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하면 부당이득의 2배 과징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까지 이어질까 [김도형의 돈의 뒷면]

김도형기자 2023. 7. 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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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오카네, 머니. 세상 그 누가 돈에서 자유로울까요. 동전도 지폐도. 돈은 뒤집어서 봐도 돈일 뿐입니다. 그래도 돈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그리고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출입하는 기자가 돈의 행간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돈의 뒷면, 오늘은 내년 초부터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재를 살펴보겠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제(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시세조종과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거래 등 이른바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불법이익(부당이득)의 최대 2배를 환수할 수 있는 제제가 새로 마련되는데요.

그동안 이들 범죄는 형사처벌만 가능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검찰의 기소를 거쳐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처벌이 가능했다는 의미인데요.

이 때문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범죄는 엄격한 입증 책임 때문에 수사와 처벌에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범죄행위나 부당이득액 입증도 쉽지 않아 강력한 처벌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습니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잇따라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벌어지면서 주가조작과 관련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불공정거래의 주된 동기는 경제적 이익임에도 여기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수단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과징금 제재가 실효성 있는 경제적 제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주가조작 범죄 법원 판결 살펴보니… 부당이득액 산정 기준 ‘엄격’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이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제기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러했는지는 다음 기사를 한번 살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최근 3년 동안의 법원 판결문 분석을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범죄가 실제로 어떻게 단죄됐는지 분석해본 기사(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629/119991497/1)인데요.

직접 100건 가량의 판결문을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해 검찰이 주장하는 부당이득액이 법원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불공정거래 사범들이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빼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액을 산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범죄 기간 동안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거나 관련 업종 전체의 주가 오른 상황 등이 있다면 주가조작 등의 범죄행위 만으로 이득이 발생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 등인데요.

물론, 재판부의 이런 판단들 역시 다 이유는 있겠습니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주가조작 등과 관련한 부당이득액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 등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 범죄로 벌어들인 돈보다 과징금·벌금이 더 적은 경우도

이러한 이유가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의 기사에서 제시된 사례처럼 주가조작 일당이 벌어들인 돈은 80억 원에 가까운데 벌금을 포함한 재산형은 20억 원 수준이라면 비슷한 범행이 계속 벌어지는 것을 막기가 힘든 것이지요.


돈을 벌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인데 이런 행위가 적발이 됐음에도 (그것이 법적으로 엄격히 인정되는 부당이득이든 아니든 간에) 결과적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더 적은 과징금, 벌금을 내도 된다면 범죄자들에게는 ‘남는 장사’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탓인지, 제가 살펴본 판결 가운데 적지 않은 사건은 자본시장에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전력자’가 다시 주가조작 등에 나선 경우였습니다.

또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실형 비중이 높지 않은 가운데 집행유예 기간에 비슷한 범행에 나선 경우도 있었습니다.

● 과징금 제재 신설하고 부당이득 산정방식도 법률로 규정

이런 가운데 이번 법률 개정은 크게 △과징금 신설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제재 감면 등 3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선, 불공정거래로 얻은 불법이익(부당이득)의 최대 2배를 환수하는 과징금 제재가 신설됩니다.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 곤란한 경우에는 40억 원이 한도입니다.

또 부당이득(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산정기준을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부당이득은 벌금, 징역 가중 등의 기준이 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산정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지난 5월 23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검찰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양석조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개정안에서는 부당이득의 산정기준을 위반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총수입-총비용)으로 규정했습니다.

불공정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범죄자가 실제로 얻은 경제적 이득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에 나서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에는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위반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타인의 죄에 대해 진술·증언하는 경우 형벌이나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불공정거래는 다수의 범죄 혐의자가 관련돼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자의 진술·증거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제도입니다.

● 실제 시행은 내년 초… 위상 높아질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친 뒤 6개월 후에 시행될 예정입니다. 내년 1월쯤 시행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금융당국은 법 시행일에 맞춰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으로 바쁠 것으로 보입니다.

하위 규정으로는 △과징금 부과 기준·절차 △위반행위 유형별 부당이득의 구체적인 산정방식 △자진신고 시 과징금 감면 기준·절차에 관한 내용 등이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번 개정 법률안은 통과 과정에서 법원이 아니라 행정당국에서 상당히 강력한 처벌 권한을 가지게 된다는 점 때문에 진통을 겪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도 과징금 부여 권한 등이 있지만 여전히 법적인 처벌은 대부분 법원이 최종 판단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안이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잇따른 주가조작 범죄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법률 개정이라는 인식 아래 금융당국 수장들은 물론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막후에서 법률 통과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법률안은 통과가 됐고, 막강한 권한으로 유명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 특히 ‘증권선물위원회’가 큰 힘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만큼,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잘 마련하고 입법 취지에 맞게 과징금 제도 등을 운영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겠습니다.

● 배당 제도 등도 개선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여전히 먼길

이번 법률안을 포함해 주식시장과 관련한 제도 개선의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일까요.

결국 국내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처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주식시장이 대다수 국민들의 투자대상이 된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한국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기에 과징금 제재 등도 신설이 가능했던 것이겠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큰 방향성 속에 최근 금융당국은 기업의 배당금을 미리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배당금 제도 개선도 실행을 한 상황입니다.

주주가 가진 가장 큰 권한 가운데 하나인 배당과 관련한 유의미한 변화라고 할만합니다.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연중 최고치인 2,641.16으로 마감한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640 선을 넘은 건 지난해 6월 3일(2,670.65)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91.5원으로 마감해 4월 14일(1298.9원) 이후 처음으로 1300원 밑으로 내려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하지만, 그럼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기업들이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지 자체를 믿을 수 없는 시장 분위기와 제도적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업이 ‘ESG’를 앞세우면서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을 얘기하기에 앞서서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권리부터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인데요.

주요 대기업들의 물적분할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야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한 것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주요 과제로 설정해 놓은 기업 자사주 관련 제도 개선 등도 이같은 과제의 대표적인 예시이겠습니다.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해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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