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직원은 왜 아파트 주차장에 숨었을까
[앵커]
현대자동차가 외근 영업 사원의 근태를 확인하겠다며 집앞까지 사람을 보내 '몰래 촬영'을 해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차 안에 숨어서 직원이 몇 시에 집에 들어가는지, 언제 나오는지, 매일 찍도록 한 건데, 일종의 '사생활'을 감시한 이 촬영에 대해서, 법원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KBS가 여러 달 추적 끝에 입수한 촬영물을 공개해 드리니, 이 영상 보시고, 같이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는 한 여성.
현관에 들어서기까지 누군가가 자동차 안에서 영상을 찍습니다.
2020년 3월 9일 3시 28분, 촬영 시작 시간도 기록합니다.
외근이 잦은 판매 직원 A 씨의 근태를 확인하겠다며 현대자동차 직원이 몰래 찍은 영상입니다.
주말을 빼고는 매일 아파트 앞을 지킨 탓에 주차 단속 딱지까지 붙었지만, 촬영은 2개월 간 계속됐습니다.
이후 현대차는 A 씨가 근무시간 중 매일 세 시간 넘게 집에 머물렀다며 해고했습니다.
A 씨는 소송 과정에서야 회사의 몰래 촬영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A 씨 남편 : "전혀 몰랐죠. 아무도 몰랐어요. (주민) 수백 명이 찍혔는데 아무도, 그 바로 앞에 찍혔는데도 아무도 몰랐어요. 실질적으로 이렇게 심각하게 저희를 사찰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고…"]
현대차 측의 잠복 촬영은 A 씨의 근태 제보에 대한 '현장 조사' 명목이었고, A 씨가 낸 해고무효 소송에 증거 자료로 제출됐습니다.
[노동 전문 변호사/음성변조 : "주변 사람 사실확인서라든지 진술서같은 걸 통해서 (근무 태만을) 입증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A 씨 측은 재판에서 현대차가 촬영한 영상이 위법한 것이어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다퉜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 보호 영역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직원이 근무 시간 중 자택에 있는지는 사용자의 정당한 관심사라며 영상이 위법하다 단정할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접 촬영하는 것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할 다른 현실적인 방법이 없단 겁니다.
1심 법원은 현대차의 이런 몰래 촬영이 일상적인 감시, 즉 '사찰'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제보 확인을 위한 것이고 아파트 공동 현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며, 차량과 현관만 찍어 '필요한 범위'를 촬영했다고 봤습니다.
이런 1심 판결에 대해 노동계에선 다른 방식의 근태 확인도 가능한데 근로자의 자택 감시를 사실상 허용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준영/노무사 : "근태 목적을 명목으로 하면서 사실상 뒤에 다른 목적으로, 예를 들면 정리해고 수단이라든지 극단적으로 가면 노조탄압이라든지 수단으로 악용될까봐 (우려스럽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의 근로자 촬영이 선을 넘었다고 보고 '사찰 금지 조항' 개정을 올해 임단협 안건으로 검토 중입니다.
[현대차 노동조합 관계자/음성변조 : "이제 감시 사찰을 하고 받고 있다라는 내용들이 좀 있어서 (임단협) 문구라도 좀 제대로 좀 정리를 해뒀을 때 조합원들이 (촬영을) 안 당하도록 하려고…"]
KBS는 현대차 측에 촬영한 직원이 어느 부서 소속인지, 촬영 대상은 몇 명인지 등을 물었지만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현대차는 그러면서 "비위행위 제보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불가피하게 현장확인이 이뤄졌다"고 밝혀왔습니다.
또 "현대차는 판매실적과 무관하게 기본급 8천만 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어 성실한 근무 태도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고도 했습니다.
A씨는 항소했고, 이런 영상 촬영이 허용되는지 2심 법원이 다시 판단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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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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