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아닌 도로 위 퀴어축제…폭염 속 '무지개 물결'(종합)
도로에 50여개 부스...경찰 추산 1만2000명
"해방감 느껴…평소보다 당당해지는 기분
"평등권 향한 여정" 美 등 주요국 대사들 축하
인근 종교·보수단체 맞불 집회…충돌은 없어
[서울=뉴시스]홍연우 임철휘 기자 =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일대에서 열렸다. 매년 축제가 열렸던 서울광장 잔디밭이 아닌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열리는 축제였지만, 참가자들은 "해방감을 느낀다"며 무더위 속에서도 웃음을 보였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날 을지로2가 일대에서 '2023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다. '피어나라, 퀴어나라'라는 슬로건을 걸고 열린 이번 축제에는 경찰 추산 1만2000명 가량이 참여했다.
이날 본 행사 시작 전인 오전 11시께부터 을지로2가 일대는 축제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이마에 땀이 맺힌 참가자들은 부스에서 나눠준 무지갯빛 부채를 연신 흔들면서도 국가인권위원회와 미국·영국·캐나다 등 각국 대사관,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설치한 50여개의 부스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겼다.
참가자 최이현(16)씨는 "저희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 당당함을 갖고 살아도 되겠다는 걸 깨달았다. 해방감, 자유로움을 많이 느낀다"며 웃어 보였다.
다른 참가자 이모(20)씨 역시 "나와 같은 사람들과 모여있다고 생각하니 평소보다 당당해지는 기분"이라며 "날은 덥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양선우(홀릭) 조직위원장은 "저흰 성소수자가 사람답게, 내가 나인 채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며 "성소수자들이 안전 행복 당당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결정으로 행사가 예년처럼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한 데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영남지역 성소수자 지지모임 '영남퀴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준(21)씨는 "앞에 중앙선이 있어 부스를 뒤로 밀 수 없는데, 공간이 너무 좁다"고 말했다. 김모(21)씨도 "길이 꺾인 곳에서 진행되다 보니 축제를 한 눈에 다 볼 수가 없어서 아쉽다"며 "아스팔트 위라서 더 덥기도 하다. 서울시 결정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축제에는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연대하기 위해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오은지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은 "제 아이가 커밍아웃을 한 2016년부터 활동을 이어왔다"며 "부모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는 게 당사자들에게도 위로가 된다더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부터 프리허그 이벤트를 진행했다.
정모(28)씨는 "서울시가 마땅히 지켜야 하는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고 불허를 통보했다는 기사를 보고 화가 났다"며 "이들에게 연대한다는 지지의 마음을 보내려 왔다"고 밝혔다.
종교계에서도 성소수자 권리 지지를 위해 참석했다.
이전수 가톨릭 성소수자 앨라이 '아르쿠스' 공동대표는 "그동안 교회가 상처 되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축제에서 참가자들에게 '축복 기도'를 해주는 부스를 연 강민휘 목사는 "한국 기독교가 조직적인 혐오를 부추기는 것에 기독교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축제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비롯한 각국 대사들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상영된 영상 메시지에서 골드버그 대사는 "평등권을 향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나라 안팎에서 인권과 기본 자유를 존중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미국이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음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도 "한국의 커뮤니티에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진전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더 포용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아갈수록 우리 두 나라는 더 굳건히 연대할 것이다. 언제나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고 말했다.
축제 참가자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을지로~삼일대로~회계로~명동역~종로~종각역 일대를 행진했다. 무지갯빛 대형 현수막을 앞세운 이들은 노래에 맞춰 춤추고 환호하며 1시간30분 가량 서울 도심을 걸었다.
행진 도중 일부 시민들이 반(反)동성애 구호를 외치며 앞길을 막아서기도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선 퀴어 축제 반대 집회도 열려 혼잡했다. 서울시의회 인근에선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가 '2023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 행사를, 을지로입구역 맞은편에선 기독교 단체가 퀴어축제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스피커로 찬송가를 틀고 트럭 위에서 북을 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 상황에 대비해 총 60개 부대, 3600명의 경찰 인력을 도심 곳곳에 배치했다. 퀴어축제 행사장 주변도 펜스 설치로 차단, 양측간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서울 곳곳에서 집회와 행사가 열렸다.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국민대회'를 진행했다.
이밖에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선 '싸이 흠뻑쇼 2023', 잠실야구장에선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엘지 트윈스의 경기가 열려 인근에서 일대 도로에 정체가 빚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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