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 놀라게 했던 北 한광성 어디에?"…CNN 집중 조명
한동안 로마 머물다 이후 행적 묘연…옛 지도자 "재능 사장돼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활약하며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가 수년 전 돌연 모습을 감춘 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을 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집중 조명했다.
CNN은 이날 "이 북한 선수는 축구계를 놀라게 하곤 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광성은 유럽 5대 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로, 2019년 이탈리아 빅클럽 유벤투스로 이적해 충격을 줬다"며 그의 발자취를 소개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한광성의 세계 진출은 2013년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당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체육강국' 구상에 따라 엘리트 축구선수 육성을 목표로 평양국제축구학교를 설립하면서 싹텄다.
개교 후 얼마 되지 않아 스페인으로 14명의 학생이, 이탈리아로 15명이 각각 북한 정부 지원 하에 유학을 떠났다.
이들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유학한 한광성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ISM) 캠프에 참가해 현지에 눈도장을 찍었다.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아A 소속 칼리아리의 유소년 구단에 정식 입단했고, 곧바로 프로로 승격해 정식 데뷔하고서 1주일 만인 4월 10일 첫 골을 기록하며 공격수로서의 재능을 입증했다.
칼리아리 유소년 코치였던 막스 칸지는 CNN 인터뷰에서 "한광성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지 20분 만에 동료 코치 마리오에게 '그는 매우 훌륭하다, (1부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칸지는 한광성이 이탈리아어를 빨리 습득했다고 전했다. 유소년팀 동료였던 니컬러스 페닝턴은 "수줍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정말로 뛰어난 선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광성은 북한과 관련한 거듭된 질문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하며 거의 아무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페닝턴은 "한번은 한광성이 가족에 대해 얘기하며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는 집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마 귀국했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한광성은 2019년 평양에서 열린 29년 만의 남북간 축구경기에서도 빠른 드리블을 선보이며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광성이 페루자 구단 임대를 거쳐 2020년 세리아A의 명문 중 하나인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그의 커리어는 최정상을 찍었다.
불과 일주일 지난 시점 카타르 알두하일 구단에 팔려갔지만, 2023∼2024년 시즌까지 5년간 460만달러(약 61억원)에 달하는 이적료가 지불됐다는 점에서 그가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한광성은 카타르에서도 오래 뛰지 못했다.
2020년 8월 21일 21살이던 그는 알아흘리를 상대로 한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왔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이라고 쓰인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그가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 있던 까닭에 점점 출전이 어려워졌고,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새로운 팀을 해외에서 찾지 못하게 되자 북한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몇개월 뒤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26일 한광성은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 카타르에서 추방됐다.
당시 한광성이 카타르의 한 은행과 거래하면서 "어떤 경우에라도 어떤 돈도 북한에 송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한 것도 파악됐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한광성은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한광성은 2021년 평양행 비행기 노선 운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한동안 로마에 머물렀던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다만 한광성의 거취와 관련한 CNN의 질의에 이탈리와 외무부와 세계축구연맹(FIFA)은 답변하지 않았다.
당시 해외에 있는 북한대사관 몇몇 곳에서 국경 폐쇄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는 북한인들을 수용하기도 했다고 CNN은 덧붙였다.
이후 그의 행적은 묘연하다.
북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예른 안데르센은 "한광성이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그에게는 대단한 재능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칸지 전 코치는 "그가 떠나지 않았더라면 좋은 커리어를 유지하고 연봉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복귀한다면 그때 그 경기력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힘들 수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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