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테크 인사이트⑮] TMT업계, M&A와 기업분할로 재편 가속화

카르틱 라마찬드란(Karthik Ramachandran) 딜로이트글로벌 시니어 리서치 매니저 2023. 7. 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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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주와 매도자 모두 몰려...기업분할 가치 2500억 달러~3000억 달러로 최고치 달해

(지디넷코리아=카르틱 라마찬드란(Karthik Ramachandran) 딜로이트글로벌 시니어 리서치 매니저)첨단기술·미디어·통신(TMT) 부문 상당수 기업이 매출 압박에 몸집을 줄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마침 사모펀드(PE) 및 벤처캐피털(VC) 이익과 맞아떨어져 2023년 TMT 부문 기업분할은  눈에 띄게 증가할 전망이다.

TMT 부문 기업분할은 2021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가 2022년 들어 거시경제적 역풍이 거센 가운데 비즈니스 여건이 악화되고 기업공개(IPO) 시장이 악화되자 대폭 감소했다. 2022년 상반기 글로벌 TMT 부문 기업분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고 액면 가치는 전년 동기 대비 64%나 줄었다. 하지만 2023년 TMT 기업분할이 다시 사상최대 수준으로 급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2023년 TMT 부문 기업분할 가치가 2500억 달러~3000억 달러로 전년비 25~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6~2020년 평균치인 2440억 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는 비즈니스와 투자 여건이 개선되면서 기업분할 건수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액면 가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전망치 도출 방법론

2023년 TMT 부문 기업분할 가치 전망치인 2500억 달러~3000억 달러는 기업분할 건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회복하는 한편 2022년 급감했던 기업분할 가치가 2023년에는 급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해 도출됐다. 2022년은 매우 이례적인 한 해였지만, 2021년까지 6년간 기업분할 건수는 안정적인 양상을 보이며 변동성이 3%에 그쳤다(연간 2200±60 건). 본고에서 다루는 기업분할 증가 요인들로 인해 2023년 기업분할 건수가 장기 평균을 소폭 밑도는 약 2000 건~2100 건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한편 2016~2021년 6년간 기업분할 가치는 약 37%의 큰 변동성을 보였다(연간 약 3000억±1100억 달러). 기업분할 가치가 유독 높았던 해에는 메가딜이 다수 이뤄졌거나(2018년), 하반기에 기업분할 열풍이 불었다거나(2020년), 전반적인 인수합병(M&A) 추세에 맞춰 기업분할 열기가 뜨거웠다든가(2021년)하는 이유가 있었다. 2023년에는 본고에서 다루는 증가 요인들이 작용하는 가운데 사모펀드와 기업이 주도해 기업분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분할,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매력적

2022년 상반기에 기업분할 활동이 감소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했고, 신용시장이 경색됐으며, 공급망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됐고, 이에 따른 매출 악화 우려가 높아졌다. 게다가 2021년 한 해 열띤 M&A와 기업분할 시즌을 보냈던 기업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손에 쥐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TMT 기업은 기업분할을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직의 민첩함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제 경제와 비즈니스 여건이 개선된 만큼 슬슬 정리 작업에 나서려 몸을 풀고 있다. 딜로이트가 글로벌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글로벌 기업분할 서베이’(2022 Global Divestiture Survey)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앞으로 기업분할 활동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몇 가지 요인이 적절한 여건을 조성하는 2023년 중순 즈음에 TMT 부문 기업분할 거래가 본격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거시경제적 불확실성과 비즈니스 위기에 직면한 상당수 기업들이 전략적 사업 자산을 재검토하며 가지고 있어야 할 자산과 버려야 할 자산을 분류하고 있다. 또한 여러 곳에서 불어오는 역풍에 실망스러운 실적과 주가 하락을 목격한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기업분할에 나서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때마침 자본흐름이 한층 안정화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이 주가 하락으로 2021년 말에 비해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기업들을 한층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한편 TMT 기업 리더들은 기업분할을 여러가지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전략으로 여기고 있다.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한 두개 조직으로 몸집을 간소화하려는 리더도 있고, 특정 투자 및 자산으로부터이익을 실현하려는 리더도 있으며, 포트폴리오 재편 일환으로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려는 리더도 있다. 어떤 목적이든 비핵심 사업부를 덜어낼 필요가 있기 때문에, 2023년 기업분할 활동은 규모가 적은 비주류 거래부터 시작해 점차 대형 거래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메가급 M&A를 계획 중인 기업들은 규제기관 승인을 받기 위해 특정 자산을 정리할 의무가 있으므로 관련 기업분할 활동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와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공개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의 역합병을 통한 딜은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출구전략으로 각광받지 못할 것이다. 기업공개 시장이 거의 침체돼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전략적 매수 활동은 주춤하고 이 틈을 타 사모펀드들이 분할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역대 최대 수준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들은 높은 투자자본수익률(ROI)을 가져다 줄 양질의 자산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고 있다. 따라서 매도자들은 시장에 내놓으면 저절로 팔릴 것을 기대하지 말고 팔고자 하는 자산을 양질의 자산으로 꾸며 내놓을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 부문에서는 규모 확대의 잠재력이 있으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특수 소프트웨어 사업 등 비핵심 자산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기업분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다각화 시스템을 갖춘 대형 반도체 및 전자 기업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매출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양질의 자산으로 간주되는 공장과 생산시설을 계속 분할하려 할 것이다. 매수자 입장에서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이용해 반도체 기업에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분할되는 생산시설을 인수할 수 있다. 또 각국 규제기관들이 반독점 우려에 대형 첨단기술 기업들에게 분할 압박을 가하는 것도 기업분할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통신과 미디어 부문 간 통합 추세도 주춤하고 있다. 일부 대형 통신사들은 영화와 TV 사업 등 미디어 자산 매각 의향을 내비치고 있어, 통신·미디어 부문에서도 기업분할 열풍이 예상된다. 하지만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기업분할을 부추기는 진짜 원인은 디지털화와 소비자 행태 변화에 있다.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 더불어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대한 지출 방식이 지속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스트리밍 부문 가입자 유지 및 유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구독 서비스 수를 줄이고 있다. 딜로이트가 전 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2022 Digital Media Trends)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약 50%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료 지출이 과도하다고 답했고, 3명 중 1명은 구독 서비스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도 갈수록 구체화하면서 이들의 지갑을 열기가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와 방송, 커넥티비티, 엔터테인먼트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대형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 추세에 맞춰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딜로이트의 ‘2022 M&A의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2022 Charting New Horizons M&A)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핵심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양질의 비전략 자산을 매각하는 등 다양한 방어적 M&A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기지국과 인프라 운영 업체들 뿐 아니라 무선 광대역 서비스 업체들도 미디어 서비스나 대형 데이터센터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5세대(5G) 네트워크와 고정 무선 접속(FWA), 에지컴퓨팅 등 고성장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함이다.

기업분할로 조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지침

기업분할을 꾀하는 TMT 부문 기업 리더들은 여러가지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 자본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있고, 공급망 불확실성도 여전하며, 글로벌 거시경제 전망도 암흑 속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공적인 기업분할로 조직의 성장을 달성하려면 몇가지 행동 지침을 따라야 한다.

1)더욱 엄격해진 규제에 대비하라: 지난 2~3년간 지정학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다. 게다가 디지털화와 기술 발전으로 국경과 경계가 모호해졌고, 개인정보보호 우려가 심화됐으며, 일부 주요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규제 여건도 크게 변화해 특히 크로스보더 딜의 경우 기업분할 절차가 한층 복잡해졌다. 특히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 자산을 매각하려면 모든 지역에서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해당 국가와 지역의 규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2)핵심 사업에 집중하라: TMT 기업은 으레 한 두가지 고성장 비주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헬스 및 웰빙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고, 스마트홈 테크, 첨단 소재,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머신러닝(ML)/딥러닝(DL)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사업 비전과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비핵심 사업을 분할하면 조직과 고객에게 더 큰 이익을 실현해 줄 핵심 사업에 자본과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3)기업분할과 동시에 이후 기업재편도 구상하라: 기업분할을 완료한 후 기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면밀히 수립해야 기업분할로 최대 이익을 끌어낼 수 있다. 기업분할 거래를 추진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

긍정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드러내야

ESG는 더 이상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 수단이 아니며,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들의 투자 결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TMT 기업, 특히 첨단기술 기업은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실질적인 ESG 성과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ESG 성과가 낮은 자회사를 모회사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매각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올해 TMT 기업들의 기업분할 여건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화력을 투자에 활용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을 받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이제 더 큰 위험 투자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TMT 기업 리더들은 이 기회를 잡아 필요한 자산과 불필요한 자산을 현명하게 구분해 사업 재편 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카르틱 라마찬드란딜로이트글로벌 시니어 리서치 매니저

카르틱 라마찬드란(Karthik Ramachandran) 딜로이트글로벌 시니어 리서치 매니저(karramachandran@deloit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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