는 아니었다. 최원준의 전역, 나성범 김도영의 복귀라는 호재와 함께 달려가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승률은 그전보다 못했다.
게다가 1일은 소위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이었다. LG의 이날 선발은 올해 등판시 팀 무패를 자랑하는 아담 플럿코였다. 반대로 KIA는 선발 로테이션 두 자리에 펑크가 난 상태로 2군에서 올라온 김건국이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을 가질 예정이었다. 아무래도 선발의 무게감은 LG 쪽으로 기울었다. ‘4연패’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결국 1일 경기의 초반이 중요했다. 김건국에게 뭔가의 지원이 필요했고, 득점과 수비가 모두 지원된다면 대등한 흐름을 만들고 5회 이후 불펜 싸움에서 기대를 걸어볼 수 있었다. 그 흐름을 만들 돌격대장이 필요했는데, 1일 KIA에는 다행히도 그런 선수가 있었다. 유격수 박찬호가 그 주인공이었다.
6월 들어 타격감이 떨어지고 박찬호답지 않은 수비가 나오며 고개를 숙이는 날이 많았다. 5월 타율이 0.381이었던 것에 반해, 6월은 0.218에 머물렀다. 실책도 많았다. 박찬호의 수비력이라면 능히 잡아줘야 했을 공을 놓치며 스스로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나 새 달력과 함께 심기일전한 듯 1일에는 활기찬 플레이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공격은 물론, 수비와 주루에서도 맹활약하며 분전했다.
1회부터 몸을 날렸다. 1회 김현수의 타구가 투수 김건국을 맞고 굴절됐다. 투수는 다시 잡기가 어려운 방향으로 공이 튄 상황. 시프트가 걸린 상황에서 원래 위치인 유격수 아닌, 2루 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박찬호가 처리하지 못하면 김현수가 1루에서 살 타이밍이었다. 여기서 박찬호의 날샌 수비가 빛났다. 민첩한 반사신경으로 공을 잡은 박찬호는 몸을 날려 송구하며 김현수를 잡아냈다.
이 아웃카운트는 경기장을 끓어오르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1회 수비부터 박찬호의 파이팅 넘치는 수비가 나오면서 KIA는 전날 끝내기 패배의 잔상을 조금씩 지워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찬호는 이후 공격과 주루에서 맹활약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3회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 최원준 타석 때 발로 2루를 훔쳤다. 1회 멋진 수비와 마찬가지로 2루를 향해 몸을 던지는 박찬호의 몸짓에서는 또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4회에도 공격과 주루에서 모두 빛났다. KIA는 0-2로 뒤진 5회 1사 후 최형우의 몸에 맞는 공, 소크라테스의 중전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황대인의 적시타, 류지혁의 안타, 그리고 만루 상황에서 터진 대타 고종욱의 2타점 2루타가 연이어 나왔다. 3-2로 앞선 1사 2,3루가 이어졌다.
박찬호도 플럿코의 공을 때려 중견수 방향으로 나아가는 내야안타를 만들어 타점을 신고했다. 이어 최원준의 우전 적시타 때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3루까지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어 1사 1,3루에서는 김도영 타석 때 최원준의 2루 도루를 도왔다. 김도영이 삼진을 당하는 과정에서 최원준이 2루로 스타트를 끊었는데, 타이밍이 늦어 이미 송구가 2루에 간 상황이었다. 최원준이 1‧2루 사이에 갇히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3루 주자 박찬호가 홈으로 뛰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LG 내야는 여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최원준을 포기하고 박찬호를 잡기 위한 플레이를 시작했고, 이를 간파한 박찬호가 재빠르게 3루로 귀루하며 최원준이 2루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박찬호의 재치 넘치는 플레이가 없었다면 아웃카운트만 하나 올라갈 뻔했다.
KIA는 4회 뽑은 5점을 밑천 삼아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5회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불펜을 총동원해 2점 리드를 지키고 연패에서 벗어났다. 상대 선발 플럿코에게 올 시즌 첫 패전을 안기며 자신감도 되찾았다. 팀은 물론 박찬호 스스로도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된 경기였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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