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 올 첫 건마늘 경매 현장…“헛농사 지은 것 같아 마음이 쓰립니다”
깐마늘 시세 하락과 잦은 강우로 품위 하락이 주원인
농민들 "각종 농자재값, 인건비 크게 올라 손실 불가피"
"투매하듯 홍수출하는 더 큰 피해, 출하결정 신중해야"
“값이 이런데, 어디 마늘농사 짓겠나! 차라리 때려치우는 게 속 편하지….”
1일 경남 창녕농협(조합장 성이경) 산지공판장. 올해 첫 건마늘 경매가 이뤄지면서 결과를 알리는 전광판에 낙찰값이 찍히자 농민들은 하나같이 푸념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첫 순번부터 경락값(대서종 1㎏ 기준)이 상품은 3100원, 중품 2300원, 하품은 1800원을 기록하더니 계속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공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진 마늘은 20㎏들이 1600망(남도종 500망 포함)인데, 대서종 1㎏당 평균 경락값은 상품 3098원, 중품 2344원, 하품 1842원이었다. 남도종도 1㎏ 평균 경락값이 상품 4347원, 중품 3211원, 하품 2164원을 보였다.
경매를 지켜본 농민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 공판장의 지난해 건마늘 첫 경매 경락값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서다. 지난해 대서종 상품 1㎏ 평균 경락값은 5395원, 남도종은 6917원이었다.
농민 임순이씨(70·경북 청도군 풍각면)는 “대서종 상품 80망을 출하해 1㎏당 3220원을 받았다”면서 “지난해 5750원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헐값으로 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경매를 참관한 농민들도 경락값이 너무 형편없이 낮다고 목소리를 내면서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게 된 현실을 원망했다. 1만6528㎡(50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노성현씨(72·경북 영천시 신녕면)는 “수확 때 들어간 인건비만도 2000만원이 훌쩍 넘었고, 수확 후에도 건조와 선별작업에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며 “대서종 경락값이 아무리 낮아도 1㎏당 3500~4000원은 돼야 겨우 본전을 뽑는 셈인데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포늪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이신복씨(81)도 “종구값, 비료·농약대가 많이 올랐고 수확 때 1인당 인건비로 16만~18만원을 지급한 점을 감안하면 이런 경락값으론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헛농사를 지은 것 같아 마음이 아주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공판장 관계자들은 “수확기에 잦은 비로 마늘 품위가 저하됐고, 최근 깐마늘 가격이 하락해 경매에 참여한 중도매인의 매기가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 마늘 생산량이 크게 늘었고, 재고도 많이 남았다는 왜곡된 정보가 떠도는 것도 경락값이 낮게 형성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귀띔했다.
강금출 창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장장은 “수확기 때 비가 많이 내려 비를 맞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품위 차이가 나 앞으로 진행될 경매에서도 경락가격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다고 시세를 너무 비관해 투매하듯 홍수 출하하면 농가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출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창녕농협 산지공판장에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성낙인 창녕군수, 김재한 창녕군의회 의장, 이경재 경남도의원, 김주양 경남농협본부장, 명재완 농협경제지주 공판사업부장, 김정호 농협경제지주 원예수급부장 등이 방문해 경매를 참관했다. 또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농민과 유통관계자 등이 대거 찾아와 경매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관계자는 비공식을 전제로 참석했다.
조해진 의원은 “경제부총리로부터 마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하지 않을 것과 정부 수매물량을 시장에 내지 않고 수출용으로만 쓰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재해로 인해 품위가 떨어진 물량에 대해서도 마늘가격 보전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워줄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창녕지역에서는 창녕농협을 비롯해 영산·우포·남지·이방농협 등 산지공판장을 운영하는 5개 농협이 건마늘 첫 경매를 했다. 이들 농협도 대서종 상품 1㎏이 평균 2743~3184원에 경락됐다.
한편 5개 농협 산지공판장에선 마늘 성출하기에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경매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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